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축이 무너졌다, 이집트에서 )
현관문을 열고 나가 앞산을 한번 보고, 잔디밭을 둘러보는 것이 하루의 순서이다. 잔디밭을 둘러본 후, 데크를 내려가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잔디밭을 밟는 순간, 깜짝 놀랐다. 거대한 언덕을 버티고 서있던 바위 하나가 무너진 것이다.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얼른 다가가 보니 제법 큰 돌 하나가 나뒹굴어져 있다. 뒤뜰을 바치고 있는 믿음직한 바위 돌이다. 손으로 들어보려고 하니 꿈쩍도 하지 않는다. 생각과는 전혀 다른 무게다. 큰일 났다. 어떻게 해야 하나? 거대한 돌을 세워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고민거리가 또 생겼다. 한 가지 일을 해결하고 나면 또 한 가지 고민거리가 나타난다. 이것이 삶인가?
한참의 고민 끝에 이웃에 있는 친구를 불러 부탁했다. 친구와 지렛대를 이용해 돌을 세우면 가능할 것 같다. 친구가 달려와 보고 같이 해결해 보잖다. 시골 인심은 이렇다. 불평 한마디 없이 해 보잖다. 그래도 바위는 꿈쩍하지 않는다. 지렛대를 두 개 넣어도 꿈쩍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끈을 매어 자동차의 힘을 빌려보자 한다. 끈을 준비하고 차를 가져왔다. 바위에 끈을 매고 차에 연결했다. 서서히 시동을 걸어 보지만 무거운 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큰일 났다는 생각이다. 어쩔 방법이 없다. 여러 방법을 고민하던 친구도 돌아갔다. 이제 남은 방법은 기계를 이용해 작업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바위 하나 세우기 위해 포클레인을 불러야 한다. 잠깐이면 될 일인데, 고민스럽다. 사람만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고민 속에 하루를 넘겼다. 이튿날 아침나절, 앞 산에서 포클레인 작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귀가 번쩍 뜨인다. 한 번 가서 부탁해 볼까?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부탁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어쩔까를 고민하다 올라가 보기로 했다. 산 주인이 나무를 베면서 포클레인으로 나무를 옮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비탈진 언덕에서 위험스러운 작업을 하는데 감히 부탁할 배짱이 없다. 부근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다른 포클레인이 보인다. 간절하게 부탁을 했지만 바빠서 안 된다며 한마디로 거절이다.
고민 속에 또 하루가 지났다. 고민스러운 것은 넘어진 바위가 지탱하고 있던 다른 바위가 무너질까 봐 걱정인 것이다. 또, 그 사이에 비가 올까 봐 더 걱정스럽다. 언제 포클레인을 불러올까 고민해야만 한다. 그러던 차에 놀랄만한 일이 일어났다. 시골집 근처를 지나는데 눈이 번쩍 띄는 차를 발견했다. 트럭 위에 포클레인이 실려 있는 것이 아닌가? 꿈인가 생시인가? 신이 나서 차에 가보니 기사가 없다. 한참을 기다려도 기사는 소식이 없다. 할 수 없이 메모를 남겨 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긴장 속에 전화를 기다렸다. 조금 지나자 전화가 왔다. 메모를 보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전화에 대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간절함을 담아 설명했다.
젊은듯한 목소리의 남자는 집이 어느 곳이냐는 것이다. 가능성이 있는 목소리이다. 얼른 뛰어가 집으로 안내했다. 구차한 설명도 필요 없다. 젊은이는 넘어진 돌을 보더니 트럭을 세우고 포클레인을 내린다. 얼마의 비용을 달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내심 걱정이 된다. 일을 마치고 터무니없는 비용을 요구하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반가움 반에 두려움 반을 섞어 대문을 열었다. 젊은이는 포클레인을 내려 안으로 들어왔다. 순식간에 바위를 세우더니 흙으로 다져주기 까지 한다. 가뿐하게 일을 마치고 나간 젊은이는 차에 포클레인을 올려 실었다. 긴장의 시간이 남아 있다. 얼마의 비용을 줄까? 얼마를 제시할까?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포클레인을 차에 실은 젊은이는 그냥 가려고 한다. 얼른 뛰어가 비용을 어떻게 하느냐는 말에 젊은이가 말한다. 잠깐 동안 한 일에 무슨 비용을 받느냐고 되묻는다. 걱정하지 말라며 차 문을 닫으려 한다. 깜짝 놀라 문을 잡았다. 받지 않으면 내가 불편해서 안 된다는 말에, 비용을 받으며 자기가 불편하단다. 비용을 받을 수 없단다. 순간 내 생각이 부끄러웠다. 사정을 하면서 약간의 수고비를 건넸다. 내가 감히 할 수도 없는 일을 했으니 성의를 받아달라고 사정했다. 젊은이는 받지 않으려 머뭇거린다. 얼른 차에 놓고 와 버리자 난감한 표정이다. 신선한 젊은이 덕분에 넘어진 바위를 세우는 고민이 해결되었다.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며칠을 고민한 일이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멀리서 포클레인을 불러올 생각에 불편했다. 간단한 작업이라 오려하지 않을 듯해서이다. 친구의 도움이 고마웠다. 젊은이의 따스함에 마음마저 푸근했다. 시골의 여유로움이 있어 그런가? 운이 좋아 그런가?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이 포클레인을 몰고 와 그냥 해 준단 말인가? 참, 고마운 젊은이가 살만한 세월임을 알려주고 훌쩍 가버렸다. 시골살이 즐거움이 하나 더 생겼다. 상쾌한 시골의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