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잡초라 부르지 마라.

(잔디밭 잡초를 뽑으며, 몽골에서 만난 야생화)

by 바람마냥

잔디밭엔 벌써 잡초가 나온 지 오래되었다. 잔디는 아직인데 풀이 먼저 나왔다. 엊그제 파란 잡초가 보이기에 대충 손을 보았었다. 오늘은 복잡한 마음 다잡으려 잔디밭에 앉았다. 잡초를 뽑기 위해서이다. 봄 햇살에 등이 따스하다. 가끔 불어오는 골바람이 심술을 부린다. 잔디 속에 숨은 작은 잡초를 뽑았다. 봄이라고 내밀어본 새싹이다. 잔인해 보여 잠시 손을 멈췄다. 도대체 잡초가 무엇일까?


언젠가도 잡초를 뽑고 있는 중이었다. 이웃이 잡초를 뽑느냐고 묻는다. 잡초를 뽑는다고 해 놓고 고민했다. 글쎄, 잡초가 무엇일까? 잔디밭에 잡초라면 잔디가 아닌 것은 모두 잡초일까? 그러면 잡초밭에선 잔디가 잡초인가? 잡초밭이 무엇이지? 잡초를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나서 자라는 여러 가지 풀'로 사전에서 정의한다. 그래도 망설여진다. 잡초를 뽑다 보니 자그마한 민들레가 보인다. 자잘한 냉이도 보인다. 가장 자라엔 쑥도 있다.


어렸을 때에 만난 민들레는 토끼가 먹는 풀이었다. 쑥과 냉이는 고향을 기억하게 하는 봄나물이다. 길가에 수줍게 핀 노란 민들레꽃은 예쁘기도 했다. 요즈음엔 약성이 좋다 하여 서로 찾는 민들레다. 나물로 먹으려고 쑥과 냉이를 캐는 사람들이 들판 곳곳에 보인다. 민들레를 잡초라고 뽑아냈다. 봄나물의 대명사인 쑥과 냉이도 뽑아냈다. 다시 잡초를 뽑기 위해 장소를 이동했다.


잔디밭 끝에 있는 석축이다. 영산홍을 비롯한 많은 꽃들이 꽃을 피우려 봄을 기다리고 있다. 죽은 듯 숨어 있던 꽃잔디가 숨을 쉬기 시작햇다. 파릇한 잡초를 뽑기 위해 구부리자 민들레가 있다. 쑥과 냉이도 곳곳에서 보인다. 어쩔까를 망설인다. 민들레와 쑥과 냉이를 잡초라며 잔인함을 보였다. 아내는 민들레를 좋아한다. 쑥과 냉이는 더 좋아한다. 민들레 노란 꽃이 예쁘다며 우리 집 보호종이다. 쑥과 냉이는 뒤뜰에 심는 보호종이다. 물을 주며 아끼는 것들이다. 아내가 절대로 뽑아내지 말란다. 그냥 두는 수밖에 없다.


조금 전엔 민들레가 잡초였다. 쑥과 냉이도 잡초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다. 발견하는 사람에 따라 소중한 약초가 될 수도 있다. 적절한 양념과 어우러지면 입맛을 돋우는 맛있는 반찬이 되기도 한다. 저절로 자라나는 풀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는 뜻이다. 그렇다. 잡초는 애초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저절로 난 풀이라고 함부로 잡초라 부르면 안 된다는 뜻이다. 함부로 잡초라 부르지 마라. 봄철 잡초를 뽑으며 갖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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