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 시민 2 그리고 시민 3 - 셰익스피어 <리처드 3세>
혼자서는 읽지 않았을 희곡 작품의 일부
제 3장 런던, 거리
시민 3: 여, 안녕들 하시오!
시민 1: 안녕하시고
시민 3: 에드워드 왕이 돌아가셨다는 소문이 정말이오?
시민 2: 아아, 틀림없소, 오, 하느님 맙소사!
시민 3: 그렇다면 시끄러운 세상이 되겠군.
시민 1: 설마 그렇게 되지야 않겠지. 하느님이 도우시어 세자께서 등극하실 테니까.
시민 3: 어린 왕이 다스리면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겠는데!
시민 2: 나랏일은 잘 될 것이오, 성년이 되실 때까진 중신들이 보필하고 성년이 되시고 나면 직접 다스려 나갈 것이고, 그때그때 잘 되어 갈 테니 나랏일은 걱정이 없겠지
시민 1: 그렇고말고, 헨리 6세가 파리에서 등극하셨을 때 나이가 겨우 생후 9개월이셨거든.
시민 3: 아, 그랬었나? 하지만 그때야 지금과는 생판 다르지. 그때야 나라 살림을 잘 꾸려가는 중신들이 많았고, 그뿐인가, 훌륭한 삼촌들이 왕을 잘 보필해 나가지 않았소.
시민 1: 그야 이번에도 그 점은 같은 게 친가로나 외가로나 삼촌이 있지 않소.
시민 3: 차라리 전부 친가 쪽이든가, 아니면 친가 족으로는 한 사람도 없든가 그래야 좋을텐데.
누가 왕에게 가장 가까이 있게 되느냐,
이 싸움판이 잘못되면 바로 우리 백성들에게도 화가 미칠 염려가 있다, 이 말이오.
헤스팅스: 아, 서글픈 인간이 허망한 총애를 하느님의 깊으신 은총보다도 더 추구하였다니! 힘있는 자가 웃어 준다고 거기에 희망의 공중누각을 짓는다는 것은 마치 돛대 꼭대기에 앉아 있는 술 취한 뱃사공과 같으니, 배에 흔들리고 흔들리다 언제 깊은 바닷속에 꼬꾸라져 박힐는지 모르지 않는가.
제 6장 런던, 거리
대서인: 이것이 헤스팅스경의 기소장이라고. 아주 근사하게 쓰여 있겠다. 이걸 오늘 세인트 폴에서 낭독할 모양이지. 내용이 조리가 있고 앞뒤가 척척 들어맞거든. 이걸 쓰느라고 열한 시간 걸렸어. 케이스비가 보내 온 것이 어젯밤이었으니까. 그자도 원문을 작성하는 데 아마 그만한 시간이 걸렸을 거다. 그런데 헤스팅스경은 다섯 시간 전만 해도 규탄이나 탄핵을 받지 않고 말짱하게 살아 자유를 구가하고 있었어.
참 이 세상이 요지경 속이군!
글쎄 아무리 바보천치라도 이렇게 뻔한 계책을 알아차리지 못할까?
그렇다고 알았어도 대담하게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정말 말세다. 이런 음모를 보고 있으면서도 아무 말 못하고 있어야만 하다니,
모든 게 끝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