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살이의 즐거움. 몽골에서 만난 초원)
어제는 또 실수를 했다. 이웃에 사는 부부들이 다 모이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시골살이를 하면서 이웃들과 어울릴 수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가 시골로 이사를 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었다. 다행히도 같이 사는 이웃들이 언제나 마음을 열고 환대를 해주어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시내에서 볼 일이 있기에 가끔 나가 일을 보면서도 시골길을 서두르게 된다. 어느덧 이곳에 생활이 익숙 해저 시내 생활이 불편하게 느껴짐은 사람이 참, 변덕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언제는 그 생활이 편했는데 지금을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오늘은 시내에 볼 일이 있어 나갔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와 소주나 한잔 할까 해서 삼겹살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시내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도 볼 일이 없으면 잘 나가지 않고, 나갈 일이 있으면 한 번에 일을 모아서 일을 보고 돌아오곤 한다. 시골에서 얻을 수 있는 채소가 다양해 먹거리를 위해 마트에 가는 경우도 많지 않은 이유이다. 또 가까운 거리에 유명 로컬푸드점이 있어 웬만한 것은 싱싱한 것으로 이곳에서 해결한다. 오늘은 시내에서 점심 약속이 있어 나가다 돌아오는 길에 집에 있을 아내를 생각해 삼겹살을 사 가지고 왔다.
삼겹살을 사서 돌아오는 느낌은 오래전 아버지 생각이 났다. 시골에서 구정이나 추석이 돌아오면 동네에서 돼지를 잡아 나누어 먹는 시절이 있었다. 건너 마을에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으면 그것은 돼지를 잡거나 아니면 누구네 일이 있어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구정이나 추석이 되면 거의가 돼지를 잡는 것인데, 돼지를 잡아 동네 사람들이 싼 값으로 사가는 모임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버지는 돼지고기를 두어 근 새끼 끈으로 묶어 들고 오시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는데, 그것이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오래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집으로 와 아내에게 건네주었다.
아직 저녁때가 되지 않아 뜰앞에 풀을 뽑고 있으려니 아내가 준비를 다 한 모양이다. 이것저것을 마저 챙기고 앉아 고기를 구우면서 소주를 한두 잔 주고받았다. 신선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뜨락에 앉아 저녁을 먹는 기분은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다. 멀리 산에는 구름이 흘러가고 있고, 하늘을 나는 새들도 보금자리를 찾아 날아가고 있다. 뒷산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가을을 재촉하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고기를 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려는데 이웃 아주머니가 운동을 하러 나온다. 집 앞을 여러 번 오가면서 운동을 하더니 어디로 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우리가 술 한잔 하면서 불편해할까 자리를 피한 것이었다. 억지로 부를 수도 없는 것이어서 망설이고 있던 순간, 윗집에 사는 이웃이 차를 몰고 지나간다.
언제나 적극적이고 살아감에 활력을 주는 이웃이다. 지나는 길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정스런 말을 항상 건네는 친근한 이웃이다. 아내가 얼른 일어나 손을 흔들며 소주 한 잔하고 가라 하자 차문을 열고 망설인다. 아내가 얼른 다시 손짓을 하자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차를 집에 주차하고 내려온다는 것이다. 언제나 활달하고 건강한 이웃이 오면서 사태는 커지는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차를 집에 세우고 이웃이 오면서 술잔이 오간 후, 수줍어하시던 다른 이웃 아주머니가 왔다. 마음의 문을 열고 살아가는 시골에서 이웃들이 모이면 활기가 넘친다. 다시 다른 이웃이 참여하게 되고 그러면서 또 이웃의 남편들이 모두 왔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이웃들과의 저녁 모임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았다.
아내와 둘이 먹으려 준비한 삼겹살이 부족하고 둘이 마시려던 맥주와 소주가 부족했다. 혹시나 해서 더 준비했던 삼겹살도 어림이 없다. 할 수없이 고기는 이웃의 신세를 지고, 서둘러 소주와 맥주를 냉장고에 넣어야 했다. 섣불리 시작했던 삼겹살과 저녁 모임은 순식간에 이웃들의 모임이 되었다. 도시에서는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즐거운 이웃들의 모임이 되었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모임이 거창하게 커지고 말았다. 이렇게 이웃들과의 모임이 만들어지는 것이 시골살이의 재미이기도 하지만, 그리 쉽지는 않은 일리라 모두에게 고맙다.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바람마저 싱그럽다. 하얀 가로등이 빛나는 불빛 아래서 이웃에 사는 부부들이 모여 고기를 나누고, 살아가는 시골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시골로 이사하며 하고 싶었던 일중에 하나가 이웃들과의 벽이 없는 어울림인데, 이렇게 쉽고도 즐겁게 이루어질 수 있음이 신이 난다. 섣불리 시작한 저녁상이 이웃들이 다 모이는 유쾌한 자리가 되었고, 그로 인해 낯선 시골살이에서 많은 내편을 만들었다. 이만하면 여러 고민 끝에 시골로의 한 이사가 성공한 것이 아닐는지 생각하게 하는 초가을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