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변을 달리다, 사는 시골 자전거 길)
세월이 흘러 일을 정리할 무렵, 친구들과 어울려 자전거를 한대 구입했다. 시간 나는 대로 운동 겸 여가선용을 위한 준비로 한 것이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기백만원을 주고 준비한 자전거다. 그 후, 친구들과 어울려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자전거를 타곤 한다. 시간이 나면 혼자서도 이 길, 저 길을 누비며 계절 속을 거니는 자전거 길이다.
대략의 거리는 50여 km를 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100km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침 시골에 자리를 잡고 있어 자전거를 타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곳곳에 자전거 도로가 있어 좋기도 하고, 웬만한 농로는 잘 정리되어 어느 곳에도 마음대로 갈 수 있어 너무 좋다. 친구들과 어울려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기도 하지만 가끔은 장거리 라이딩을 나서기도 한다.
가깝게는 호반의 도시 춘천을 달려보고, 북한강과 남한강을 즐겨 타기도 했다. 서해안의 각 섬을 돌며 하루하루를 즐기기도 했다. 언젠가는 포항에서 통일 전망대까지 자전거길을 달려보기도 했다. 무서운 동해 바람을 안고 비까지 몰아치는 악천후를 마다하지 않는 라이딩이었다.
섬진강가를 달리던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 거센 비바람을 뚫고 달리던 섬진강 라이딩이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제주도 한 바퀴 라이딩을 했지만 집안 일로 참가하지 못했음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이번에는 낙동강 길, 300km 도전 길에 오르기로 했다. 낙동강 바람을 쐬어 볼 심산이다.
내년이면 고희를 앞둔 친구들과의 결행이다. 어찌 보면 늙어감에 반항이라도 하는 듯한 일이다. 그 나이에 그것을 해야만 하고, 할 수 있을까를 망설임도 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큰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동행하는 친구들이 있고, 그동안의 경험이 있어 모두는 자신만만하게 라이딩에 나선다. 나이를 생각하면 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지만, 도전하고 만나는 즐거움과 쾌감은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세월은 한없이 기다려 주질 않는다.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은 더욱 아니다.
처음에는 많은 것을 망설였다. 어떻게 그 날렵한 자전거에 몸을 얹고 장거리를 버틸 수 있을까? 내가 해 낼 수 있을까? 자전거를 구입해 집까지 오는 몇 km가 진땀으로 온몸이 흥건했었다. 높은 안장에 앉은 것부터가 불안했고, 오고 가는 차량에 중심을 잃을까 전전긍긍했다. 그 후, 자전거길에 나서는 라이딩도 만만치 않은 고생길이었다. 단지 5km를 타고 가는데도 궁둥이가 아파 도저히 갈 수가 없었다. 중간에 내려 쉼을 반복하면서 5km를 완주해야 했다.
자전거를 기백만원 주고 구입했으니 어쩔 수 없는 고단함은 계속되었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며 서서히 자신감이 붙었다. 그러면서 장거리 라이딩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40km에서 100km까지 실력이 향상되었고, 드디어 장거리 라이딩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서서히 자전거에 익숙해지면서 도전한 자전거 길은 환희와 통쾌함을 주었다. 포항에서 시작한 통일 전망대까지 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60이 훨씬 넘은 나이에 실행한 것이다. 비바람이 쏟아지는 악천후를 이겨낸 쾌거였다. 도전하지 않았으면 감히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북한강과 남한강 라이딩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했고, 꽃피는 섬진강 라이딩은 지리산과 더불어 푸른 남해는 너무나 친근했다. 금강길 라이딩도 빼놓을 수 없는 쾌거였다.
가는 곳마다 반기는 자연은 빼놓을 수없는 즐거움이었고, 각종 먹거리가 숨을 멎게 했다. 다시 만나보게 될 낙동강 라이딩은 어떤 맛을 전해 줄까? 어떤 쾌감과 즐거움을 줄까? 다시 한번 멋진 라이딩을 위해 낙동강으로 출발해 보려 한다. 잘 정돈된 자전거길이 있고 한편으론 강이 흐른다. 가득한 들판엔 봄날이 익어가며 여름으로 치닫는다. 농부들의 바쁜 발걸음이 들판을 바쁘게 할 것이다. 곳곳에 아카시 꽃이 가득하고, 작은 언덕에는 하얀 찔레꽃이 봄을 노래하리라. 아름다운 이 자연의 선물을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또 도전을 하려 한다. 하프 마라톤으로 삶을 확인해 봤고, 다시 자전거로 살아있음을 재확인해보는 기회이다. 땀 흘린 후의 쾌감과 어렵지만 해 낼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도발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려운 이 길을 해보려 한다. 모두 고희를 앞둔 친구들이지만, 거침이 없는 도전 덕분에 선뜻 따라나설 수 있음을 감사해한다. 낙동강을 돌아 다시 또 어떤 도전을 해 볼까? 언제나 불쑥불쑥 해보는 살아 있음의 환희이기도 하다. 안장에 앉아 바라보는 자연은 아름다워 늘 감사해하는 자전거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