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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0. 2020

동굴 속 호수

11. 무슬목

11.     

대미산을 돌아가자 곧바로 팔각정 모양으로 생긴 초소가 나왔다. 군인 초소라고 하기에는 한옥양식의 석조건물에 단청 색을 흉내 낸 칠을 했으나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위압감이 드는 그런 건물이었다.     

순진이 초소에 다가서자 초소에서 표정 하나 없는 젊은 헌병 한 명이 공격적인 얼굴을 하고 나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저는 기자인데요. 요 앞 대미산 살인사건 때문에 뭣 좀 물어보려고 왔어요.'     

순진은 명함을 내밀었다.     

'저희는 민간인과 관련돼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아이. 그러시겠죠. 한두 가지 궁금한 것만 물어보고 갈게요. 절대 귀찮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군인 아저씨. 근데 제가 면사무소에서 걸어오느라 다리가 좀 아파서 그런데 잠깐만 앉으면 안 될까요? 오빠?'     

짙은 화장품 향기와 20대 여성의 입에서 튀어나온 오빠라는 말에 헌병의 얼굴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초소장님께 보고해보겠습니다.‘     

일병 계급장을 달고 있던 헌병은 냉큼 초소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에 그 헌병이 나와 들어와도 좋다고 하며 안으로 안내했다.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에 초소장으로 보이는 병장 계급의 군인이 의자에 앉아 순진을 쳐다보며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어보았다.     

순진은 명함을 내밀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변사사건 발생 직전에 수상한 차량이나 사람을 확인해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쎄요. 이 지역은 여수에서 돌산으로 들어가기 위한 유일한 길목이기 때문에 저희가 차량과 인원에 대한 보안 감시를 병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떤 차량이나 사람이 수상하다거나 하는 것은 잘 몰라서요.'     

'그럼 평소 보이던 차량이나 사람이 아닌 경우는 별도로 검문을 하거나 하지 않나요?'     

'그거야 당연히 낯선 차량이나 사람은 검문을 합니다. 정 일병. 우리 검문 대장 작성한 거 어디 있냐?'     

'지난달 검문 대장 말씀입니까? 두 번째 책꽂이에 꽂혀있습니다'     

초소장은 책꽂이를 뒤지던 초소장은     

'아, 여기 있구나. 어디 보자.'     

검문 대장을 뒤지던 초소장은      

'야, 정 일병'     

'일병 정 00'     

'9일 날 주간 근무자 너였지? 보안 차량 이거 뭐냐?'     

검문 대장을 바라보던 정 일병은     

'예, 저도 처음 보는 보안 차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신분 확인하여 틀림없이 보안 조치하였습니다.'     

순진의 눈빛이 반짝였다.      

'뭔가 이상한 점이 있나요?'     

초소장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아닙니다. 별일 아닙니다. 보안관계라 기자님께는 말씀드릴 게 없습니다.'     

초소장은 냉정히 잘라 말했다. 그리고는 얼른 대화를 돌렸다.     

‘근데 기자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아. 네 서울에서 내려왔어요.’     

‘아, 그러세요? 저도 집은 서울입니다만. 서울 분 뵈니 반갑네요. 여자분 혼자 지내시기 불편하실 텐데. 주무실 곳은 있으십니까?’     

‘네 여기 숙소도 지낼 만 하던데요.’     

‘내려오신 지 며칠 되셨나 봐요. 친구도 없으셔서 심심하시겠네요. 혹시 밤에라도 심심하시거나 술친구 필요하시면 저희라도 말동무해드릴 수 있는데, 뭐 군인이라도 괜찮으시면 언제라도 저희를 불러주셔도 됩니다.’     

말을 끝내며 헌병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킥킥거리는 것이다.     

‘이런 미친 ***.’     

하며 순진이 속으로 욕을 하는 그때 전화가 울렸다.     

'통신보안, 네. 네? 알겠습니다. 필승'     

'뭐냐 정 일병?'     

'사단장님이 돌산대교 통과하셨답니다. 근무상황 철저히 대비하라는 대대 전화입니다.'     

'뭐? 아이, 18. 뭐하냐. 빨리 준비 안 하고. 숙소 애들 깨우고...'     

두 사람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허겁지겁 복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기자님, 얼른 나가주셔야겠습니다. 저희가 지금 비상상황이라'     

순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래야겠네요. 근데 잠깐 화장실만 이용하고 나가도 될까요?'     

'예, 그럼 문 꼭 닫고 정리 잘하고 나오셔야 합니다. 빨리 나오셔야 합니다.'     

헌병들은 후다닥 문을 열고 검문소 밖을 뛰쳐나갔다.     

화장실을 가는 척하던 순진은 조금 전 초소장이 보던 검문대장을 살펴보았다.     

'9일 09시 01분 서울나9978'     

서울?     

검문소를 나온 순진은 마네킹처럼 차렷 자세를 취하는 헌병들에게 환한 미소를 보이며 다시 돌산을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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