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나비가 앉았습니다.

오래 전의 기억들(Sweden의 Orebro)

by 바람마냥

오늘도, 나비가 나란히 앉았다. 따스한 묘지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앉았다. 이미, 뒷산은 밥풀이 굴러 내릴 정도로 모두 긁어 갔기에 고단한 나비들은 먼 곳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침, 저녁으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아궁이는 끝도 없는 듯이 먹거리를 먹어 치웠다. 이것은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구들장을 따스하게 데워 놓아야만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뜨끈함을 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땔감이라고는 오로지 나무에 의지해야만 했던 시절, 가까운 뒷산에 있는 땔 꺼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한 해의 아름다움을 안겨준 낙엽은 대지의 부름에 떨어졌지만 갈퀴의 틈바구니를 벗어 날 수 없었고, 한 겨울 칼바람을 버틴 소나무는 긴 세월 같이 한 잎을 떨구었지만 어느새 나무꾼 등짐을 벗어 날 수 없었다. 오랜 세월 자라난 아카시 나무는 새싹을 피우느라 소홀했던 등걸이 고주박이 되어 좋은 불 소시개감이 되었으니, 뒷산 자락은 어느새 매끄러운 들판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아궁이의 허기를 매워줄 수 있는 방법은 먼 산으로 가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허기진 아침을 해결한 나무꾼들은 지게를 지고 먼 산길로 하나하나 모여들었다. 먼 산길로 가야 하니 혼자 가는 것보다는 여럿이 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였다. 여럿이 모여 가는 것은 먼 길을 가야 하는 이유도 있지만, 서로를 도우면서 나무를 하는 것이 의지가 되기도 하고, 혹시나 산주인을 만나면 여럿이 있는 것이 안심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혼자서 나무를 하다 산주인에게 발각이 되면 당황스럽지만 여럿이서 만나게 되면 서로가 위안이 되기도 하고, 여럿이 협상을 하는 것이 훨씬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삶의 방법은 너무나 다랐다.

나무를 하러 가는 형태는 어떤 나무를 할 것이냐에 따라 차림새가 달라야 하는데, 가랑잎이나 솔나무 잎을 하려면 빈 지게에 갈퀴가 있어야 하고, 장작을 하려면 톱을 가져가야만 했다. 하지만 나무의 죽은 가지를 하려면 넉넉한 새끼 끈을 가지고 가야 수월하였다. 이렇게 하여 모인 나무꾼들은 산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심은 이끼다 소나무가 있는 가느다란 산길을 따라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나무로 된 지게에는 나무를 해 실을 도구가 얹혀있고, 지게 작대기를 한 손에 들어 다른 쪽의 겨드랑이에 낀 모습은 마치 같은 그림자가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서둘러 나무를 해야 점심이 되기 전에 집으로 올 수 있으니 서두는 발걸음이 바쁘기만 하다. 이렇게 하여 나무를 하러 떠난 나무꾼들은 산을 넘고, 고개를 넘어 나무가 있을 만한 곳에 지게를 바쳐 놓고 나무를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가랑잎이나 솔잎을 갈퀴로 긁어모으는 것은 산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모은 후, 한 손으로 바치고 반대쪽을 갈퀴로 같이 들어 올리면 수월하다. 이렇게 모아진 것을 묶는 방법은 새끼 끈을 두 개 또는 세 개를 땅 위에 놓은 후, 아래쪽에 솔가지나 나무를 놓고 묶어야 가랑잎이나 솔잎이 쏟아지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긴 끈을 묶고 가운데에 지게를 꽂으면 되고, 장작은 나무를 베어 지게에 얹으면 되는데 이것은 상당한 무게가 있어 많은 힘이 필요하고, 주인에게 들키게 되면 곤란하기에 피하게 된다. 대신 나무의 죽은 가지를 하려면 새끼 끈을 두 줄이나 세 줄로 놓고 나무를 묶기만 하면 되기에 수월하지만, 이것은 나무를 올라가야 하고 무게가 좀 있으나 화력이 좋아 좋은 땔감이 되어 가장 선호하는 나무 거리이다.


가끔은 뒷산에 올라보면 아카시 나무나 오리나무가 오래되어 옆으로 새싹이 나오고 죽은 고주박이 있다. 고주박을 하려면 지게에 바소쿠리를 얹고 가야 하고, 반드시 도끼가 필요하다. 도끼로 고주박을 때려 쓰러 뜨리고 이것을 바소쿠리에 얹어 지고오면 되는데, 이것은 땔감으로 썩 좋지만 모두가 눈독을 들이고 있어 만나기가 그리 쉽지 않아 먼 길을 나서야만 했다.

아름다움을 먹고 사는 사람들, 노르웨이에서

점심 나절이 되면, 어느덧 한 짐이 되어 모두는 나무 지게를 지고 집으로 향하게 되는데, 한 짐 가득 짊어진 나뭇짐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언덕을 넘겨주지 않는다.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고 산을 넘고 언덕을 넘어오면, 멀리서 동네가 보이게 되는데,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은 대여섯 개의 묏자리가 있는 양지바른 언덕이 있었다.


멀리서 나무 지게를 지고 나란히 오는 모습은 거무스름한 검은 나비들이 줄을 지어 오는 모양새이다. 지게에 나무를 진 모습은 나비의 몸통이 되고, 한 손으로 작대기를 잡고 반대쪽을 겨드랑이에 낀 모습은 수염이 되어 나비가 힘든 모습으로 걸어 오는 형국이다.


먼 길 걸어온 나비들은 힘에 겨운지 양지바른 곳에 위치한 묘지를 중심으로 나란히 지게를 바쳐 놓는다. 언덕에 작대기로 바쳐 내려놓은 나무 지게도 나란히 앉은 나비가 되었다. 무거운 나비의 몸통을 벗어 놓은 나무꾼들은 잠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득히 자리 잡은 시골 동네를 내려보고 있다. 하지만 고단한 나무꾼들은 허기진 배를 잡고 다시 나비가 되어 각자의 보금자리로 가기 위해 지게에 온몸을 끼워 넣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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