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사막 이야기 2/4, 사하라 사막; 본인 촬영)
아프리카에서 사막을 만난 것은 2010년이었다. 이집트의 거대한 유적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만나기 위해 이집트를 여행했기 때문이다. 우선은 카이로에서 하루를 묵고 이집트의 거대한 유적지로 가는 길목, 바하리야 오아시스로 향했다. 신기한 위대한 이집트 사막투어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집트 서부 사막에는 6개의 오아시스가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방문하는 곳이 바하리야(Bahariya) 오아시스이다. 이곳이 사막 트래킹을 위한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바하리야 오아시스의 주도인 바위티 마을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마친 후, 사막 트레킹을 위해 지프차로 옮겨 탔다. 바위티 마을에서 1시간여를 달리다 보면 서서히 흑사막이 보이기 시작했다. 흑사막과 백사막이라는 말은 이집트 여행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사막이 마치 검은 모래가 쌓여 있듯이 검은빛을 띠고 있다. 일반 모래와는 달리 철광석 성분이 많아 검은색을 띠고 있는 흑사막이다. 넓은 흑사막에는 피라미드를 닮은 거대한 봉우리가 줄지어 있다. 거대한 산봉우리는 수묵화로 그려 놓은 듯이 잔잔하다. 울퉁불퉁 남성적인 맛을 안겨주고 있는 거대한 흑사막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흑사막을 지나 한참을 달리자 눈이 부시도록 하얀 백사막이 나타난다. 모래가 흰색이어서 백사막이 된 것이 아니다. 사막을 덮고 있는 하얀 석회석으로 이루어진 석회암 지역이 넓게 분포되어 있는 지역이다. 마치 사막에 눈이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하얗게 눈이 온 거대한 마당에 눈사람을 만들어 놓은 형상이다. 모양이 거무튀튀하고 위압적인 흑사막에 긴장을 했다면, 백사막은 아름다운 여성을 상상하게 한다. 하얗고도 거대한 형상을 한 모형들이 곳곳에 서 있다. 하얀 모래밭을 걸어 보면서 대자연이 만든 갖가지 형상에 길을 멈춘다. 쏟아지는 햇볕을 배경으로 빛나는 형상들은 잊지 못할 선물들이다.
관광객을 태운 지프 차량이 줄지어 지나간다. 하얀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갖가지 모양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고, 멀리서는 낙타를 타고 사막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이 하얀 백사막과 대조되어 멋진 광경을 만들어준다. 이집트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사막이라고 하지만 얼마나 추운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소주 몇 잔으로 몸을 데워 밤을 지내야 했다. 추위 속에서 만난 밤하늘의 별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도 아름다웠다. 이렇게 백사막과 흑사막을 본 후, 7년이 지난 후에 세계적인 사하라 사막을 찾아 모로코로 향했다. 언제나 그리워하던 카사블랑카, 가슴까지 푸르게 다가오는 도시 샤프 샤우엔과 페즈의 염색공장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였다.
상상 속의 카사블랑카에서 도시의 아름다움보다는 핫산 모스크의 거대함만 가슴에 담고, 라바트, 탕헤르를 지나 세프 샤우엔에 도착했다. 기독교의 박해를 피해 이주한 유태인들이 하얗게 채색된 집들과 발코니를 푸른색으로 치장한 도시, 가슴까지 푸름에 젖어 있는 듯했다. 숨이 막히는 푸르름을 가슴에 안고 도착한 페즈의 가죽 염색공장은 위대한 장인을 보는 듯했다. 처절한 그들의 삶의 현장을 뒤로하고 사하라의 깊은 가슴으로 들어갔다. 이프란을 지나 사하라 사막의 초입인 에르푸드에 도착했다. 사하라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도착한 에르푸드에서도 처음에 만난 것은 흑사막이었다. 이집트에서 만났던 모로코 흑사막을 본 것이다.
사막의 어디를 가도 만나야 하는 낙타, 사막에 살기 적합하게 진화되어 어느 사막에나 있는 낙타이다. 어느 사막 투어에서나 있어야 하는 사막 투어, 낙타를 타고 사막을 둘러보기로 했다. 모두는 낙타 등에 올라 실크로드의 멋진 풍경을 기억하며 사막의 아름다움에 젖어 본다. 낙타 등에 올라 사막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돌아오자 자동차가 기다리고 있다. 자동차를 타고 사막을 둘러보는 체험이다. 자동차가 사막에는 갈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지만 사막을 자유자재로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운전기사가 운전 솜씨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미끄러지며 달리는 자동차 레이싱은 즐거움과 두려움이 반반씩인 멋진 체험이었다.
낙타와 자동차 투어를 마치고 사막으로 이동했다. 사하라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하루 밤을 체험하기 위함이다. 자동차에서 내려보니 모래로 이루어진 양 언덕의 가운데 천막을 설치해 놓았다. 여기에 침대를 이용한 간이 숙소와 세면장 그리고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다. 식사는 근처의 호텔에서 주문해 조달하는 방식인데, 수많은 외국인들이 보인다. 사막한 가운데에 설치된 천막에 짐을 내려놓고 언덕으로 올라갔다. 모래에 미끄러지며 오르기도 쉽지 않다. 맨발로 따사함을 만끽하며 오른 언덕은 숨을 멎게 하는 아름다움이 있다.
사방으로 끝도 없는 사막이 펼쳐진다. 끝없는 모래 언덕이 물결을 이루며 일렁인다. 작은 바람에도 모래가 날리어 다양한 문양이 새겨지기도, 없어지기도 한다. 모래가 거대한 파도를 이루며 떨어지는 햇살과의 만남은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그림이다. 거대한 사막에 주눅이 들어 조용히 식사를 마친 후 캠프파이어가 열렸다. 사막에서 만나는 캠프파이어,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 끝없는 사막은 작고도 보잘것없는 '나'를 일깨워준다. 한동안 끝없는 사막에 취해 그리고 아름다움에 반해 언덕을 서성이다 아침을 맞이했다. 서늘한 새벽에 사막에서 떠오르는 해를 이집트의 사막에서 만난 후,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사하라 사막에서 아침해를 맞이해 본다. 잊을 수 없는 멋진 사하라 사막의 해돋이였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사막은 없을까?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나미비아 사막이 세계의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