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길에서 만난 일, 노르웨이 빙하)
자전거를 탈 때마다 자주 가던 휴게소이다. 널따란 들마루에 앉아 쉬기도 한다. 가끔 파전을 시켜 허기진 한낮을 즐기는 곳이다. 어째 주인이 없는 듯하다. 안을 들여다봐도 보이지 않는다. 바삭하고 두툼한 파전은 언제나 먹음직스러웠다. 가끔 씹히는 오징어는 덤이다. 기분 좋은 날은 홍합도 씹힌다. 여느 때처럼 파전을 부탁했다.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파전은 준비되지 않았단다. 무엇이 되느냐는 주문에 배추전은 된단다.
배추전이라도 달라 주문했다. 하얀 밀가루를 뒤집어쓴 배추가 설설 끓는 기름 속에서 헤엄을 친다. 끓는 기름이 튀어 오르며 시끄럽다. 밀가루를 익히느라 바쁜가 보다. 하얀 밀가루가 누르스름하게 익어간다. 배추도 점점 익어간다. 배추전을 접시에 놓고 잘 드는 칼로 쓱쓱 썰었다. 접시에 벌떡 누워 배시시 웃는 배추전은 고소하며 바삭하리라. 따스한 봄날에 멋진 맛을 주리라 생각했다. 아주머니가 내민 배추전은 달랐다.
허연 배추만 그냥 튀긴 듯이 밀가루는 얼마 없다. 밀가루를 대충 뒤집어쓰고 기름에 헤엄을 쳤나 보다. 하얀 배추 줄기만이 튀겨진 모습이다. 널따란 접시에 드문드문 잘린 배추가 얼키설키 놓여 있다. 두어 젓가락이면 충분히 들어 올릴 것 같다. 주인이 바뀌었느냐는 말에 아르바이트를 한단다. 넉살 좋은 친구는 맛있게 생겼다며 대꾸를 한다. 그냥 허기진 배를 자전거에 실어야 했다. 주인이 있는 날, 다시 자전거를 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