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뜨락엔 망초꽃이 가득 피었다.

(망초가 꽃을 피웠다. 망초꽃)

by 바람마냥

자그마한 시골 동네를 들어오는 길, 아스라이 흘러내린 산자락 외딴집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외로운 듯 평화스럽게 앉아 있는 외딴집이다. 언제나 연기를 피우며 시골의 평화스러움을 일러주는 외딴집이다. 오래전, 초가집 지붕에서 솟아오르던 그리운 연기를 보여주는 외딴집이 보이고, 몇 발자국 앞으로 들어서면 길가에 하얀 꽃을 피운 망초대가 길게 열을 지어 서 있다. 아무 말없이 무심하게 서 있는 망초꽃이다. 가끔 찾아오는 벌과 나비가 있을 뿐, 누구도 눈여겨보는 이 없는 망초꽃이다.


어른 허리만큼 자란 키에 하얀 꽃을 대롱대롱 달고 있는 모습은 한가롭기만 하다. 산골 바람에 무심히 한들거리며 서둘러 여름으로 가는 계절에 골부리고 있다. 가끔 호젓한 달빛에 맞이 하는 망초꽃, 하얀 달빛에 하얀 꽃이 만났으니 여지없이 조용한 시골길이다. 어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망초꽃이다. 망초(亡草), 듣기에도 민망한 이름이지만 망초에 개망초도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들이나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 주변에 흔한 풀이다. 뒤뜰에도, 앞 뜰에도 개망초가 예쁜 꽃을 피우고 있다. 잔디밭에도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망초는 북미가 원산지로, 개화기에 철도를 개설하면서 수입 침목에 묻어 들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철로 주변에 하얗게 핀 꽃을 보고 일본인들이 조선을 망하게 할 목적으로 씨를 뿌렸다하여 망국초 또는 망초로 불렀다고도 하고, 망초가 밭에 한 번 퍼지면 그해 농사를 망친다고 하여 망초로 불리었다고도 하는 풀이다. 그 후에 망초보다 더 예쁜 망초가 나타났는데, 망초보다 더 나쁜 꽃이라 하여 개망초라 했다지만 꽃은 망초꽃보다 더 아름답고 탐스럽다.

IMG_8426[1].JPG 푸름을 자랑하는 망초

망초는 국화과의 두해살이 풀로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 들이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이다. 망초는 큰 망초, 망풀, 지붕초라고도 하고, 개망초는 국초, 왜 풀, 개망풀이라고도 한다. 망초와 개망초는 모양이 다르지만 구분이 쉽지 않다. 망초는 키가 크지만 꽃이 작고, 줄기가 비어 있다. 대신 개망초는 키가 작지만 꽃이 크고도 예쁘며 속이 차있다. 개망초꽃은 계란꽃으로도 불리는데, 꽃술이 계란의 노른자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망초와 개망초 구분은 잎으로 하는 것이 가장 쉽다. 개망초 잎은 잎 가장자리에 큰 톱니 모양을 하고 있지만, 망초 잎은 밋밋하고 작은 톱닌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오는 날 아내와 함께 잔디밭에 풀을 뽑고 있었다. 수도 없이 자라나는 망초가 뒤뜰에 가득하다. 느닷없이 망초 싹을 나물로 먹었던 기억이 났다. 어느 식당에 들렀더니 내놓은 나물이 망초 나물이란다. 수없이 보고 자란 망초지만 나물로 먹는다는 것은 처음 듣는 소리였다. 접시에 담겨 나온 나물이 망초 싹이라는 주인의 말이다. 망초 나물을 처음으로 먹어보는데 맛이 그럴듯했다는 생각이었다. 어린싹을 뜯어 나물로 무쳐 먹어보기로 했다. 아내와 주섬주섬 작은 망초 싹을 골라서 뜯었다. 어린싹을 모아 데친 후에 양념을 넣어 무쳐 먹는 맛은 또 색다른 맛이었다. 봄철에 봄을 느끼게 해주는 망초 싹은 그럴듯한 맛이었다.


한방에서는 개망초를 일년봉이라 하여 해열 및 소화불량, 설사를 치료하는 약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망초대는 위장염과 복통 등을 예방해주고 소화 및 피로 해소에 효능이 있어 유용한 약재로 이용한다고 한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고 구박하는 풀이지만 한편으론 유용한 풀임엔 틀림없다. 시골집을 따라 들어오는 길의 양옆에는 망초대가 하얀꽃을 피우고 있다. 한두 포기가 아니라 다복하게 피어 있는 모습이 한가롭기만 하다. 듣기에는 이름도 흉측하지만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은 또 다른 맛이다. 길을 따라서도 피었지만, 산 말랭이 묵정밭에도 하얀 꽃이 가득 폈다.

IMG_8424[1].JPG 뒤 뜰에서 만난 개망초 꽃

잔디밭에 잡초를 뽑으면서도 자주 만나는 망초 싹이다. 곳곳에 망초 싹이 솟아오른다. 어찌 그리 번식력이 강한지 돌아서면 키를 불려 놓았다. 언제 꽃을 피우고 씨가 되어 날아왔는지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어린 새싹을 뽑기에 미안한 생각에 머뭇거리지만 오늘도 잔디밭을 오가며 망초 싹을 뽑아내고 있다. 그래도 다른 잡풀보다는 뽑기가 훨씬 수월하다. 뿌리가 깊지도 않고, 잘 뽑아지기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내는 또 타박을 한다. 망초대도 잔디밭 가장자리엔 그냥 두자는 것이다. 꽃이 피면 아름답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렇다고 인정하면 될 일이지만 절대로 망초만은 인정할 수가 없다. 혹시, 개망초라면 생각해 볼만도 하지만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할 잡초이다. 이겨낼 수 없는 번식력 때문이다.


꽃이 핀다고 모두 놔두면 잔디밭이 온전할 수가 없다. 개망초가 꽃이 피우면 아름다운 모습이긴 하다. 노란 계란을 연상하게 하니 얼마나 예쁜가? 하지만 그들의 번식력을 따라갈 수가 없다. 꽃이 피고 씨가 떨어지면 한 포기가 아니라 수도 없이 많은 망초대가 솟아나기에 절대로 협상이 되지 않는 망초이다. 많은 고민 끝에 생각을 정리했다. 잔디밭 망초는 모두 뽑되 언덕 위에 개망초만은 놓고 보자는 생각이다. 개망초 번식력을 눈감아 주는 대신 꽃을 보자는 심산이다. 개망초꽃이 예쁜 꽃을 피우고 하얀 달과 만나는 날, 거기엔 알 수 없는 고즈넉함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하얀 달빛에 비추는 개망초꽃은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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