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바얀작을 가다, 고비사막의 풍경: 본인 촬영)
친구들과 어울려 10여 일의 몽골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시작하여 고비사막에서의 첫 밤을 보내고 만난 것은 사막의 멋진 일출 모습이었다. 게르 문을 나서면 사방에서 만날 수 있는 아득한 지평선이다. 지평선 너머로 서서히 다가오는 붉은 해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었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멋진 그림은 그동안 차량에 시달린 피로를 말끔히 해결해 준다. 신기한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사막에서의 아침이다.
따사로운 햇살 속에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고 9시경에 바얀작으로 출발했다. 사막을 질주하던 중 양 떼들이 쉬어 가는 오아시스를 만났다. 수십 마리의 양 떼들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설치해 놓은 우물이다. 우리와 같은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양 떼들에게 준다. 사막을 헤매던 수십 마리의 양들은 머리를 맞대고 단숨에 물을 들이켠다. 나무 한 포기 없는 사막에서도 사람과 양들이 같이 살아가는 방법이 있었다. 서로가 어울려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인간의 삶의 방식은 신비롭기까지 했다.
오후에 도착한 곳은 사막의 한가운데 있는 외딴 게르였다. 내리쬐는 태양 밑에 설치된 게르에 들어가기가 더울까 염려되어 조금 두려웠다. 하지만 게르에 들어서자 너무 시원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양털을 바탕으로 지어진 게르는 아랫부분에 바람이 통하게 만들어 놓았다. 양털이 단열효과를 주고, 시원한 바람은 너무나 상큼한 기분을 선사한다. 상상할 수 없는 그들의 거주지였다. 여기도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임을 알려준다.
수테차와 주전부리 감을 접대받고, 감사의 표를 하려 했더니 기사가 극구 만류한다. 몇 개의 컵라면과 약간의 과자만으로도 충분한 감사함을 받았다. 주인 아낙에게 스타킹을 주자 시큰둥한 표정으로 구석에 올려놓는다. 사막의 한가운데서 필요한 것은 한 켤레의 스타킹보다는 한 방울의 양젖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순박한 사막의 한 가족과 이별을 하고 사막을 누비다 해 질 무렵 도착한 곳은 바얀작이다. 허허벌판 한가운데 있는 몽골의 그랜드캐년이라고 하는 곳이다. “자크”나무가 많다(바얀)하여 이름 지어진 “바얀작”이다.
게르의 주변엔 사막에서 보기 힘든 호수가 있고, 호수 뒤편으로는 작크나무가 푸르게 조성되어 있어 시원한 맛을 안겨준다. 게르 뒤편으로는 널따란 초지에 양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앞쪽으로는 줄에 매어진 낙타와 씨름하며 젖을 짜는 아낙의 모습이 한가롭기만 하다. 멀리는 공룡 화석 발굴지인 바얀작 모래 언덕이 붉은빛을 발하며 우뚝 서 있다. 거대한 고비사막에 괴괴 묘묘한 풍경들이 색다른 풍경이다. 여기가 몽골의 그랜트 캐년이라고 하는 바얀작이다. 갖가지 형상을 한 기묘한 지형들이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거대한 지역에 흩어져 있는 갖가지 형상들이 눈길을 잡는다. 끝없는 지평선에 펼쳐지는 지형이 대단한 풍경이다.
거대한 사막에 펼쳐지는 갖가지 지형에 사막의 신기함을 또 한 번 실감한다. 사막 한가운데 펼쳐지는 묘한 지형을 둘러보는 중 어둑해질 즈음이 되어 게르로 복귀하여 저녁을 먹어야 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양의 동네에 왔으니 양의 맛을 보고 가야 되지 않겠는가? 게르 주인에게 부탁하자 양고기와 그들의 술을 해결해 준다. 작은 음식이지만 그들과 함께 나누는 저녁은 아름답기만 하다. 쉽게 말은 통하지 않지만 순수하고도 단순한 삶이 더없이 부러워진다. 바람이 부는 널따란 초원에선 집 걱정이 없고 살아갈 걱정이 없다. 단지 양 떼와 초지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이 된다. 우리와는 살아가는 터전이 다르고 하늘빛이 다르다. 사방이 지평선인 사막의 밤하늘엔 수많은 별이 쏟아지고 있다. 맑고 밝은 수많은 별들이 지평선을 따라 수북이 떨어진다. 술에 취하고 멋진 언덕에 취하고 쏟아지는 별이 취한다. 신기한 사막의 지형이다.
선선한 밤을 즐기러 언덕을 따라 오른다. 어둑한 저녁나절, 사막의 중간에는 수많은 양 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푸르른 풀밭은 멋진 풍경을 선사하고, 밤하늘의 별 따라 흐르는 발걸음은 가볍다. 오늘따라 사막의 풍경에 취해 밤하늘 따라 걷는 발걸음은 한없이 가볍다. 갖가지 형태의 언덕에서 주는 황홀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 한없이 선선하고도 상쾌한 사막의 한가운데, 우리를 안내한 기사들은 그 위에서 밤을 보낸다. 단지 담요 한 장으로 사막에서의 밤을 보내고 있다. 한 동안의 사막의 헤맴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여기가 거기이고, 거기가 여기였다. 고비사막의 하루를 끝내고 맞이하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바얀작의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