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 아카시아
어느 날쯤이었지
저무는 저녁 창문에 비친
불그스름한 불빛처럼
온 산을 진달래 등불이 밝히던 때가
그새 또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벌써 떠날 날이 되었다고
온 산 창문마다 아카시아 꽃이
아침 햇살처럼 밝았단다
어둑어둑할 때 찾아든
지친 길손 같던 진달래꽃
환해진 아카시아꽃 같은
아침 햇살 받으며 떠날 수 있으리.
* 지난 토요일 오후 점심 지나 뒷산에 올랐다. 바람은 산들거리고 아카시아 꽃 향기는 절정을 지난 듯 꽃잎들이 떨어져 있다.
아, 난 무심코 아카시아 꽃잎을 밟다 내 코끝이 매워진다. 더위가 오기 전에 하얀 꽃을 피어 근동을 달콤한 향기로 채우며 가는 봄 속에 피는 꽃.
아카시아 꽃은 향기를 발산해 벌 나비들에게 자신을 다 내어 맡긴다. 땅에 떨어져선 사람들의 발길에 짓이겨지면서까지 마지막 향기를 짜내고 있다
초목도 이리 살고 있구나 싶은 순간 옹졸한 내 모습에 코가 시큰해진다. 자연이나 사람이나 모두가 자신을 아낌없이 무언가에 내줘야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