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봄날

by 수말스런 여자

오는지 모르게 오더니

가는지 모르게 가는가

대지의 나른한 향기에 취해

눈부시게 번져가더니


꽃망울들 앙증맞게 맺히고
화살촉처럼 여물어

햇살처럼 벌어지는

소리 없는 꽃들의 향연이 지천에 현란한데


눈길 한번 돌린 짬에

마알간 손톱 같은 성질 급한 꽃잎들은

벌써 내려와 아쉬움 없다는 듯

바람 따라 뒹굴고

덩달아 어느 순간

고상하고 품격 있는 자태를 잃어버린

저 흰 목련도 슬픔에 녹이 슨 듯

볼품없이 누워 있다.

꽃은 필 때가 아름다움의 절정이겠지만
난 그냥 오늘 하루도

다듬을 수 있으면 족하리.


백산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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