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를 시작해야지~~

(텃밭을 일구다)

by 바람마냥

한 해 농사를 시작해야지. 퇴비를 주고 토양살충제를 뿌려야 한다. 삽으로 파 엎으려면 언제 할까 또, 망설임은 하지 않던 일을 하면 쓰는 근육이 달라서다. 가끔은 근육이 골을 부리기도 하고, 숨을 헐떡이게 되니 망설이게 되는 고희를 넘긴 청춘이다. 남들이 들으면 엄청난 농사를 짓는 줄 알겠지만 기껏해야 10평 미만의 밭이다. 60여 평의 잔디밭을 일구고 남은 자투리 땅에 상추와 각종 야채를 심는 작업인데, 심는 목적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 먹기 위함도 있고, 보고 위함도 있으며 냄새를 맡기 위한 작물도 있다.


상추는 먹기 우선이기에 다양한 종류를 선호한다. 상추가 대세로 대략은 세네 종류, 품목 선정은 오로지 모종을 파는 주인장의 권장에 따른다. 상추가 잘 자라면 내가 잘 기른 덕이고, 시원치 않으면 상추모를 파는 주인이 잘 못 권해서라고 핑계를 삼으면 언제나 흡족한 봄 농사가 되기 때문이다. 쌉쌀한 쑥갓이 빠질 수 없고, 케일도 한몫을 한다. 치커리도 구색을 맞추기 위해 등장하고, 겨자채도 있어야 색깔이 어울린다. 이만하면 대략 60여 포기를 심어야 하니 대농이라 해야 되지 않을까? 60여 포기를 심으면 욕심이라 하겠지만, 아는 주변 사람은 다 주고도 남는 분량이다.


색깔을 고려한다면 방울토마토도 등장해야 한다. 우선은 붉음이 있고, 주황이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흑색도 등장하면 밭은 이미 색깔로 충분하다. 시골살이하면 삼겹살이고, 삼겹살이면 청양고추를 제외하면 섭섭하지 않을까? 아삭이 고추를 심었으면 청양고추가 있어야 어울린다. 싱싱한 상추 한 잎에 삼겹살 한두 첨, 그리고 파절이와 잘게 썬 청양고추가 있어야 제격이다. 와, 이런 맛을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인간의 매움의 아닌 천연의 매움, 시원한 매콤이다. 시원한 매콤은 짜릿함을 넘어 달콤함을 얹어주니 늘 몸서리를 친다. 여지없이 상추밭으로, 청양고추밭으로 향하는 이유다. 이젠, 색과 멋 그리고 냄새를 고려해야 한다.


냄새 하면 더덕을 지나 칠 수 없고, 색깔엔 도라지의 보랏빛과 하양을 넘어설 수 없다. 거만스러운 멋은 이슬을 이고 작은 바람에도 건들거리는 토란 잎을 외면할 수 없다. 더덕의 묵직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있고, 맑아도 너무 맑은 도라지 꽃의 보라와 하양이 있으며, 아무 생각 없이 몸을 흔드는 토란을 거역할 수 없다. 갖가지 상추에 맛과 멋 그리고 색깔이 어우러졌으니 대농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봄 농사의 시작이다. 이젠, 남은 것이 있으니 처절한 근육을 만들어야 한다. 처절한 근육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추 몇 포기 심는다고 몸이 고단하면 곤란해서다. 아침으로 체육관을 가고, 산을 오르며 가끔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 마실을 간다. 산들바람이 불러내고 맑은 햇살이 비춰주니 비탈길을 타고 달리는 자전거가 신이 났다. 새들이 떠들던, 닭이 울어대고 동네 개가 다 짖어도 전혀 상관없다. 다 함께 살아가는 골짜기의 살림살이, 나는 나대로 살고 산 식구들은 그들대로의 삶을 이어가면 된다. 겨울 동안 동계훈련을 꾸준히 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늙어가는 청춘의 자만은 그만둬야 한다. 그래도 다행이지 않은가! 고희를 넘겼다지만 아직은 수킬로미터는 뛸 수 있으니 말이다.


근육운동으로 40여분 숨을 고른 후에 30여분을 넘겨 뛰는 것을 보면, 주위에서 놀라는 척을 해주니 오늘도 기고만장해서 남은 거리를 기어이 끝내고 만다. 숨을 헐떡거리며 땀을 흘리는 아침, 신선함에 시원함이 가득한 아침이다. 조금은 겨울이 남아 있어도 시원한 냉커피 한 잔을 움켜쥔 모습은 그럴싸하지 않던가! 새벽이면 일어나 일을 하고, 체육관으로 향하는 이유다. 골짜기의 아침을 서두르며 오늘도 봄날을 거닐어 본다. 야, 이것이 봄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