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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지숙 Mar 22. 2016

SEALDs와 NHK Creative Library

디지털 시대 창의성과 인성: '미디어 리터러시'로부터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까지 예술성을 간직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 파블로 피카소  
 우리 아이들은 이제 취직(就職)이 아닌 창직(創職)을 고민해야 한다.   


 어린아이의 창의력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흔히 보석에 비유된다. 정확히 표현하면 아이들은 ‘가공되지 않은 원석’에 가깝다. 피카소가 이야기했듯 일련의 교육 과정을 거친 아이가 여전히 자신만의 독창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30년 80억 인구 절반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계성과 인간다움의 경계를 넘보고 있다. 취업이 아닌 창직(創職)을 고민해야 하는 미래 세대는 여가가 아닌 생존을 위해서 인성과 창의성을 발달시켜야 한다. 당장 몇 년 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없으면서 100세 인생을 대비해야 하는 기성세대 또한 미래 세대의 가능성에 의지해야 한다. 오늘날 아이들이 자라면서 인간다움과 독자성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하다.   


@ 젊은이들이 향유하는 문화 수준을 반영한 실즈 홍보

 디지털 시대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은 각종 미디어를 다루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미디어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원석이 다듬어지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아이들의 욕구는 텔레비전, 스마트폰,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미디어와 그것이 제공하는 콘텐츠들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즐겨 이용하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발견하고 확장시켜나가며 자아를 만들어가는 식이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타인과의 직접 접촉보다는 온라인에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있다. 직접 말하고 쓰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시대 ‘미디어를 통한 자기표현 능력’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필수 역량이 되었다.  



@ 세련된 홍보 전략이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일본의 시민사회 운동 ‘실즈(SEALDs: 일본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긴급 행동)’는 디지털 시대 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중요성과 문법을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베 정권의 안보법 개정을 반대하며 지난해 12월 결성된 이 단체는 SNS와 영상매체를 통한 홍보에 적극적이다. 자신들의 욕구(민주주의와 자유)와 창의적인 생각(힙합 음악, 랩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정치적 구호 전달)은 분명 ‘좋은 메시지’이지만 대중의 마음을 잡아끌기 위해서는 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보 영상의 배경 음악과 카메라 앵글, 일반 대중들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일 그들의 패션까지도 섬세하게 신경 쓴다고 한다. 잘 만들어진 영상은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 전역으로 확산된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청년들도 한 번쯤 눈여겨보게 되는 완성도 있는 콘텐츠 덕분이다. 아직까지 386세대의 구호 선전 방식을 답습하는 우리나라의 시민운동이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젊은 세대는 미디어를 통해 욕구를 발견하고, 미디어를 통해 생각을 표현한다. 세련된 미디어 전략 없이는 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다. 이는 거꾸로 청년들 역시 미디어 활용의 중요성 인식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론적 이해가 부족하면 자신의 욕망과 생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길도 그걸 표현할 길도 막혀버린다는 것을 뜻한다.   


@ NHK Creative Library 에 공유된 영상 소스

 일본 실즈 운동의 등장에 앞서 2009년 시작한 NHK Creative Library 서비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서비스는 일본의 대표 공영방송 NHK이 자체 제작한 고품질 영상소재를 오픈 소스로 공개해둔 사이트이다. 누구나 이 사이트를 통해 NHK가 보유하고 있는 영상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웹에서 편집할 수 있다. 일반 시민들이 학교나 가정에서 영상소재를 활용해 직접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표현력과 창작력,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독해 능력)’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용자는 NHK가 제공하는 영상이나 음악을 편집, 가공하거나 스스로 쓴 문장 혹은 그림, 뮤직 비디오, 사진 등을 조합해 자신만의 작품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라이브러리에 접속해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시위 운동 때마다 영상팀이 따라붙어 홍보 영상을 제작한다는 청년 실즈 활동가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듯하다. 실즈 활동가로서 감각적인 포스터를 제작하고, 보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디자인을 고민하는 모든 과정에서 각종 미디어를 영리하게 동원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NHK Creative Library 영상 편집 화면

 디지털 시대 각종 미디어 활용 능력은 곧 한 개인이 시민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연결된다. NHK 크리에이티브 라이브러리는 디지털 시대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활용의 방향성을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 탄생한 서비스일 것이다. 각종 교육용 애니메이션 클립을 무료로 제공하는 TED-ed 서비스나 주니어 네이버의 각종 서비스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동영상 클립을 편집하고, 4컷 만화를 그리며, 가상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인간다움과 창의성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학습한다. 이제 배움은 교실 책상 앞에서가 아닌 손 안의 스마트폰과 데스크톱으로 주무대를 옮길 것이다. 교육의 패러다임은 보다 능동적인 표현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자신의 욕구와 생각을 표현할 줄 알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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