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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잘 있습니다
Jun 24. 2022
제가 보냈던 저의 20대는 지금에 비해 어두웠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노력을 하는 것에 비해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고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니, 제 마음속에는 "나는 못 할 거야"라는, 저에 대한 의심 그리고 “왜 나는 이렇게 부족할까”하는 저에 대한 미움이 가득했습니다. 하느님께 기도하며 매달렸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고 그래서 저는 한결같이 응답이 없으신 하느님을 원망했습니다.
"하느님은 정말 계실까?", "만약 계시다면 나를 미워하시는 건 아닐까?", "하느님의 명단에는 내가 없나?", "나의 존재를 잊고 계신 건 아닌가?", "내가 봉사를 열심히 하면 나를 좀 예뻐해 주실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는 쉬운 것들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분명 같이 출발했는데 친 저 멀리 가 있고 저만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내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싫었고, 혼자 있는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저의 인간관계는 '섬'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가족들과 정말 친한 친구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는 사람들만 제 섬에 들여보내고, 그 이외의 관계들은 정리해버렸습니다.
그런 저에게 하느님과 화해하고 나와 화해하게 된 계기가 생겼습니다. 제가 열심히 준비했던 임용고시에 합격을 하게 된 것이었는데, 처음으로 제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합격
통보를 받았던 때가 30대가 시작되는 그 해의 연초여서 더욱 기적처럼 느껴졌습니다. 길고 긴 터널을 완주하고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온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하느님이, 이제 어둠에서 나와서 빛의 자녀로 새롭게 살아가라고 새 생명을 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고, 하느님은 그동안 내 기도에 응답을 안 해주
신 게 아니었다는 거, 단지 아직 하느님의 때가 되지 않아서 적당한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게 하신 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어느덧 8년 차 교육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저는 그때의 그 터널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하느님은 분명 터널 밖으로 나오라고 저를 이끌어주셨지만
저는 여전히 어둠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저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작은 일에도 하느님께 불
평을 하고 여전히 나는 부족하기만 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저는 에페소서의 성경
말씀을 읽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런 말씀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있는 빛입니다. 빛의 자녀답게 사십시오!
제가 너무 답답하셨는지 하느님께서는 성경 문구를 통해 저에게 제발 빛의 자녀답게 살라고 말씀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저를 빛으로 이끌어주시기 위해서 성서모임으로 불러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많
이 바뀌었습니다. 그룹 봉사와 연수 봉사, 그리고 편집부 활동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저에게 얼마나 많은 은총을 주셨는지 알게 되었고 그 은총을 땅에 묻어두기만 하지 않고 가치 있게 쓰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깨닫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끔 내가 너무 싫어질 때면, 예민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는 제 성격이 싫어질 때면 하느님은 그런 나의 성격들이 단점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신 은총이라고 알려주십니다. 하느님의 눈을 통해 나를
바라보면, 나의 예민함은 외부의 자극을 재빠르게 캐치하여 처리하는 민첩함과 예리함이 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잘 보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잘하고 배려하는 능력이 됩니다. 하느님의 눈을 통해 나를 보면, 나는 단점은 없고 장점만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나는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을 이미 넉넉히 받은 사람, 나 자체로도 이미 충분한 사람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다시 그 터널로, 어둠으로 돌아가려는 나를 붙잡아주시고 제가 빛을 찾을 수 있도록 구해주십니다. 그리고, 너는 이제 나의 빛 안에 있단다. 그러니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렴. 하고 말씀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살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