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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말스런 여자 Oct 22. 2020

인간은 이야기하려고 산다

1

친구야!
 화려한  꽃들의 잔치였던 4월도 가고 있다.
친구의 이야기는 풍문으로 들었소.
이 밤이  또 윤기가 돈다.
인간이 왜 살까?
이유야 셀 수 없겠지만 인간의 깊은  본질이야 엇비슷하겠지.


친구야!
그래, 난 이 프사 멘트  좋아해.
"인간은 이야기하려고 산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아가는 엄마와 눈 맞춤으로 무언의 이야기를 하고.
자라면서 끊임없이 종알종알  종달새처럼 지저귀며, 사춘기의 아이들도 쉴 새 없이 세상을 노래한다.
우린 평생 누군가의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듯.
가장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는 어쩌면 내가 세상살이에 가장 힘들 때겠지.
누구도 이야기할 사람도 없을 막막할 그때마저도 우린 이야기한다.
내가 나에게 말을 걸며, 힘들면 저절로 중얼거린다.

하여, 서울역에 노숙자들은 이 밤도 중얼거린다.
술 한잔 들이키며 중얼거리고, 어떤 이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중얼거리며 산다.

친구야!
우린 혼자 중얼거리기 전에 이야기하고 살자.
그런 날을 한양 땅에서 기다리며.


2
 "응앵은 이야기하려는 아가의 울음소리라?"
친구의 발상이 기발하다.
거기에 내 상상력도 덧붙여볼까?
아가는 ' 응앵 ' 하는 울음으로 세상에 첫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건 신이 부여한 메시지를 품으면서도 자신만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거대한 화산 폭발 같은 외침일런지도.
그냥저냥 무의미한 울음이 절대 아니다. 우린 그 울음을 너무나 쉽게  간과한 것이리라.
우리의 말들도 그럴까?
내가 나를 만나고, 너를 만나면서 우린 중얼거림을 이야기로 만들어야 되나 보다.
내가 살아가며 중얼거리는 것은 내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라고, 곧 내 삶이 없기 때문이라고.
너와 내가 만난 작은 흔적이 자궁 속에서 형체가 완성되고, 때가 차매 세상을 뚫고 나온 아가들처럼.


어쩜, 어쩜!
오늘 나의 말들도 너의 말들도, 의미 없는 듯한 중얼거림이 살아 있는 이야기로 변형되고, 구슬이 꿰어져 보배가 되는 엄청난 날들일 거다.
지금 창밖의 풍경도 눈이 부신다.

                            백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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