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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5. 2020

수상한 집 - 광보네

1. 고아


“어디 가세요?”

“가출”

“가출요?” 


광보 삼춘이 슬리퍼를 신고 가게를 나서길래 어디가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가출’이었다. 내가 잔소리를 너무 했나 싶기도 했다. 선생님이 사는 거주공간에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전시공간이 함께 공존하니 내 집인데도 내 집처럼 자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어려움이 왜 없으랴. 카페 문 앞 의자에 앉아 반바지 차림에 맨발의 각질을 손으로 뜯고 있거나, 웃옷을 훌렁 걷고 볼록한 배를 드러내고 손으로 슬슬 만지거나하면 영락없는 잔소리를 듣게 된다. 또 우리와 식사때가 안 맞아 혼자 식사를 하시는데 된장찌개나 청국장을 끓이면서 문을 열어놓으면 카페 전체가 청국장 냄새로 가득해 진다. 그러니 ‘수상한집’이 그렇게 편한 공간이 아니다. 그래서인가 가출이라는 말을 들으니 뭐가 섭섭하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농담이시겠지 하고 웃어넘겼다.

오토바이에 시동을 거는 광보 삼춘에게 헬멧 꼭 쓰시라 말씀드렸다. 


“또 잔소리”


시동을 걸다 말고 안장 아래서 헬멧을 쓰더니 선글라스 끼고 출발하신다. 

오후 1시쯤 나가신 분이 저녁이 다되도록 오질 않는다.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고 진짜 뭔가 섭섭하셔서 나가신건가 걱정도 되었다. 저녁식사시간이 다되기도 해서 전화를 걸었다. 

어디시냐고 하시니까 영업 중이시란다. 영업? 또 뭐하시길래...

평소에도 장난끼 가득한 분이라 또 어디선가 엉뚱한 일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전화 끊고 30분도 채 되지 않아 돌아오셨다. 

오토바이 뒤에 1톤 트럭이 따라왔다. 오토바이를 세워놓으시고 트럭에서 내리신 분과 뒷마당으로 가신다. 궁금해서 졸졸 따라 가보니 옛 집에 사실 때 쓰셨던 중고에어컨을 창고에서 꺼내셔서는 트럭에 싣는다. 


“고물상에 파시는 거예요?”


“비밀”


더 대답을 안 하신다. 뭐지?

트럭에 다 싣고는 트럭 주인과 인사를 주고받는다. 

트럭이 떠나고 덥다며 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신다. 샤워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저녁식사하시자고 하고는 식사를 했다. 별 말없이 식사를 하시길래 내가 말을 걸었다. 


“에어컨 가져가신분 고물상하시는 분이에요?”


“응, 고물상하는 사람 맞아. 근데 나랑 아주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이야.”


그 분과의 인연은 대략 이러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4.3과 전쟁으로 인한 고아가 제주에 아주 많았다. 특히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고아가 많이 생겼다고 했다. 그런 부모 없는 고아를 모아 보살피던 고아원이 여러 곳 있었는데 제주 화북에도 그런 고아원이 있었다는 것이다. 


‘명진보육원’


이곳에는 10여명의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았다. 이곳 아이들은 자신의 부모가 누군인지도 모르는 아주 어린 나이에 고아원에 들어왔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의 성이 명진보육원 원장의 성을 따랐다고 한다. 그런데 마을에서는 이 고아원 아이들에게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보육원의 아이들도 같은 마을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광보 할배가 친하게 지내던 후배 한명이 명진보육원 아이였다고 한다. 64년 밀항하기 전까지 그 아이를 동생처럼 대해주었다고 한다. 남자 형제가 없던 광보 할배에게는 친남동생 이상의 정을 느꼈다고 한다. 일본으로 밀항한 뒤로 18년간 그 보육원 아이와 헤어져 살다가 79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는 여러 수사기관에 연행되어 결국 86년에 간첩으로 조작되어 형을 살고 나온 뒤 그가 잠시 화북에 살 때 그 보육원 동생을 만났다. 보육원에 다니던 그 아이는 어느덧 결혼을 하고 자식을 가진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밀항 전 고아였던 아이는 이제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려 살아가고 있었고, 가정을 꾸려 행복한 삶을 살던 자신은 이제 가정이 파괴되어 홀로 남은 고아가 되어 있었다. 그런 자신을 그 동생이 많이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간첩, 전과자로 보며 피할 때 그 친구만큼은 따뜻한 말과 밥으로 자주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그런 인연이 벌써 60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에어컨 값은 받으셔야죠라고 했더니 광보 할배가 내가 얻어 먹은 밥값 갚으려면 아직 멀었다며 비운 밥그릇을 들고 먼저 일어나신다. 


‘저 분 참 매력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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