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째 달리기

화성에서 온 여자

by 민지숙
@ 추운 날씨 무리 지어 물가에 서있는 철새들


2.7킬로미터의 반환점.

이곳에서만 보이는 새들이 있다. 앞의 2킬로 남짓동안에는 오리나 참새가 눈에 띄지만, 이곳에는 새하얀 새들이 무리 지어 웅크린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이기 때문에 정지된 풍경이 아니다. 이들은 각자 명상을 위해 모인 사람들처럼 조용히 이 상태로 서 있는 중이다.


새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가만히 서 있는 것일까. 그리고 무슨 이유로 저들끼리 함께 모여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높이 멀리 날아가는 새들, 이 겨울 찬 강물에 수영하는 새들 모두 멋진 풍경이지만,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조용히 서 있기만 하는 새들을 보면 호기심에 한참을 바라보고 있게 된다.


자고 있는 걸까. 소화를 시키고 있는 걸까. 멀리 이동하는 중에 잠깐 쉬려는 걸까. 영하 12도의 찬 강바람을 맞으며 물가 한가운데 저렇게 모여 있는 새들이 딱하기도 하고. 저렇게 길 한가운데 멈춰 서있는 모습이, 새로운 출발지로 떠나기 전에 저들끼리 모의를 하는 것 같아 신기해 보인다.


새는 몸집이 클수록 높이 난다. 강가를 떠다니는 청둥오리떼나 길가 풀숲에 후드득 날아오르는 참새떼와 달리 저 흰 기러기 떼는 더 높이 날아오를 만큼 몸집이 크다. 그저 잠깐 졸고 있을 뿐이라고 해도, 저들끼리 가만히 서서 무슨 골똘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게 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높이 날아 멀리 볼 테니 생각할 것도 자연히 많을 것이라는 지극히 '인간'의 관점에서 내린 결론이다.


카메라가 좋았다면 그 모습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을 텐데. 별 뜻 없이 서로 날개 벌려 부딪히지 않는 거리에. 그렇다고 서로의 체온을 놓쳐버리진 않을 거리만큼 떨어져 모여 있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눈으로 보면 알 수 있을지 모르는데. 이렇게 멀리서 보아서는 그들이 주변의 물고기를 쪼아 먹는지, 깃털을 고르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그저 어제 달려온 이 장소에 오늘 또 와주었다는 사실에 반가워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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