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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정길 Jul 01. 2020

아동중심 교육과정의 진정한 의미

존 듀이의 『아동과 교육과정』을 읽고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실용주의 교육사상을 견지하며 진보주의 교육에도 큰 영향을 끼친 존 듀이라는 이름을 익히 들어봤다. 대학을 다닐 때도 임용을 준비할 때도 교육학 서적과 전공 서적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존 듀이의 실용주의 교육사상과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아동중심과 경험중심을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그 본질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21세기 학교 현장에서 가장 보편적이며 타당하다고 여겨지는 학습자 중심 교육의 뿌리인 존 듀이의 아동과 교육과정을 이제야 읽게 됐다.


아동과 교육과정 경험과 교육은 1962년 사회 상황에서 당시 존 듀이의 교육사상을 소개한 책이다. 그중 아동과 교육과정이라는 주제는 아동과 교육과정은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가?라는 큰 물음에 존 듀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아동과 교육과정, 아동의 경험, 교과의 심리화의 세 부분으로 나눠 볼 수 있는 이 주제에서는 아동과 교육과정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교육활동의 양 끝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아동의 경험은 계속하여 성장하며, 흥미는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주고 교과는 아동의 경험이 발달하는 지침을 준다. 그러므로 교과의 심리화, 즉 교육내용을 아동의 일상적인 삶의 경험과 관련지어 재구성함으로써 교육의 과정이 의미 있어진다는 내용이다.


존 듀이는 이런 내용을 아동과 교육과정 사이의 소송으로 표현한다. 최종적으로는 아동에게 승소 판결을 내려주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교육에 있어서 모든 결정의 기초는 현재 아동들이 가지고 있는 성장해 가는 힘이며, 교육의 과정에서 아동들이 표출하는 현재 능력에 대한 고려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교육의 과정에서 성취하고 실현해야 할 것도 아동의 현재 태도를 토대로 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존 듀이의 사상과 흐름이 진행되어 현재의 학교현장에서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구축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존 듀이와 같이 아동과 교육과정 사이의 이원론적인 오류는 부정하면서도, 아동과 교육과정 사이의 소송에서는 교육과정에 조금 더 힘을 실어 줄 듯하다. 현직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도 사실은 이 부분이다. 아동의 경험 내에 있는 흥미와 교육과정 내에 있는 교과의 균형이 가장 어렵다고 여겨진다. 학생의 경험적 측면에서의 흥미가 중요하지만 흥미만을 우선하여 교육을 실시할 경우 교육내용의 목표 달성이 실제적으로 어려웠던 교사 경험이 나에게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의 흥미를 최대한 고려하고, 교육내용도 학생의 흥미를 반영하여 재구성해 교육내용을 심리화하여 교육하고 있지만, 교육의 목적과 목표 측면에서의 교육과정을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경험 그리고 흥미를 중요시하는 나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교육의 목표 달성 여부 및 교과 내용을 중시하는 나의 교육적 철학과 사상을 아동중심, 경험중심이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교과중심, 내용중심이라 해야 할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모든 것이 교육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만 확인할 뿐 더 이상의 깊이 있는 대답은 할 수 없다.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해 글을 다 읽고 다시 한번 내용을 훑어보았다. 유독 진하게 밑줄 쳐진 문장이 눈에 띄었다. ‘교사는 학습자를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모든 것을 계획하고 지시하고 통제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학습자에게 상당한 자유를 주고 그들이 능력이 마음껏 피어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이 문장을 통해 존 듀이가 생각한 아동중심 교육과정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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