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여행, 숨을 고르고 있다.

(30년을 여행하다, 포르투갈의 서쪽 끝 까보 다 로카)

by 바람마냥

1990년대, 해외여행이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당시엔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이는 기회가 많았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로 가정사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사이들이다. 소주 한잔 나누는 중에 해외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모두는 그러면 같이 한 번 가 볼까? 술기운에 주고받던 이야기는 현실이 되었다. 몇 명이 모여 추진을 하고 나머지가 호응하며 여행은 시작되었다. 아직도 이어지고 있으니 거의 3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멋진 여행이 오래 기간 지속되고 있어 몹시 부러워한다.


처음 여행을 시작한 1990년대는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지 않았었다. 배낭여행은 아주 귀한 경우였고, 패키지여행도 흔하지 않았다. 최초 여행지는 태국의 파타야와 베트남이었다. 생전 처음 해외를 가는 친구들이 많았다. 친한 부부끼리 떠난 여행은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즐겁지만 어려움도 많았다. 해외여행은 배낭여행으로 발전하였고 진화가 거듭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여행을 마치고 여행 방법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여행은 다양한 방법으로 변신했다. 모든 여행을 여행사에 단독으로 의뢰하는 경우도 있고, 계획을 세우고 여행사가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계획에 따라 자유여행 겸 배낭여행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 배낭여행은 항공권만 예약하고 무작정 출발한 여행이었다. 무모한 듯한 여행은 그리스와 터키였다. 친구들 중에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도 없다. 배낭여행을 한 경험도 없는 친구들이다. 계획을 세워 그리스의 아테네 공항에 도착한 것은 한 밤중이었다.


낯선 외국 땅에 내려 숙소를 찾아 나선 것은 지금도 생생하다. 더듬거리는 영어를 무기로 숙소를 정하고, 여행지를 탐색하며 하루하루를 이어가는 여행은 대략 20여 일로 짜였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그리스와 터어키로부터 남미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으로 이어졌다. 20여 일을 동안 배낭을 메고 다니는 여행은 피곤하기도 했지만, 나름대로의 즐거움과 짜릿함이 있었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 북유럽 20일의 배낭여행이 끝났다. 4,000여 km를 손수 운전하며 여행하는 기분은 상상할 수 없는 환희를 주었다. 30년 가까이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믿는 친구들이 있어서였다.


대개 친구들과의 여행은 한두 번 동행하고 중단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3박 4일이나 4박 5일 여행 정도는 대체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체력이 된다. 길어지면 몸이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아무 일도 아닌 것에 짜증이 나고, 상대방의 삶의 방식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과 생활하면서 서로 불편하다. 양보하던 생활이 한계가 온다. 말다툼이 되고 언성이 높아진다. 즐거웠던 여행이 서먹해져 돌아와 각자 입맛에 맞는 여행을 하게 된다. 오랜 기간 같은 사람이 동행하기는 그래서 쉽지 않다.


함께하는 여행은 만만치가 않다.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삶의 방식이 다르다. 그런 사람들이 20여 일을 같이 여행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역할을 정해 여행을 계획하기로 했지만, 그것도 수월하지 않다. 각자의 개성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점은 믿을 친구들이 있다는 점이다. 조금 부담스러운 곳도 친구들을 믿고 갈 수 있다. 친구들이라 재미있는 여행이 된다. 반면에 어려운 점도 많다. 숙소를 잡기가 힘들다.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숙소가 쉽지 않다. 생각이 다르고 식성이 다르다. 식사 주문에 어려움이 많다. 30년 가까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믿고 있다는 점이다. 좋은 친구들이다.


어려운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신나는 일이 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곳이 얼마 되지 않아 텔레비전에 소개된다. 대부분의 여행코스가 그렇다. 몽골이 그렇고, 북유럽이 그랬다. 아프리카 나미비아가 그렇고, 우유니 사막도 그랬다. 여행한 코스가 대부분 동일하다. 어느 여행지든지 여행하는 루트가 있어 그렇다. 거기에 미개척지역을 여행지로 택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여행 후의 일이다. 모두 즐거워하고 신기해한다. 여행코스를 선도적으로 계획하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북유럽 배낭여행을 마치고 다음 순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쪽이었다. 남미 중에서 북쪽으로는 몇 년 전에 20여 일간 배낭여행을 했다. 남미의 남쪽 방향을 2020년 11월을 예상하고 계획 수립이 끝났다. 수차례 만나 계획을 수립했다. 여러 여행사에서 견적을 받았다. 여행사 선정도 되어 출발만 기다리고 있던 차에 코로나 19가 등장했다. 혹시나 했는데 코로나가 심해졌다. 언제 여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여행이 하루빨리 재개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코로나 19로 잠시, 다음 여행을 위해 숨 고르기를 하는 중이다. 코로나 19가 종식되고 전의 삶이 돌아오길 간절히 기대한다. 친구들과의 즐거운 도전은 오늘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