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아침, 쿠바에서 만난 카리브해)
새벽 창문 두드린 소린
밤새 찾은 봄비 손님이다.
채마밭 식구들 반겨하고
이사 온 백도라지 그리고,
연초록 수선화도 기다린 비다.
앞 산 낙엽송은 비 안에 갇혀
긴 숨에 팔 크게 벌리며
허연 입김을 길게 불어낸다.
발길에 누운 도랑물 소리
반가운 봄비 덕에 목청 높였고
어스름 빛 읽은 수탉이 질세라 동참한다.
노랑과 붉음 섞인 튤립 꽃은
맑은 봄비 반기며 젖어
꽃망울 무겁도록 봄 방울이 앉았고
떨어질까 말까 망설이던 차
작은 바람 찾아와 미끄러졌다.
건너 쪽 돌단풍 봄비에 젖어
하얀 꽃대 힘겨운지 목을 숙였고
붉은 금낭화에 봄 방울이 주렁주렁 열려
봄 속으로 흠뻑 빠져 들었다.
하얀 봄비 추근대며 찾아오는 날
봄은 넉넉히 익어 가면서
초록은 잔디밭가에 가득 흘러내릴 테니
잠깐 서성이던 아름다운 이 봄도 떠나며
세월은 한껏 신이 나서 또 흘러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