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명품 상을 받았다.

(동호회원의 집들이)

by 바람마냥

일요일 아침, 오늘은 할 일이 많아 머리가 꽤 복잡하다. 누님이 김장을 한다고 하니 그곳에도 가야 할 것 같다. 언제나 알뜰하게 챙겨주시는 누님, 김장을 해도 그렇고 무엇이 있어도 그랬다. 이제는 나이가 꽤 된 나이기에 웬만하면 그냥 둘 법도 하지만, 하나라도 챙겨주시는 것이 고맙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이 또 있다. 언제나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색소폰 동호회에도 가봐야 한다. 회원 중에 시골집을 구입해 오늘 집들이를 한단다. 그것도 가봐야 하는 즐거움이다. 밤새도록 망설이다가 결정을 했다. 누님에게는 아내를 보내고, 나는 집들이를 가기로 했다. 아내가 운전하면서 오가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결정이지만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먼 길을 오갈 때는 늘 내가 운전을 한다. 아내는 옆에서 쉬기도 하고, 잠을 청하기도 한다. 아내가 운전을 하면서 조금은 먼 길을 가야 함이 좀 부담스럽다. 이럴 때면 생각나는 일이 있다. 내가 30세 가까이 되어 처음으로 차를 구입하여 더듬거리며 차를 몰고 여행을 다녔다. 한참이 지나고 띠 동갑이신 형님이 말씀을 하신다. 운전을 한다고 하기에 엄청 불안했다는 것이다. 나를 아직도 어린아이로 생각을 하셨다는 것이다. 오늘 또 그런 생각이 나는 이유는 왜 일까? 그렇게 하루의 시작이 되었다.


아내를 누님네 김장하는 곳으로 보내고, 나는 집들이를 하는 곳으로 출발했다. 출발 장소에는 벌써 회원들이 나와 있다. 서둘러 출발 한 사람도 있고, 우리는 다음 차량으로 출발했다. 대청호를 구비구비 돌아 찾아가는 길은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맑은 날이면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으뜸이고, 물가에 피어있는 억새와 갈대가 대단한 풍경을 주는 곳이다. 그런데 희끄무레 한 날씨가 심술을 부린다. 하지만 언제나 같이하는 동호회원들과 같이 가는 길은 즐겁기만 하다. 자전거를 타고 자주 들르는 곳이기에 눈에 익은 풍경이 오간다. 하프 마라톤을 할 때에도 자주 뛰어가던 대청호 호반길이다.


도로 양옆으로는 은행나무가 가득하고, 밑으로는 대청호가 앉아 있다. 그곳에 하얀 억새꽃이 가득하다. 가끔 있는 갈대가 그 위를 내려다보고 있고, 몇 개의 감이 남아있는 감나무엔 까치밥이 그네를 타고 있다. 가으내 가득하던 논밭에는 썰렁함이 머물지만 산 말랭이에 남아 있는 가을이 이를 메꾸어 준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회원들이 먼저 도착한 시골집에 다다랐다.


작지만 포근한 산아래 자리한 시골집이 정스럽다. 허름한 헛간이 있고 텃밭이 있으며 야트막한 안채가 얌전하게 앉아있다. 햇살이 비추면 아름다운 그림을 줄듯한 집이다. 여기에서 집들이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서로가 가까운 사이라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골 동네가 떠들썩하다. 한편에서는 고기를 굽느라 바쁘기만 하다. 고기를 굽고 술을 나누며 지난 이야기를 하는 회원들은 언제나 정겹다.


몇 잔의 소주잔이 오가고 나머지 회원들도 도착해 집들이 풍경은 절정에 달한다. 이것저것으로 농담이 오가면서 동네는 떠들썩해진다. 고기가 익어가고, 술잔이 오가면서 집들이 풍경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언제나 서로 아끼며 도와주는 풍경이 늘 보기가 좋다. 거침없는 농담으로 분위기가 익어가고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어려운 가운데도 이 모임이 잘 이루어지는 이유가 있다.


조금 언짢아도 참고, 서로를 아껴주는 모습에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서로를 위하며 먹을 것을 건네는 회원들이 있어 훈훈한 집들이가 된다. 회원들 대부분이 먼 거리를 온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 고기와 소주, 그리고 시골스런 밥상으로 점심이 끝날 무렵이 되어 집들이가 마무리될 듯하자, 회원 중 한 사람이 시상식 이야기를 꺼낸다.

회원 중에는 멀리서 나무공예를 하는 듬직한 회원이 있다. 매주 차로 붐비는 먼 길을 오가며 동호회원들과 잘 어울린다. 오늘도 일찍 도착하여 매운 연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기를 굽고, 거기에 구수한 입담은 모두를 즐겁게 한다. 집들이하는 집에는 야외 식탁을 만들어 차에 실고와 선물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회원의 묘미는 나무를 다루는 엄청난 예술에 스며 있다. 나무로 하는 각종 집이나 원두막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단한 일을 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색소폰의 마우스피스를 나무로 깎아 낸다는 것이다. 악기에 바람을 넣어 아름다운 음을 내는 마우스피스는 엄청 예민하고 정교하다. 따라서 나무로 깎는다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인데 그것을 손수 한단다. 마우스피스를 손수 깎아 우리를 지도하시는 프로한테서도 인정을 받기도 했다. 예민한 음을 내는 색소폰의 마우스피스를 깎을 수 있는 대단한 예술가가 올해 초에 이런 일을 약속한 일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동호회 사무실에 커다란 원목 탁자가 들어왔다. 웬 탁자냐는 질문에 연말 연주회에 가장 공헌을 한 사람에게 줄 시상품이라는 것이다. 예술쟁이 목수가 손수 만들어 내놓은 상품이다. 거기에 마우스 피스를 알토와 바리톤 것으로 두 개를 더 내놓았다. 이것을 오늘 시상하는 날이다. 고기와 소주잔이 오가고 어느덧 무르익을 무렵 심사자, 목공예 예술가가 입을 연다. 심사를 다른 사람보다는 자신이 해야만 공정하고 정확하다면서 일 년 내 심사를 했단다.


잠시 후 마우스피스 수상자가 발표되고, 원목 탁자의 주인공으로 나를 지목하는 것이 아닌가? 고맙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일 년 내 동호회를 잘 이끌어 주었고, 앞으로도 잘 이끌어 달라는 주문이란다. 여러 회원들도 수고를 하며 같이 해온 일인데, 선뜻 나서서 받기가 내키지 않았지만 고마워서 탁자를 받기고 했다.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닌가?


몇 년째 동호회 회장을 맡으며 이일 저 일을 해오고 있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동호회인지라 불편한 일이 있기도 하고, 즐거운 일이 있기도 하다. 더러는 짜증스러운 일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재미있는 동호회를 이끌어가기 위해 할 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대다수의 회원들이 협조를 해주면서 도와주기에 별 탈 없이 한 해, 한 해를 넘기고 있다. 평소에 꾸준한 연습을 하고, 여름엔 하계수련회를 한다. 그렇게 연습을 하면서 읽힌 솜씨를 연말에 가족음악회를 한다. 공연장을 빌려 150여 명의 가까이 가족, 친지들을 초청해 음악회를 한다. 불편하다고 하면 불편한 일들을 꾸려 오면서 일을 해오고 있다. 동호회 일을 이렇게라도 이끌어 오는 수고와 잘해달라는 뜻으로 원목으로 된 탁자를 나에게 준 모양이다.


멋진 먹거리와 시상식으로 동호회원 집들이가 훈훈하게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원목 탁자를 차에 싣고 집으로 왔다.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더니 놀라기도 하면서 엄청 좋은 눈치이다. 가끔은 늦기도 하고, 이것저것으로 짜증을 부려도 참아내던 아내이다. 색소폰 일로 바쁘기도 하면서 가끔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다. 그래도 나 하나가 잘하면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함을 무기 삼아 언제나 모든 일에 앞장서서 일을 한다.


연말 연주회가 다가오면 더 바빠지지만 열심히 해오고 있다. 그러면 아내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잘되기를 바란다. 아내도 그동안 해온 일에 대한 보답으로, 또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잘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즐겁게 집들이도 잘 끝내고, 거기에 두툼한 탁자까지 상으로 받았다. 굽이굽이 찾아간 동호회원의 집들이가 가을날의 하루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모두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가을날의 행복한 집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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