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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길 Sep 22. 2020

운동을 즐기는 우리의 힘을 믿어

운동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편집자가 퇴사할 뻔했다는 글로벌 스포츠 기업 광고를 봤다. 평소 기업 홍보보다 메시지 전달을 강조하는 광고가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예전 광고와 비슷하겠지’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길지 않은 1분 30초의 광고 영상은 내 눈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아 버렸다. 여느 영화보다 강렬했으며, 여느 소설보다 감성적이었다.

이 광고는 좌우 분할된 화면을 이어주는 기법을 활용해 마치 하나의 화면인 것 같은 착각을 만들어낸다. 좌우 정확히 일치된 동작이 연결되어 다른 공간에 있던 스포츠 선수들을 한 공간으로 불러낸다. 4000개의 스포츠 경기 중 72개의 장면과 52명의 선수를 선택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같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1040시간 동안의 작업을 통해 1분 30초 광고를 완성했다. ‘편집자가 퇴사할 뻔했고, 영혼을 갈아 만들었다’라는 극단적인 수식어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새삼 실감케 했다.

광고 영상에서 멀리뛰기가 르브론 제임스의 슬램덩크로, 피겨스케이팅 트리플 악셀이 크리스티안 호날두의 회전 골 세리머니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현란함이 일품이지만 무엇보다도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YOU CAN'T STOP SPORT, YOU CAN'T STOP US’

광고의 마지막 장면인 이 문장은 ‘스포츠를 멈출 수도, 우리를 막을 수도 없다’라는 단순한 해석보다 ‘스포츠를 통해 하나 되는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에 직면해도 언제 어디서나 스포츠를 통해 이겨낼 것이다’라는 영상이 보여주는 함축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스포츠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방법보다 모두가 하나 되어 즐기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멈출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이유이다.

코로나로 인해 움츠려져 있는 학교에서의 체육수업을 생각했다. ‘광고처럼 어떠한 어려움에 직면해도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방법을 통해 운동을 즐기며 이겨내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이다. 그동안 어렵다고만 여기고 스스로 멈춰있었는지 되돌아보고 다시금 다짐했다.


요즘 학교체육에서는 ‘운동소양’을 강조한다. 어떠한 분야에 대해서 갖고 있는 전반적 자질과 능력을 뜻하는 ‘소양’에 ‘운동’이 합쳐져 운동과 관련한 자질과 능력을 말한다. 이런 자질과 능력은 비단 운동을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운동을 알고, 느끼는 것도 포괄한다. 광고에서 말한 것과 같이 운동을 즐기는 방법은 직접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읽고 쓰기도 하고 알고 느끼기도 하며 다양하다.

코로나로 어려운 이때 직접 하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활용해 운동을 즐기면 된다. 어김없이 찾아온 2학기 원격수업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시도했다. 새로 시작한 축구수업에서 그동안 배웠던 축구의 기술과 용구, 규칙 등의 단어를 이미지화해 그려볼 수 있도록 했다. 축구를 그리는 활동을 통해 직접할 때와는 다른 느낌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런 활동을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라 했고, 완성된 작품은 패들렛(padlet)이라는 공유 플랫폼에 학생 스스로 게시했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하나, 둘 올라오는 학생들의 작품을 보며 신기하기도 뿌듯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오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한 발상에 감탄했다. 자신의 작품을 친구들과 비교하며 서로에게 이러쿵저러쿵 댓글을 달고 하트를 날리는 모습이 직접 하지는 않지만 축구를 통해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건강을 위해, 또는 행복을 위해 운동을 멈출 수 없다. 학교에서 체육수업이 멈춰있으면 안 되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운동을 알아보고 느껴본다면 직접 행하지 않아도 멈춰 있는게 아니다. 그리고 분명 그 경험이 직접 행하는 것과 이어져 평생동안 운동을 즐기게 하는 좋은 밑거름이  것이라 믿는다.


패들렛에 게시된 축구 타이포그래피
축구 타이포그래피 '헤딩'
축구 타이포그래피 '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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