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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후 Feb 11. 2022

선생님, 존경합니다.

고 신영복 선생님을 추모하며


고 신영복 선생님의 6주기가 되던 지난 1월 15일에 <더불어 숲길>에 있는 추모공원에 다녀왔다. 생전에 그분이 머무시던 공간인 성공회대 뒤편 숲길에 마련된 작은 추모공원이다.




대학시절, 선배의 권유로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난 적이 있다. 20년 간의 복역 후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지낸 시간을 마무리하시고, 전국을 다니시며 크고 작은 강연을 하시던 시기였던 것 같다.


맑고 단아하신 그분의 음성과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잠깐의 인연이었지만, 그 이후로 신영복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선생님의 책, [나무야 나무야]와 [더불어 숲 1]이라는 여행 산문집을 필사하면서 더더욱 선생님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벌써 선생님이 돌아가신 지 6주년이 되었다. 올해엔 선생님이 잠들어계신 밀양까지는 아니더라도 생전에 몸담고 계시던 성공회 대학교의 <더불어 숲길>을 마음먹고 다녀왔다. 작은 규모이지만 선생님의 추모공원이 이 숲길에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성공회 대학교의 교정이 그리 넓지 않아서 쉽게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기숙사 뒤편과 이어진 산책로가 추모공원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숲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몇 계단 오르다 만난 <더불어 숲길>이라는 이정표가 반가웠다.

아마도 이 글씨는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선생님의 글씨가 아닌가 싶다. 서민의 술인 소주에 자신의 작품이 사용되는 것을 흔쾌히 허락하셨다는 일화는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저작권료 1억 원도 성공회대의 장학금으로 기부하셨다지... 한 글자 한 글자가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이룬 선생님의 글씨. 그분의 품성이 그대로 배어있는 듯한 선생님의 글씨도 나는 너무나 좋아한다.

산책로를 조금 더 오르다 보면 갈림길에서 <더불어 숲>이란 글씨가 새겨진 바위를 만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길로 조금 더 올라가면 선생님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추모공원이 시작되는 지점 즈음에 선생님의 글과 글씨가 새겨진 설치물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밀양에 있는 선생님의 묘소를 본떠서 조성했다는 자리에는 몇 개의 화환과 꽃다발이 외롭지 않게 선생님 주변을 지키고 있다.


"선생님, 존경합니다."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작은 돌멩이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떠나는 자 흥하리라'
유목 주의의 금언입니다.


이 글귀가 눈에 들어와 그날 이후 오랫동안 내게서 머물고 있다. 그날 나에게 주시는 선생님의 메시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만일 나에게 선생님을 한 번 더 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슴에 품은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못한 말들을 한 무더기 쏟아내어 보고 싶다. 무어라 답해주실지는 알 수 없지만 잔잔한 미소를 품고 내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 주실 거란 막연한 믿음이 있기에...


아쉽지만 지금은 그분이 남기고 가신 책을 통해 그분의 음성을, 메시시를 확인한다. 오늘도 그분의 글을 필사하면서...


선생님, 존경합니다!

#신영복선생님 #더불어숲길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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