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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다샤 Aug 15. 2020

수상한 집 - 광보네

11 -종대



“선생님, 저랑 어디 가실래요?”


“어디?”


“화북에요.?


“화북? 화북은 뭐하러?”


“거기 가보고 싶던 카페가 있거든요.”


“어딘데?”


“화북포구쪽에 새로 생긴 카페가 있는데 저희 인스타에 좋아요 자주 눌러주는 가게가 있어요.”


“아, 그 커피가게. 나 그거 어딘지 알아.”     


평소 화북포구에 88로스터라는 카페에 가보고 싶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이나 글을 보며 로스팅이나 드립을 참 잘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카페를 광보 삼춘도 안다니 참 신기했다. 일부러 카페를 찾아가실리도 없고 어떻게 아시는 걸까?     


“어떻게 거길 아세요?”     


광보 삼춘은 원래 바닷가 쪽 마을에서 자랐다. 태어난 곳은 곤흘동. 그러나 그곳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곳이다. 곤흘동 마을은 4.3사건 때 군인들의 학살과 소개로 인해 마을 건물과 사람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행정지명도 사라진 마을이다. 광보 삼춘 가족은 어쩔수 없이 곤흘동 옆 마을인 화북으로 나와 살아야 했다. 광보 삼춘은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까지 다니던 중에 일본에 갔고, 일본에서 다녀와 그곳에서서 살다 감옥에 갔다. 감옥에 다녀온 후 간첩이 된 자식이 손가락질 받으며 살까봐 지금의 도련동에 부모님이 집을 지어 살게 했다. 그러니 친구들은 모두 화북에 있다. 그래서 자주 화북에 놀러가는 것이다. 화북에 놀러가다보니 새로 생긴 가게나 건물을 보게 된 것이다.     

차를 타고 카페가는 길에 광보 삼춘이 어느 건물을 가리킨다.     


“저기가 종대가 있던 곳이야. 종대가 뭐냐면 불이나거나 마을에 큰 일이 생기면 알릴 수 있도록 종을 매달아 놓은 곳이지. 불이 나면 누구라도 먼저 종대로 달려가 종을 쳐. 그러면 마을 사람들 전부가 모여서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가. 그런데 한번은 종대에서 어떤 남자가 막 종을 친 거야. 그러니 마을 사람들이 막 나와서 불이 난 곳이 어디냐고 막 야단이 났지. 그런데 불이 난 곳은 보이지 않는거야. 그래서 종대에서 종을 친 남자에게 물었어. 불이 난 곳도 없는데 어디서 불이 났다고 종대에서 종을 쳤느냐고. 그랬더니 그 남자가 하는 말이 ‘불이 난곳이 왜 없어요. 내 마음에 불이 났잖아요. 안보여요? 내 마음에 불이 막 났잖아요.’ 하더라는 거야. "    


난 막 웃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았어. 속상하고 억울하고 하니까 그런 괴짜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어디가서 말 못할 일을 당하고 하소연하지 못하니까 막 그런 종을 치지 않았겠어. 나도 속상할 때는 종대라도 있으면 막 쳤을 거야.“     


가족도 보고 싶고, 감옥살이도 억울하고, 재산도 다 날리고, 간첩도 되어버리고.....

그의 가슴에도 불이 났을 것이다.      


이젠 수상한집이 그의 종대가 되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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