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방송의 미래 - 전국민 부모 교육 채널
어머니의 무릎과 아버지의 어깨. 세계적인 리더를 길러내는 유대인식 교육법은 이 두 단어로 요약된다. 유대인 가정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매일 책 읽는 습관을 기른다. 그들은 식사 때마다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이웃 또래들과 공동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레 사회성을 기른다. 하지만 그들의 교육법은 현명한 어머니와 책임감 있는 아버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고난의 역사를 함께 겪었으며 강인한 미래 세대를 길러내기 위해 기꺼이 부모의 역할을 함께 맡아준 친척 어른과 이웃 청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교육 방식이다.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오랫동안 ‘부모 교육’을 주고 받은 결과물이다.
대한민국에도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업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공영방송 채널은 이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교육방송 채널인 EBS가 <부모 TV>와 모바일 네트워크 PIN 서비스를 신설한 것 역시 미디어 변화에 발맞춰 본격적으로 부모 교육의 장을 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모바일 미디어의 발달 덕분에 각 가정에 맞춤식 부모 교육 콘텐츠 제공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EBS 2채널의 개국 역시 EBS가 부모 교육 채널의 역할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전통적인 학습 보완 프로그램과 제 2외국어 콘텐츠는 2채널이 전담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EBS1채널로 대표되는 교육방송은 디지털 소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부모 교육 채널로 거듭나고 있다.
부모 교육의 사회화. EBS의 미래는 전국민 부모 교육 채널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모든 성별, 연령, 생애주기에 속한 구성원들이 직간접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부모 역할을 제시해야 한다. 기존의 <부모> 시리즈는 2040 여성이라는 육아와 자녀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만을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유대인 가정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교육이 가능했던 것은 아버지와 이웃 청년, 노인들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 방송 프로그램은 청소년은 장래 부모 혹은 부모 세대가 되었을 때를 염두하며 진로와 성(性)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남성 역시 부모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은퇴 후의 노년 인구 또한 자신의 자녀, 손자 세대에 대한 교육 주체로서의 사명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안내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큐 프라임의 <아버지의 성> 편은 여성에게 한정된 부모 역할의 외연을 확장했다는 성과를 냈지만, 아직 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사회화된 부모 교육은 더 나아가 전국민의 시민교육으로 연계될 수 있다. 좋은 부모가 되는 일은 더 넓은 의미의 가정인 지역, 정치, 국가 공동체에서 더 큰 역할을 감당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EBS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 교양을 쌓으며 사회적 의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에 나서는 것을 부모 역할의 일환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아직 결혼과 출산의 경험이 없는 청소년 청년 역시 다양한 주제에 관해 소통하고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노력을 미래 자녀 세대를 위해 마땅히 담당해야 할 역할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노인층 역시 아동들의 독서 지도나, 전통 문화 전달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제시한다면 부모 역할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든 프로그램 콘텐츠를 제작 단계서부터 ‘미래 자녀 세대의 교육’이라는 더 넓은 비전 아래 포함시킴으로써 시청자 집단 개개인이 부모로서의 역할을 자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단순 지식 전달의 시대는 끝났다. ‘지식 채널 EBS’는 더 인격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삶의 지혜를 전달하는 ‘전국민 부모 교육 채널’로 거듭나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한 핵심 지식과 교양 전달의 역할 위에 부모로서의 무한한 애정과 신뢰, 책임감이라는 가치를 더해야 한다. 한 개인이 일생 동안 ‘어머니의 무릎과 아버지의 어깨’를 느낄 수 있도록 모든 구성원을 좋은 부모로서 길러낸다는 분명한 목표의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