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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0. 2020

동굴 속 호수

9. 장마, 진흙탕

9.     

순진은 컨테이너로 만든 임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컨테이너는 여름 햇살의 열기를 가득 품고 있다가 일시에 순진에게 뿜어대는 듯 문을 열자 훅하고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에어컨도 없나 하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에 발을 들였다.     

'어떻게 오셨어요?'     

더위에 지쳤는지 짜증 가득한 얼굴을 한 젊은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순진은 명함을 꺼내 내밀며     

'네, 저는 진실 일보 사회부 기자 강순진라고 합니다. 이 앞산 대미산에서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좀 취재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것과 관련해서 뭘 좀 여쭤보려고 여기 소장님을 뵙고 싶은데요.'     

말을 끝내려는 순간     

'에이. 날씨가 왜 이렇게 덥냐. 아스팔트가 죄다 녹아버리겠다. 언제는 장마라고 줄곧 비만 내리더니... 에이 씨발'     

거친 말을 내뱉으며 들어오는 사람은 한눈에 소장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소장님, 여기 기자님이 소장님께 뭘 여쭤본다고 찾아오셨는데요?'     

'기자?' 하며 순진을 노려보더니     

'또 땅주인들이 보상금 적다 뭐다 하면서 또 언론사에 찔렀나 보구먼. 그래 봐야 우리 공사가 뭐 잘못된 건 없을 텐데.'     

순진은 손사래를 쳤다.     

'아뇨. 소장님. 공사가 뭐 잘못돼서 찾아온 건 아니고요.'      

'그래요? 그럼,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거요?'     

'아, 그게. 얼마 전에 저 앞 대미산에서 젊은 사람이 하나 죽었던 거 아시죠? 그 일로 몇 가지 여쭤보려고.'     

'아이 참, 하루하루 흙 파먹고 사는 것 밖에 모르는 우리 같은 놈들이 뭘 안다고. 삽질하는 것 밖에 몰라요?'     

소장은 손사래를 치며 자리에 앉았다.     

'소장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가 뭘 알고 온 건 아니고요. 그즈음 상황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고요. 여기 공사는 언제부터 시작한 건가요?'     

순진은 물러서지 않고 웃으며 소장에게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그런 순진의 모습에 소장은 긴장을 늦추는 듯했다.     

'4월부터 시작했어요. 사실 2월부터 시작해서 장마 전에 공사를 끝내려고 했는데 시에서 공사 허가가 늦게 떨어지는 바람에 이렇게 생고생을 하고 있잖소. 장마 전에 공사를 끝냈어야 했는데 장마가 시작돼서 6월 7월에는 공사를 10일도 못해버렸잖아. 공기(工期)가 늘어지면 비용이 얼마나 까지는데... 에이.'     

'하여간  공무원들 하는 일이란.. 쯧쯧'     

하며 순진이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장마기간 전에 끝내시려 했던 이유가 따로 있나요?'     

'아니 콘크리트 공사를 하는데 빗물이 들어가면 큰일 나잖아. 시멘트가 굳질 않아. 가수(加水)가 되면 큰일이니 비 올 때는 공사를 못하잖소. 그러니 장마 전에 공사를 끝냈어야 하는데. 에이.'     

'혹시 사건이 발생한 전으로 특별히 수상한 사람이나 사건이 있었나요?'     

'아니 뭐 그런 건 특별히 기억나는 건 없는데.... 비 오는 날은 작업이 없어서 숙소에 머물거나 시내에 나가서 술이나 한잔하고 왔으니까 비 오는 날은 알 수 없지. 작업을 한 날도 6월에는 5일도 안 될 거예요. 작업한 날은 특별한 기억은 없으니... 여기 다니는 사람도 동네 사람들이니 대부분 낯이 익은 얼굴들이에요. 특별히 수상한 것은 기억이 없어요.'     

'아, 그러시군요. 차량이나 사람이나 혹시 수상한 기억은 없었나요?'     

'차량이라. 여기 다니는 차량도 몇 대 안 되는 시골이에요. 특별히 수상한 차량이라고 할 만한 게 없는데...'     

그리고 계속해서     

'우리야 공사할 때 공사에 집중하고 있어서 주변을 특별히 둘러볼 여유가 없어서 도움이 될 만한 기억은 없어서 괜히 미안하네.'     

'아닙니다. 귀찮을 법도 한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제가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죠. 혹시 그간에 뭔가 기억이 나면 연락하면 주시겠어요?'     

순진은 소장에게 명함을 건네어 주고 나서 돌아섰다.     

그때 소장이 순진의 등 뒤에서 질문을 날렸다.     

'근데 죽은 그 청년 신발이 깨끗하다던데 맞아요?'     

순진은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며     

'예?'     

'아니, 신발에 진흙 같은 게 묻어있었냐고요. 신발에 그런 거 안 묻어 있다고 들어서...'     

'맞아요. 신발에 진흙 같은 건 없었어요. 근데 그게 왜요?'     

소장은 순진이 돌아서서 야생마처럼 달려들며 질문하는 통에 약간 당황하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 사람이 죽던 그때는 우리가 방죽포 도로포장을 다 못할 때란 말이에요. 죽은 대미산 아래는 비포장 상태라는 거지. 만약 죽은 사람이 비가 오던 날 그 산을 올라갔거나 비가 온 다음날 올라갔다면 신발에 온통 진흙 투성이었을 텐데 신발이 깨끗하다는 건 비가 오기 전에 올라갔다는 거 아뇨. 장마 오기 전에 올라갔나 보던데.'     

'아, 그러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뭘... 그리고 요 앞에 가면 무술목이라고 있는데 거기 군인 초소가 하나 있을 거요. 외부로부터 들어오려면 그곳을 통과해야 하니 수상한 사람이나 차량이 있었다면 거기서 알고 있겠지. 뭐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소.'     

'정말 감사합니다.'     

현장사무소를 나선 순진은 곧장 무술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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