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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5. 2020

수상한 집 - 광보네

7 - 감옥에서 배운 요리



돼지양념갈비에 모든 양념을 넣은 이상한 찌개. 

광보 삼춘의 요리는 사실 그리 추천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그가 만들 줄 아는 유일한 음식은 통조림꽁치, 김치찌개인데 모두 감옥에서 배운 유일한 요리다.

그래서 갖은 양념을 넣어 만드는 요리는 할 줄 모른다. 그저 소금을 넣어 짠 맛을 내는 것이 그의 유일한 요리라고 할까? 만약 양념을 넣는 무리수를 둔다면 무슨 요리를 해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맛이 난다.      


한번은 가게가 바빠서 저녁 식사 때를 놓친 적이 있었다. 한참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광보 삼춘이 나오시더니 저녁식사를 준비했다고 하시는 것이다. 너무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시장하시면 혼자라도 먼저 드시면 될텐데 시장기를 참으시면서 함께 먹을 식사를 준비했다는 것에 너무 죄송했다. 후다닥 설거지를 끝내고 나서 광보 삼춘 방으로 들어갔다. 커다란 솥에 찌개를 하나 가득 해 놓으셨다. 평소 음식이나 조리를 하지 않는 분이라 이렇게 거대한 양으로 조리를 하신 것에 일단 놀랐다. 


밥과 반찬을 준비하고 모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물론 가장 기대가 되었던 것은 광보 삼춘이 만든 찌개였다. 


“돼지고기를 넣고 찌개를 끓였는데 맛이 어떨지 모르겠네.”


“돼지고기를 넣고 끓였다면 어떻게 끓여도 맛있겠죠.”

그리고는 찌개 첫술을 떠서 한 입 넣었다. 


'응? 이건 무슨 맛이지?'


광보 삼춘에게 무슨 고기를 넣으신 거냐고 물었더니 며칠 전 먹다 남은 양념돼지갈비를 넣고 설탕하고, 소금, 마늘, 간장, 식초 등등 양념을 다 넣으셨다고 한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단맛과 느끼한 맛이 마구 섞여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가 찌개에 손대지 않는 것을 눈치 채셨는지 ‘맛이 없지?’ 하신다. 미안해 하실까봐 ‘아까 점심을 너무 먹어서 아직 소화가 안됐나 보다’라고 둘러댔다. 그래도 표정만큼은 숨기지 못했나보다. ‘내가 할 줄 아는 요리가 별로 없어서 음식을 잘 못해’ 하신다.

     

사실 광보 삼춘이 혼자 사실 때 냉장고를 열어보면 대부분 즉석곰탕과 라면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짜게 드시는 걸 좋아하셔서 늘 곁에 두고 드시는 멸치젓갈. 그리고 꽁치통조림 정도이다. 그래서 아침은 즉석 밥에 즉석 곰탕, 멸치젓을 곁들여 드시고 점심이나 저녁은 라면 같은 걸로 때우기 일쑤였다. 그러니 특별한 조리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리가 필요한 음식은 결국 없는 것이었다. 그러니 음식을 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난히 자신이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통조림꽁치김치찌개라고 하셨다. 


“내가 다른 음식은 몰라도 통조림에 들어 있는 꽁치김치찌개를 잘 끓일 줄 알아. 감옥에 있을 때 내가 출역을 세탁으로 나가잖아. 겨울이 되면 출역장마다 연탄난로를 피워. 연탄난로를 피울 때 따뜻하니 뭐라도 먹고 싶으면 간수한테 부탁을 하지. 통조림꽁치하고 김치 좀 구해달라고. 그러면 간수가 사회에서 몰래 가져다가 우리한테 줘. 물론 꽁치하고 김치하고 가져다주면 우리가 몰래 만든 그릇이 있어. 그 그릇에 그냥 꽁치하고 김치하고 넣고 아무 양념없이 끓여. 별 양념도 없이 넣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어. 지금 먹으라고 하면 참 어떻게 저런 걸 먹나 싶은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맛있었어. 나중에 감옥에서 나오고 나서도 그게 가끔 생각나면 통조림꽁치를 사다가 김치에 넣고 끓여서 먹어. 그런데 감옥에서는 여러명이 모여 먹으니 맛이 있었는데 혼자서 먹으려니까 그때 그 맛이 안나더라고. 역시 음식은 여럿이 모여 먹어야 맛이 나는거야. 맛 없더라도 왁자지껄 떠들면서 먹으면 다 맛있어. 내가 나중에 꽁치김치찌개 한번 끓여 줄테니까 한번 같이 먹어보자고.”


그렇다. 여럿이 모이고 대화가 오가면 무슨 음식이든 맛이 있는 법이다. 양념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맛을 내고 힘을 내게 하는 양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 통조림꽁치김치찌개는 저희가 만들어 볼게요. 선생님은 드시면서 추억을 떠올려 보세요.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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