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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5. 2020

수상한 집 - 광보네

9 - 탈옥

앵커 :  

전주교도소 탈옥 사건은 죄소자를 감시해야 할 교도관들의 협조와 방조 속에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오늘 전주 교도소 탈옥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탈주자들에게 편의를 봐준 혐의로 교도관 3명을 구속했습니다. 

전주에서 오수학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 

전주지방검찰청 류재성 차장 검사는 주범인 박봉선과 신광재가 무기징역과 15년형이 확정된 장기수로서 수용 생활에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탈옥했다고  말했습니다. 

박봉선과 신광재는 김천수와 같은 방에 있기 전인 90년 8월경부터 탈옥을 논의하고 쇠톱을 이용해서 쇠창살을 조금씩 자르는 등 준비를 해왔다고 합니다. 

수사과정에서 하루 한 번씩 실시해야 하는 감방 수검이 규정대로 실시되지 않고 소년범과 무기수 등이 함께 수용됐으며 교도소 내 관입이 금지된 쇠톱과 담배가 발견되는 등 교도 행정상의 문제점이 다소 지적돼 전 현직 보안과장 등 관련자를 징계 통보할 방침입니다. 

한편 탈옥사건으로 구속된 교도관은 전주교도소 기결 감방 감독 교사 46살 이완성씨와 교사 33살 이재수씨, 그리고 교도 29살 최재성씨 등 3명입니다. 

구속 교도관들은 주범 박봉선과 친분 관계를 맺고 사제 옷을 전달해주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으며 특히 최씨는 탈주 전날 감방을 점검하지 않았는 데도 수검부에 이상 없음이라고 기록해 탈주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광보 삼춘이 1990년 2월 전주교도소에서 지낼 때 탈옥사건이 터졌다. 


“아, 아침에 점검을 하느라 수감자들이 모두 복도로 나왔는데 교도관 한명이 막 뛰어가면서 ‘틀렸어, 틀렸어’하면서 뛰어가더라고. 그래 느낌이 이상해서 창문 밖을 쳐다봤지. 아침에 눈이 하얗게 왔는데 발자국이 담벼락쪽으로 어지럽게 났더라고. 담장에는 나무 사다리 하나가 걸쳐 있고. 그래서 아, 이거 탈옥이구나 생각했지.” 


 그들의 탈옥으로 전주교도소는 발칵 뒤집혔다. 그들의 탈출로 전북 일대가 발칵뒤집혔다. 전주, 익산 일대가 탈옥수로 인해 벌벌 떨어야 했다. 

수천명의 병력이 이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이들은 토끼몰이식의 추격에 결국 31시간만에 대전 대청호에서 천여명의 무장병력에게 포위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박봉선, 신광재는 각각 자살을 하였다. 17세의 소년범은 배가 고파 먹을 것을 주겠다는 경찰의 말을 믿고 자수하여 살 수 있었다. 



“죽은 사람들 중 하나는 무기수고, 하나는 15년을 받았어. 두 사람 모두 살기가 팍팍해서 어렸을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더라고. 그러니 배우지도 못해, 가진것도 없어 하니까 성격이 거칠어 진거지.” 



박봉선, 신광재,  

두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왜 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교도소에서의 생활이 어떠했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그들은 다른 이들이 누리는 평범한 기회와 자유를 누리지 못한채 배고픔에 자유를 구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어쩌면 최악의 생을 사는 동안 31시간의 탈주동안 그들은 잠시나마 그간 느껴보지 못한 그들만의 자유를 느끼지 않았을까? 


“우리야 보안수들이니까 대우가 좀 나았지만 일반죄수들은 겨울나기가 참 어려웠어. 추운 겨울 난방도 안되는 방에서 홑이불하나로 버텨야하니 얼마나 춥겠어. 밤새 추워서 잠도 못자. 그러다가 해가 뜨고 운동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볕이라도 쬐면 그 짧은 햇볕이 얼마나 따뜻하고 포근한지 몰라.“ 


탈옥했던 그들도 잠시였지만 마음껏 따뜻하고 포근한 햇볕을 누렸으리라. 죽음으로 끝난 그들의 엔딩 전 삶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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