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야 서는 여자
자전거 도로로 들어서기 직전에 문이 열린 비닐하우스가 있다. 그곳엔 언제나 냄새가 난다. 아침잠에서 아직 덜 깨었거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는 중에도 이 곳을 지나는 것은 분명히 느껴진다.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어느 날, 비닐하우스 흙에 부어둔 천연비료 때문이다.
30일째가 되었으니 이 '천연비료'도 거의 흙과 하나가 되어 처음의 강한 내음은 풍기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적으로 그 안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은 어김없이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그 특유의 냄새에 있다. 마침 비닐하우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애완견 훈련장이 있고, 소 도축장이 자리해 있다.
농사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으니 그 천연 비료의 생산지가 어디인지 알아맞추기 어렵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애완견 훈련소에 생각이 미치지만, 보통 개의 배설물을 그렇게 대량으로 공급받긴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소 도축장이 남는데, 그곳에선 매일 상당한 양의 동물 배설물이 안정적으로 생산될 것이다. 지나가는 들개들이 비닐하우스 근처에 실례를 하고 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소 도축장. 몇 번을 지나쳤지만 이 곳을 지나치는 느낌은 매번 서늘하다. 이번에는 냄새가 아닌 소리 때문이다. 음머어어어. 이마 가운데로 들리는 커다란 소 울음소리는 발걸음을 그대로 붙잡는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저 곳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하지만 소 울음소리는 들리는 날도, 들리지 않는 날도 있다. 내가 뛰는 시간이 매번 타이밍이 좋아 소 잡는 때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창 달리고 있는 곳 근처에서 소를 잡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내게 일깨워주는 것은. 도축장 근처에 세워진 전봇대에서 흘러나오는 유행가 자락이다. 그곳엔 항상 커다랗게 노래가 틀어져 있다.
우리의 눈은 7가지 무지개색으로 나뉜 가시광선의 영역에 갇혀 있다. 그보다 진폭이 높거나 낮은 적외선, 자외선, 전파 등은 감지할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보다 많고 넓다. 아침 달리기를 하면서 비닐하우스를 지나고, 소 도축장을 지난다는 사실을 내게 알려주는 것은 나의 눈이 아니다. 화성에 누가 살고 있고, 나를 향해 인사를 한다고 해도 나는 못 본체 지나칠 수 있다.
BGM- david bowie, Life on M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