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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말스런 여자 Oct 21. 2020

견우와 직녀가  만난 날의 단상

고구려  덕흥리 고분의 견우와 직녀가 그려진 벽화
   

   견우와 직녀가 만난 날의 단상

오늘이 칠월 칠석날이란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기쁨의 날이자, 다시 헤어져야 하는 통한의 날이기도 할까?
천상의 세계도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르지 않나 보다. 자신의 의지대로 안 되는 건.


天帝는 소치고 베 짜며 열심히 살아가는 견우와 직녀가 이쁘다고 중매 서 줄 때는 언제고, 둘이 눈 맞아 좋아서 탱지 탱자 놀기만 하는 직무태만이라고 다시 이들을 떼어 놓았다.  좋아서 죽고 못 사는 이들을 은하수로 갈라놓는 천제가 잔인한 건가? 직무태만 죄로 견우와 직녀가 마땅히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자업자득인 걸까?

견우와 직녀는 일 년에 한 번의 만남도 은하수 때문에 길이 막혔다. '기가 막히면 울음밖에  안 나오지', 견우는 이편  직녀는 저편에서  울고 울다가 그 눈물이 지상에서는 홍수가 되었단다. 까마귀, 까치는 머리가 벗어지도록 잇대어서 사랑의 가교인 오작교를 견우와 직녀에게 만들어 줬다고 전해져 오는 견우직녀 이야기다.

올해 이 땅에 홍수가 이리 범람 함은 견우와 직녀가 서로 너무 보고 싶었나 보다.  많은 논밭이 침수되고, 마을이 물에 잠기고 소들이 물에 떠내려 가는 이변이  일어났다. 칠월 칠석날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서  은하수 이편저편에서 견우직녀가  울어서 이리 홍수가 났을까?

하늘에만 견우직녀가 있을까? 이 땅에도 지금 너무 많은 견우직녀들이 울고 있겠지.
살다 살다 지쳐서 울어버린 눈물들이 이 시대의 이상한 징후들일까?
평생 듣도 보도 못했던 코로나 19. 지금도  난 너를  모르는데 어쩌나!  이제 마스크까지 써 버렸으니.
처음 경험해본 한 달 넘어 두 달에 가까운 장마는  어쩜 에어컨도 틀어보지 못하고 지나가 버릴 것 같은 여름이다.

그래, 너무 속단하지 말자. 모든 문제에는 늘 답이   있단다. 천제에게서도 명령은 나와도 답은 안 나온다. 새들의  왕인 독수리도, 매도 아니다. 그럴지도  몰라. 까마귀와 까치가 답이야. 가장 하찮게  생각하는 미물인 까마귀와 까치가 아름다운 오작교를 만들어 냈잖아.

 지금, 여기에. 내 삶의 주변 사람들이 바로 머리가 벗어지도록 일하는 까마귀와 까치임이 깨달아질 때가  바로 새로운 세상으로 변형되는 시작일 수도..

전남 구례에서 소가 물에 떠내려 가다가 몇 마리가 지붕에 올라갔다가 구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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