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막 이야기 1/4, 나미비아 사막: 본인 촬영)
사막, 모래가 끝없이 쌓여 있고 바람이 불면 모래 먼지가 날리는 삭막한 곳, 어렴풋이 머리에 남아 있는 사막에 대한 나의 지식이었다. 가까이는 몽골의 고비사막과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이 언뜻 떠오르기도 한다. 사막(沙漠), 연평균 강수량이 250mm 이하인 지역으로 비가 내리는 양보다 증발량이 많아 풀이나 나무가 거의 자라지 않고, 바위나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황무지를 뜻한다. 사막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2008년 몽골의 고비사막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몽골 여행을 했던 때이다. 몽골 사막에 적합한 자동차, 포르곤을 빌려 10일간 사막을 누볐던 시절이었다. 처음에 만났던 고비사막 대부분은 황무지라고 해야 옳다. 사방으로 자동차 바퀴 자국이 있는 광활한 황무지로 된 사막이었다. 끝이 없는 황무지는 드문드문 자라는 낙타풀이 전부이며, 보이는 것이 없는 황량한 벌판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산을 보고 하루 종일 달려가도 도달할 수 없는 광활한 벌판이었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것은 신기루일 뿐이지만, 몽골의 운전기사 리마는 대단했다. 지도와 나침판도 없고, 내비게이션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시절이다. 드넓은 황무지와 가끔 만나는 끝없는 초원을 하루 종일 달려 허허벌판 속에 있는 숙소를 정확히 안내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황무지에서 가끔 만나는 물줄기는 목마름을 달래주는 젖줄기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지대는 여기가 고비사막이란 생각은 하지 못하게 했다. 말이 뛰어다니고, 수없이 많은 양과 염소와의 만남은 몽골이 아닌, 뉴질랜드의 푸르른 초원지대를 연상케 했다. 어느새 사하라 사막, 아라비아 사막과 함께 세계 3대 사막이라는 고비사막의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것이었다. 며칠에 거쳐 드넓은 고비사막을 돌아보고, 별이 쏟아지는 바얀작과 달란 자가드를 지나 율린암을 거쳐 '노래하는 언덕'이라 불리는 홍고린 엘스( Khongoryn Els)에 도착한 것이다. 사막의 아름다움을 처음 선사해 준 몽골 고비사막의 진정한 사막이었다.
몽골어로 '주황빛의 모래언덕'이라는 홍고린 엘스는 바람에 실려 알타이 산맥을 넘어온 모래가 고비사막의 한 곳에 이루어진 것이다. 높이가 300여 m, 폭이 12km인 모래사막이 100km나 이어지는 곳이다. 생전 처음 만나는 사막이면서 사막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 본 사막이었다. 바람결에 순응하며 그려지는 사막 위의 그림은 형언할 수 없는 그림이었다. 가끔은 바람 따라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저 멀리 하늘 밑부터 쏟아 진 모래 언덕은 가도 가도 끝이 없다. 그 위에는 인간이 흉내 낼 수 없는 엄청난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 엄청난 그림도 순식간에 그려지고 또 순식간에 없어진다.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붓이 되고, 널따란 고비사막이 도화지 되어 위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낙타를 타고 모래 언덕에 올랐다.
석양을 뒤로하고 낙타에 올라 향하는 사막의 모습은 대단한 풍경이었고, Sand dunes의 환상적인 모습은 멀리서 온 여행객 마음을 홀딱 빼앗아 갔다. 바람과 햇볕으로 만들어진 사막의 모습은 어째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났는가? 모두가 힘들어하고, 쓰지 못할 땅이라고 하는 모래 언덕이 아름답고 신비스럽다고 하는 것은 어느 것이 잘못된 것인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며 마음에 담고, 사진에 담고 또 가슴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어린아이가 되어 누워도 보고, 걸어도 보며 또 만져도 본다. 지는 해를 아쉬워하며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은 늦도록 속을 비운 시장함도 잊었다. 사막의 아름다움과 시원함에 취해 몽롱함에 아직도 깨어나지 못했다. 그 후, 멋진 고비사막을 또 만난 것은 10년이 지나 중국의 둔황에서였다.
거대한 사막, 고비사막의 오아시스 도시 둔황은 실크로드를 대표하는 유적지이다. 중국이 그리도 공을 들이는 우루무치가 궁금해 다시 비행기에 올랐다. 우루무치로 가는 여정은 그리 쉽지 않았다. 중국에서 살아남으려는 민족은 언제나 철저한 감시와 응징이 있기 때문이었다. 가는 곳마다 감시의 눈초리로 기차 안에서도 사진이 찍혀야 하는 수모를 감수했다. 가는 곳마다 여권을 보여주어야 했고, 심심하면 카메라 앞에 세우기도 한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둔황의 거대한 불교 유적지 막고굴을 찾았다. 여기서도 어김없는 검색대를 거쳐 불교 유적지 막고굴의 엄청난 감탄을 뒤로하고 찾은 곳이 명사산월아천(鸣沙山月牙泉)이다.
명사산‥둔황의 남쪽 5㎞ 떨어진 곳에 솟아있는 모래산으로 작은 모래와 돌이 퇴적되어 신사산(神沙山), 사각산(四角山)이라고도 하는데, 바람이 불면 거대한 소리를 내고, 마치 관현악 연주를 하는 듯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여 鳴(소리 낼 명), 沙(모래 사)를 따서 명사산이라 한다‥을 찾았다. 멋진 사막의 풍경이 그리워 모래산을 올랐다. 언젠가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Dune 45를 올라가는 기분으로 출발하였지만 그리 만만치 않았다. 관광객들이 오르기 쉽게 긴 줄로 나무를 엮어 계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힘들었다. 역시, 숨을 헐떡거리며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사막이 이리 아름답다는 말을 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명사산(鸣沙山)은 고운 모래의 향연이 아름다웠고, 명사산 턱 아래 자리한 월아천(月牙泉)과의 어울림은 대단했다. 가는 모래가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며 멋진 그림을 그려 놓았고, 아래로 보이는 월아천은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한다.
월아천, 사정(沙井)또는 약천이라고 불릴 정도로 목마른 나그네에게 물을 주는 생명수였다. 둔황이 점차 메마른 사막으로 변하는 것을 슬퍼한 처녀가 흘린 눈물이 오아시스가 되었다는 아름다운 전설도 깃들여진 월아천이다. 사방이 작은 모래로 둘러싸인 명사산 아래에 초승달 모양의 호수가 있다. 호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래산에는 갖가지 모양의 문양이 가득하다. 아래를 비추고 있는 햇살에 반짝이는 모래와 햇살을 가득히 품어주는 월아천을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사막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가를 되물어 본다. 그 후, 아름다운 사막은 다시 아프리카에서 만났다. 이집트의 흑사막과 백사막을 보았고,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과 세계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나미비아의 사막을 만났다. 또 볼리비아에서 우유니 소금 사막도 만났다. 아프리카의 사막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