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에 감사하며

(한 해를 보내며, 부탄의 탁상 곰파:본인 촬영)

by 바람마냥

경자년도 다 저물어간다. 엊그제 맞이한 듯한 이 해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갔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한 해 동안 많은 일을 하면서 지냈나 보다. 어수선한 세월을 겪으며 가슴을 졸여왔지만, 운이 좋게도 하고 싶었던 일들이 대부분 잘 이루어져 모두에게 감사할 뿐이다. 온 지구가 코로나 19라는 엄청난 재난 앞에 허둥거리는 사이, 세월은 나 몰라라 달음질해 12월의 달력도 산을 넘어가고 겨우 꼬리만이 남아있다.


새해 들어 조마조마하던 코로나 19가 끝이 날까 했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라며 들끓기 시작했다. 코로나 19가 서서히 사라지며 일상이 회복되는가 했지만, 모두 방심하는 사이에 허를 찔리고 말았다. 세계를 선도하는 방역 국가라는 당국의 자아도취성 선전에 속는 사이, 코로나 19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세상은 어수선하게 흘러가고 말았다. 전 세계가 어수선함으로 어리둥절해도 나 몰라라 흐르는 세월은 모든 것을 세우진 못했다. 삶의 고리가 엉키고 설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로 하루하루를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삶은 멈출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세월이 어수선해 망설였지만, 3월에 들어 시내에 있는 거처를 팔고 시골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시골살이였기에 망설일 수가 없었다. 집을 팔고 사는 것이 재산상 이득 운이 없다는 것은 벌써부터 알고 있어 얼른 팔아 고민을 해결했다. 손해 없이 집을 팔고 시골로 이사를 하면서 시골에서의 적응이 걱정이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골살이를 시작했지만, 이웃들의 도움과 격려로 잘 어울리며 신나는 시골 살림을 꾸려나갔다.

IMG_E5120[1].JPG 수채화 : 호수에 내려 앉은 여름

봄철에 이르러 산나물을 뜯으러 다니는가 했는데, 덩달이 꽃이 피는 바람에 꽃에 반해 일 년을 보냈다. 봄에서 가을에 이르기까지 넘치는 꽃들의 잔치에 여념이 없을 때, 해마다 하는 수채화 전시회를 해야 했다. 동호회원들과 어울려 하는 전시회이지만, 찾는 이가 없는 전시회가 무슨 의미가 있던가? 한참의 망설임 끝에 이루어진 전시회는 꽃이 어우러지는 작은 미술관에서 조촐하게 문을 열었다. 많은 손님들이 찾은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성황을 이루었다. 비록 변변치 않은 수채화 전시회이지만 일 년간 준비해 문을 연전시회는 나름대로의 뿌듯함을 주면서 아름다운 봄이 지나갔다.


봄철이 지나고 여름이 오면서 느닷없이 긴 장마가 시골살이를 힘들게 했다. 심술궂은 장마가 아름다운 꽃들을 괴롭혔고, 자그마한 텃밭을 그냥 두지 않았다. 틈나는 대로 밭을 정리하고 화단을 가꾸면서 장마로 가슴 졸이던 사이에도 코로나 19는 여전했다. 시골에서의 삶이야 여전했지만 어수선한 세상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면서 모든 이들에게도 어수선함을 주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 친구들과의 자전거는 포기할 수 없었다. 꽃이 피는 섬진강변을 달려 보았고, 곳곳의 아름다운 곳을 달리며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자전거 모임이 코로나 19로 답답한 일상에 숨통을 터 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여름이 서서히 지나면서 코로나 19는 여전했다. 그로 인해 30여 년 가까이 계속되던 친구들과의 남미 배낭여행이 무산되고 말았다. 경비와 일정까지 다 결정된 상태에서 코로나 19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11월 초에 계획된 20일간의 배낭여행이 계획만으로 그치고 말았다. 차근차근 여행경비를 마련하고, 시간이 나는 대로 계획을 협의해서 모든 것이 끝난 상태였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앞을 막아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무기한 연기하고 말았다. 세계적으로 모든 것이 멈춰 선 상태라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걱정거리는 또 있었다.


매년 실시하던 색소폰 연주회는 어떻게 할까를 고민해야 했다. 코로나 19, 모든 것을 멈추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0월 말쯤엔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하는 연주회는 허락을 받았다. 소수의 인원만 초청하고,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킨다는 조건이었다. 초청된 친지들에게 마스크와 손장갑을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약속받으며 실시한 연주회는 성공적이었다. 철저한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소수의 인원으로 알차게 열릴 수 있었다. 여섯 곡의 합주곡과 개인곡, 듀엣곡을 혼합하여 실시한 연주회는 회원들의 협조 덕에 알찬 연주회가 되어 다행스러웠다.


사회적으로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도 이렇게 다사다난했던 한 해도 없었다는 생각이다. 거기엔 코로나 19가 진을 치고 있어 모든 일에 어려움을 주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운이 좋기도 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 대부분이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한 해의 여러 가지 일을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게 만들어 준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거기에 브런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첫 번째로 브런치 문을 두드렸으나 거절을 당하고 많은 고민을 했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글을 썼다고 생각을 했지만, 만만한 브런치가 아니었다. 심기일전해서 다시 도전한 브런치는 나의 공간을 허락해 주었다. 그동안 많은 글들을 올리면서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고,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되는가를 고민해야만 했다. 작가님들이 알려주시는 책을 구입해 읽기도 하고, 여러 작가님들의 글도 읽으며 열심히 노력을 했다. 많은 도움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작가님들에게 늘 감사한 생각을 하면서 더 좋은 글을 올려보고 싶다.


다사다난한 올해를 보내면서 많은 일을 했고 또 마무리해야 한다. 모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 사람들이다. 언제나 나를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들이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연주를 같이 하는 색소폰 동호회 회원들, 30여 년간 여행을 같이 하는 친구들 그리고 수채화를 같이 하는 동호회 회원들이 있다. 매주 자전거를 같이 타고 전국을 누비는 회원들과 매주 산행을 같이 하는 회원들이 있다. 시골살이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이웃들도 있다. 그리고 삶을 언제나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브런치 작가님들이 있다. 시원치 않은 글들을 읽으며 많은 격려를 해주시는 브런치 작가님들 덕분에 한 해를 더 즐겁고 알차게 보냈다.


그간 도와준 모든 이웃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보내면서, 내년에는 더 의미 있는 한 해가 되도록 한 해를 되돌아보는 연말이다. 세상은 살아 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준 한 해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고 도와준 이웃들이 있어 한없이 고마운 연말이다. 다시 오는 새해에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회복되어 오래 전의 삶이 되돌아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받고 가슴에도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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