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새대가리'라고 했던가?

새와의 동거를 하면서(빅토리아 폭포)

by 바람마냥

잔디밭 끝에는 두 그루의 블루베리 나무가 심겨 있다. 지난해에 야심적으로 심었던 나무다. 거무스름한 열매가 달리면 아침마다 갈아먹기도 하고, 손녀딸이 오면 스스로 따 먹을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였다. 블루베리를 파는 곳에 가서 문의하자 집까지 가져다 심어주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나무에 관한 아무 지식도 없던 차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돈을 지불했다. 어느 날 트럭으로 실어다 잔디밭 양쪽으로 심어 놓았다.


지난해에는 물을 주면서 자주 돌보았더니 꽃이 피고 난 후, 그런대로 열매가 잘 맺고 실하게 영글었다. 더러는 따서 먹기도 하고, 손녀의 놀거리가 되기도 했다. 잔디밭 한 구석에 심어진 블루베리는 열매도 주지만, 잔디밭을 한층 고급지게 만들어 주어 고맙기도 했다. 하지만 블루베리를 얻기까지는 많은 고난의 길이 걸어야 했다.


많은 고난 중에서도 무엇보다 고난을 안겨주는 것은 산까치의 습격이다. 아침저녁으로 몰려오는 산 까치떼는 막아낼 도리가 없다. 한두 마리가 아니고 떼로 몰려들어 시위를 하는 모습은 시골 동네를 시끄럽게 하기도 한다. 특히, 산란기에는 더 소란스럽고 공격적이어서 사람 쪽으로 낮게 비행하며 사람을 해치려고도 한다.


처음 시골집에 자리를 잡았을 때,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새들과의 전쟁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울어주는 새소리는 얼마나 낭만적인가? 하지만 하루, 이틀 살아보면 그 소리도 낭만적으로만 들리지는 않는 문제이다. 집을 지을 수 있는 곳이면 집을 지으려 갖가지 검불을 물어다 놓는다. 처음에는 시골에 왔으니 같이 살자는 생각이었지만, 수도 없이 떨어지는 배설물은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다. 차량은 물론이고 집구석마다 어지럽게 더럽혀 놓는다.


농사를 짓는 지인이 하는 말이 생각난다. 고라니가 귀엽다는 말을 하자 한 번 농사를 지어 보란다. 일 년 내 고생해서 지어 놓은 농작물을 단번에 망쳐놓는 것을 수없이 당해보면 그런 소릴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수도 없이 쏟아내는 배설물, 양지바르고 전망 좋은 곳에는 여지없이 날아들어 더럽히는 데는 당할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새가 집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람개비였다.


바람개비를 새가 집을 지으려는 곳에 설치해 놓은 후, 작은 새들은 집 짓는 것을 포기하고 오지 않았다. 이것이 새를 쫓아내는 방법이라는 생각에 이웃에 알려주자 동네가 전부 바람개비 동네가 되었었다. 이것을 가지고 블루베리를 보호할 수는 없을까?


하지만, 산까치에게는 그것도 헛수고였다. 하루 이틀은 산까치가 망설이더니, 점차 바람개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바람개비를 무서워하지 않고 전혀 관심이 없는 듯하다. 바람개비를 꽂아 놓은 부분에 앉아서 블루베리를 따 먹는 데는 당할 방법이 없었다. 새로 고안해 낸 방법이 그물망을 씌워놓는 방법이었다.


블루베리 두 그루 때문에 그물을 살 수도 없어 양파를 넣는 망을 사용하기고 했다. 아내는 양파망을 잘라 그 위에 씌워 놓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으나 그것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처음에는 망설이는 듯했으나 망을 씌워 놓으면 망이 씌워진 아래 틈으로 머리를 밀어 넣고 블루베리를 따 먹는데, 그것도 까맣게 익은 것들만 따 먹는다.


누가 '새대가리'라고 했던가?


바람개비를 꽂아 놓으면 바람개비를 바치고 있는 곳에 앉아 따 먹는다. 망을 씌워 놓으면 고개를 아래로 밀어 넣고 따 먹는다. 그것도 까맣게 익어 맛이 있는 것만 골라서 따 먹는다. 산까치가 몰려오면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쫒아 가 헛팔매질을 해보기도 했지만 산까치는 멀리 가지도 않는다. 가까운 전깃줄에 떼 지어 앉아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화풀이를 한다.


올해는 어쩐지 산까치가 늦게 찾아온 덕에 약간을 블루베리 맛을 보기도 했고, 엊그제 온 손녀딸도 블루베리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블루베리 맛을 이만큼이나 보고 난 후, 나머지는 산까치의 몫으로 남기기로 했다. 누구의 말대로 그들이 사는 곳에 우리가 와 자리를 잡았기에 그들에게도 먹을 것을 좀 남겨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이제 남은 것은 산까치에게 먹으라고 하자! 산까치도 먹고살아야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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