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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후 Nov 26. 2022

필리핀 마닐라에 왔습니다

필리핀 장기 거주를 계획한 지 1년여 만에 드디어 필리핀에 왔다.

살기 위해서,,

살고 싶어서...



막둥이 하숙집이 있는 마닐라 퀘존시티의 한 빌리지에서



세 아이의 엄마,

워킹맘,

불안정한 가정 경제,

3대가 같이 살다가 홀로 되신 시어머니와의 동거...


동정심을 자아낼 만한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20여 년간 늘 꿈꾸어 왔던 삶을 이제 살아보고 싶었을 뿐이다.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시간을 간절히 원해왔다.




2018년, 인생 후반전을 즐겁게 살아보고 싶어서

동반자인 낭군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작은 여행사를 창업했다.


순수한 마음과 열정으로 일을 배우고 쫓아다니고

실패와 즐거움을 맛보며 2년을 달리던 중 코로나 팬데믹을 만났다.

정신적인 기둥이 되어주셨던 시아버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더럽게 운이 없어 정부 생계지원이니 뭐니 하는 각종 지원도 거의 비껴나갔다.


코시국이 막 시작될 무렵 내게 닥쳐온 여러 가지 변화들에 적응하기 위한 자구책은 독서와 여행.

의기소침해진 낭군님과 국내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합법적인, 이유 있는 우리들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독서와 여행을 통해 나의 본성에 점점 더 다가갈수록 갈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답답한 삶의 현실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다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 욕구를 채우지 못하면 삶을 지속하기 힘들 거란 두려움이 밀려왔다.


내 어깨에 짊어진 과도한 삶의 무게를 잠시만이라도 내려놓고 싶었다.

그래야 오래 버틸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때마침 중학교에 막 들어간 막둥이가 필리핀 유학을 원했다.

기특하게도 코시국 직전 한 달간 보냈던 필리핀 어학연수 중 생각했던 바를 펼쳐보고자 하는 막둥이의 계획에 힘입어 나도 나의 꿈을 펼쳐보기로 하였다.

막둥이와 함께 잠시라도 필리핀 생활을 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 계획을 세운 지 꼭 1년 만에 그 꿈을 이루었다.

나는 지금 7월에 먼저 들어와 현지 생활을 하고 있는 막둥이 하숙집에 하숙생으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마닐라 대성당과 스페인 식민지 유적 인트라무로스


필리핀의 국민 영웅 호세 리잘 공원



마닐라에 온 지 벌써 열흘이 지나갔다.


그 사이 마닐라 시내 자유여행을 세 번 했고,

필리핀 북부 비간 역사마을과 여름 수도라 불리는 바기오 여행을 버스를 타고 혼자 강행했다.

쫀득한 심장 마사지를 멈출 수 없었지만

만족감만큼은 최고이다.


호세 리잘 공원 내 일본 정원에서, 비간 역사 마을의 스페인 거리에 서서
나의 여행 친구 산미구엘 맥주
바기오의 밤거리를 누비는 필리핀 대중 교통수단 지프니


앞으로 두 달 조금 못 되는 시간이 남아 있다.

조급해하지 않기로 하자.

그냥 즐기자.

나에게 모든 걸 허용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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