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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Feb 25. 2016

교육 불가능의 시대, 교실에 필요한 것은?

아이'들'은 저들'끼리' 배운다


"왜 왕따가 생기는 줄 아세요? 애들이 못돼서가 아니예요. 서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애들이 하나씩 배제되다보면, 그냥 그렇게 되는 거죠"


 매년 '학업 중단자'라는 이름으로 학교를 그만두는 청소년이 공식적으로 7만 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다섯 명 중 한명꼴로 학교에 돌아간다고 하니, 지금 이 순간 '학교 밖 아이들'의 숫자는 최소 30만 명이 넘는셈이다. 이제 막 중학교 3학년 개학을 앞두고 있는 과외 학생의 입에서 서늘한 말들이 나왔다. 그에 따르면, 교실 안에서 '쓸모 있는 아이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벌써 24번의 시험 곧, 24번의 생존 경쟁을 치른 과외돌이는 항상 친구들과 함께 노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이야기했고, 한번은 자기 아이는 절대 자신처럼 키우고 싶지 않다고 말한 적 있었다.


 아이들은 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교육 소비자'가 되었다. 도움이 되는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선별해내는 능력은 한정된 교육 자원의 합리적 소비를 위해서 필수적이다. 공부를 잘하거나 또래 문화에 정통할수록 경쟁력이 높기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배제'되는 아이들은 교실에 정을 붙이기 어렵다. 전에 없이 까다로워진 교원평가를 위해 치열하게 자기계발 중인 교사들 역시 이런 아이들을 함께 데려갈 여력이 없다.


@ 자기구조화 학습의 구성 요소 - 인터넷과 협동 그리고 지속적인 응원

 하지만 아이'들'은 저들'끼리' 자란다. 청소년기의 배움과 성장은 어느 시기보다도 타인과의 관계를 필요로 한다. 자신과 일상적이고 가까운 관계를 맺는 타인의 시선을 느끼는 가운데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난다. 교실 안의 '왕따'로, '학교 밖 아이들'로 고립된 아이들은 성장의 기회를 빼앗긴 셈이다. 그렇다면 교실에 남은 아이들은 어떨까. 그들은 성장의 기회를 충분히 누리고 있을까? '학교 안의 아이들', '쓸모 있음'으로 분류된 아이들 역시 가까이서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어떠한 규범으로 자신을 훈육시키도록 만드는 구체적 계기는 자신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어떠한 사람으로 정체화되는가는 자신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오늘의 교육 편집위원회, <교육 불가능의 시대>


 아이들로만 이루어진 그룹에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인도의 교육학자 수가타 미트라 교수는 아이들끼리 스스로 배우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그는 인도 뉴델리의 슬럼가에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 한 대를 설치했다. 4살 6살 다양한 아이들이 길거리에 설치된 컴퓨터 앞에 모여 들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컴퓨터를 본 적 없는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서로 시끄럽게 말을 주고받고 이리저리 마우스를 움직이던 아이들은 4시간 만에 음악을 녹음해서 서로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한 아이는 디즈니 웹사이트를 찾아내 비디오 카메라 기능을 다운받아 벌을 닮은 애니매이션 캐릭터 사진을 촬영했다. 여럿이 함께 흥미를 가진 것만으로 아이들은 순식간에 많은 것을 배웠다. 서로에게 자랑하면서 엎치락 뒤치락하고,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함께 붙어앉아 시간을 보낸 결과였다.  



컴퓨터 앞에 혼자 앉아 있는 아이들은 그렇게 못할 꺼예요


 미트라 교수는 더 큰 가능성을 실험했다. 인도 남부 지방에서 '타밀어'만 할 줄 아는 12살짜리 아이들을 모아두고, '영어'로 된 '생명 공학' 공부를 시켜보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도 교수는 아이들에게 컴퓨터 한 대만을 남기고 떠났다. 2달 뒤 아이들에게 돌아와 무엇을 좀 이해했는지 물었는데 아이들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2달 동안 매일같이 자신들이 전혀 모르는 것들을 붙잡고 씨름했다. 골치 아픈 수수께기들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였고 놀이와 같았다. "DNA 분자의 부정확한 복제가 유전병을 일으킨다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요." 아이들은 이미 스스로 생명 공학의 기초를 깨우쳤던 것이다.


 여기에 일명 '구름 속 할머니들(Nanny Cloud)'이 동원되었다. 스카이프로 연결된 지구 건너편 할머니들의 응원과 관심에 힘입어 아이들의 성적은 두 달만에 평균 50점으로 올랐다. 할머니들이 맡은 역할은 일주일에 한 번 "굉장해! 다시 한 번 보여줄 수 있겠니? 대단하다!" 라는 말을 해주는 일이전부였다. 50점은 학교에서 생명 공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시험을 쳐서 받을 수 있는 점수라고 한다.


@ SOLE 학습법 연구자 수가타 미트라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 서로의 것을 자랑하고 새로운 흥미거리에 함께 빠져들 친구,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아이들은 스스로 학습했다. 강의식으로 가르칠 수 있는 대부분의 지식은 '구글' 검색이 가능하고, 또래 친구들만큼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주는 자극제는 없다. 여기에 자신의 성취와 노력을 계속해서 응원해주는 누군가의 시선은 학습의 지속적인 동기 부여가 된다. 아이들끼리 스스로 배우는 공간에서는 '도움이 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구분이 없고, 학습 부진을 이유로 관심을 끊어버리는 교사도 없다. 내 옆의 친구가 더 많은 것에 호기심을 갖고, 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는 모습 자체가 나에게 무엇보다 큰 유익이다. 여럿이 하나의 화면을 공유하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저들끼리 마음껏 성장해 나간다.


 대한민국 청소년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와이파이 혹은 LTE 존에 머문다. 그들의 하루 일과를 따라다니며 물샐틈 없이 관리해주는 '매니저 엄마, 알파 맘'이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학교를 즐거워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배울 의지도 없다. 교사들이 가기 꺼려하는 인도의 남부 시골 마을 아이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에게 유일하게 없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문제를 앞에 두고 2달 동안 매일같이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는 '친구들'이다. '교육 불가능의 시대'에 아이들은 교실에서도 대학에서도 사회에 나와서도 '그들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그보다는, 선생님이나 부모님 없이 그저 자기들끼리만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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