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일 들, 우루무치에서 만난 사막)
가끔, 살아가면서 난감한 일이 생긴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쩔 수가 없다.
난감한 일은 내가 잘 못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이 잘 못해서 생기는 경우도 있다.
복잡하게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갖가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곤란한 일은 의도하지 않게 생길 수도 있고, 개인의 부주의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서로가 배려하고 아껴주면 대부분은 해결이 될 일인데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서로가 불편해지고 곤란한 경우가 되니 어떻게 해야 하나?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약속에 관한 이야기이다.
약속이란 모두에게 주어지는 동등한 24시간을 아끼며,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켜야하는 규칙이다. 누구나 동등하게 주어지는 야속한 시간이기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 애를 쓰며 산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상대방의 시간을 빼앗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귀중한 시간을 서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약속이 있으면 적어도 10여분은 일찍 도착하려 노력한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해소하기도 하고,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엄격한 삶을 살아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야 마음이 편해서 좋기 때문이다.
어느 모임에서 약속을 했다. 오늘도 족히 10여분은 일찍 나와 기다렸다. 조금 일찍 나와 여유를 즐기며 기다리는 맛도 있다. 이것저것 생각해 보기도 하고, 여유스러운 시간이 행복하기도 하다.
약속 시간이 되었는데 오지 않는다. 또, 그 사람이 그런다.
차가 밀려서 그렇겠지라는 생각에 더 기다려 본다.
그래도 소식이 없다.
전화라도 해주면 고마울 텐데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는다.
한참 지나서 무슨 일이 있나 걱정스러워 전화를 했다.
어렵게 받은 전화 속에서 아무런 느낌 없는 소리가 들려온다.
"거의 다 왔어!" 한다.
이제야 도착했거니 하면서 기다렸지만, 그래도 오지 않는다.
그러고도, 한참을 더 기다렸다.
그렇게 약속 시간은 30여분이 지났다.
늦게서야 도착한 사람은 한마디 말이 없다.
얼굴빛도 변하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말이 없으면 얼굴빛이라도 변했으면 좋으련만, 무덤덤하다.
그 얼굴에 뭐라고 할 수가 없어 아무 일 없는 척한다.
하지만 마음은 무겁다. 하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
너무나 태연해서 화가 난다.
너무나 태연한 얼굴을 보고 얼굴색이 변한다. 그것도 바로 변한다.
좋고 나쁨이 얼굴에 나타나지 않아야 하는데, 더구나 말에도 티가 나지 않아야 하는데.
그것이 제대로 제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곤란해지는 경우도 있다.
상대방이 태연하면 나도 덩달아 태연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싫으면 싫다고, 좋으면 좋다는 말을 금방 해버린다. 얼굴색까지 변해 버린다.
심하면 올바른 소리까지 하며 지적도 한다.
병중에서도 큰 병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 오래된 병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고칠 수 없을까고민하지만, 죽어야 치료되는 병인지는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