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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0. 2020

동굴 속 호수

13. 다시 서울로

13.      

‘밤새 얼마나 마신 거야?’     

‘새벽까지 마신 거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나’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는 두통에 쓰리고 메슥거리는 울렁거림으로 대답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이른 아침 수산시장에는 수산물 경매를 마친 상인들과 어민들이 작은 식당에서 허기진 끼니를 채우고 있었다. 그 속에 섞인 혁은 시끄럽게 오가는 대화 소리로 숙취가 더욱 심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국물을 좀 마셔봐, 장어탕이 속 풀이에는 그만이라니까 천천히 떠먹어.’     

혁 앞에서 끓고 있는 전골냄비에서 풍겨 나오는 향은 그 냄새만으로도 속이 풀리는 듯했다 혁은 불덩이 같은 속을 달래기 위해 수저를 들어 끓고 있는 국물을 조심히 떠 입으로 가져갔다. 뜨겁기는 했지만 매콤하고 시원하게 퍼지는 장어탕은 숙취로 고통스러워하는 혁의 속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혁은 연거푸 장어탕에 수저를 담갔다.     

‘그래서, 여자 친구 버리고 밤새 늙다리들하고 술 마신 보람은 좀 있었어?’     

한참을 끓고 있는 장어탕에 정신이 팔려있던 혁은 잠시 수저를 놓으며 순진을 바라보았다.     

‘호수가 죽은 동굴 말이야. 그 장소가 좀 특별한 곳이더라고.’     

‘특별하다고? 어떤 점에서?’     

‘그곳이 대공용의 지역으로 대공기관의 집중 관심 지역이더라고.’     

‘그럼 죽은 호수라는 사람이 대공용의 사항과 관련이 있다는 거야?’     

‘거기까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어. 죽은 장소가 그런 장소이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거지. 하지만 아직 그것만으로는 아직 뭔가가 밝혀진 건 아니야.’     

‘그래....’     

순진은 한동안 숟가락을 입에 물고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왜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다시 장어탕 국물을 떠마시던 혁은 순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공 혐의점이라고 하니 내가 찾아낸 정보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중이야’     

‘정보? 너 뭐 좀 찾아냈구나? 뭔데?’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순진에게 다그치듯 물었다.     

‘속 안 좋다는 사람 먹성 장난 아니네. 언제 반찬 다 쳐 먹었냐? 이모, 여기 반찬 좀 더 주세요. 갓김치도요’     

반찬을 추가로 주문한 순진은 다시 혁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어제 무슬목 초소에 갔었는데 거기 검문 대장 목록에 수상한 차량 한 대가 있더라고. 호수가 발견되기 며칠 전에 다녀간 서울 차량 번호가 하나 있었어. 헌병들이 그 차량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서 더 수상하더라고. 그래서 그 차량번호를 알아내서 조회를 해 봤지.’     

‘차적 조회야 나한테 이야기하지. 남자 친구가 경찰인데 어디서 조회를 했다는 거야?’     

‘너한테 부탁하면 절차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며칠 걸릴거 아냐. 그리고 어제는 술독에 빠져서 연락도 안됐는데 어떻게 너한테 부탁해. 하여간 우리 신문사 정보력을 가동해서 그 차량 차적을 조회했더니 재밌는 게 나오더라고.’     

‘어디 차량이었는데?’     

순진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차량 소유주가 서울 사람인데 직업이 경찰이더라고.’     

‘경찰?’     

‘응 서울 서부서 경찰관이더라고. 이름은 000, 계급은 경장, 대공과에 있다는 정도...’     

‘아니 신문사가 어떻게 그렇게 자세한 정보를 캐내는 거야? 정보원이 누구길래?’     

‘그건 알 거 없고. 중요한 건 신분이 확인된 건데. 이상하잖아? 서울 서부경찰서 경찰이 남쪽 끝 돌산까지 개인차량을 몰고 내려왔냐는 거지.’     

‘동승인 여부도 확인해 봤어?’     

‘아직 그것까지는 확인 못했어. 다만 평소 경찰이 공무수행으로 움직일 때의 경우를 보면 일상적으로 2인 1조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니 동행했던 사람이 있다고 예상을 해 볼 수는 있어. 근데 정말 이상하지? 관할구역도 한참을 벗어난 여수까지 왜 내려왔을까?’     

‘그거야 알아보면 알 수 있겠지. 같은 경찰이 연결된 문제라면 섣불리 접근하기는 부담스러워. 경찰 조직 내에서도 경찰 내부의 일을 캔다고 할 때는 확실하지 않으면 오히려 정보가 차단될 경우가 생길 수도 있고, 은밀하게 조용히 움직이는 것도 필요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말인데, 일단 서울로 돌아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서울 서부서를 뒤지려면 역시 서울로 올라가서 알아봐야 할 거 같아.’     

‘나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어. 치안본부에 현재까지 상황을 보고하고 나서 같이 올라가자. 나 역시 서부서  담당자를 조사해 봐야겠어.’     

‘같이 가겠다고? 수사 핑계로 나 쫓아오는 건 아니고?’     

‘뭐? 부인은 하지 않겠어. 겸사겸사라고 해두자. 일단 좀 먹어. 국물을 내가 다 먹어버린 거 같다. 이모. 여기 국물 좀 더 넣어주세요.’     

장어탕으로 겨우 진정되었던 혁의 머리가 다시 지끈 거린다. 서울경찰이 왜 여수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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