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꽃, 신비한 빛깔에 넋을 잃었다.

(나리꽃을 보면서, 화단의 참나리)

by 바람마냥

시골집 대문 옆에는 커다란 모과나무가 있다. 무심하게 서 있는 듯한 모과나무, 꽃은 열심히 피우지만 올해도 모과는 기대할 수가 없다. 몇 년을 기다려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과나무 옆으로는 커다란 밥티시아가 있고, 그 옆으로 나리가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나리를 몇 포기 심었더니 해마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 마당을 훤하게 비춰준다. 해마다 꽃을 피우지만 화려한 밥티시아와 모과나무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밥티시아가 일찍 꽃을 거두고 열매를 달았기 때문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길에 눈에 띄는 나리가 아름다운 꽃을 안고 있다. 어떻게 저런 색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신비스럽기도 하고, 자연의 조화에 또 한 번 놀라고 만다. 많은 색상 중에 저런 색을 만들 수 있을까? 맑갛고도 아름다운 색, 무엇하나 섞여 있지 않은 듯한 그런 색을 만들 수 있을까? 위대한 자연의 신비로움이다. 맑은 색으로 꽃을 피운 나리, 신선한 바람을 못 이기고 하늘거리고 있다. 신비한 색깔로 눈을 유혹하고 있다.


나리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화초로, 산과 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앞 산에 올라보면 수많은 나리들이 꽃을 피워 바람에 하늘거린다. 꽃이 크면서도 아름다워 오래전부터 화단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꽃이다. 대체로 여름에 피며 우리나라에도 20 여종이 서식한다고 한다. 털중나리, 솔나리, 중나리, 땅나리, 하늘나리, 말나리 등 많은 종류의 나리가 서식하고 있다. 나리의 이름을 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IMG_8453[1].JPG 예쁘게 핀 하늘말나리

꽃이 피는 방향과 잎의 모양에 따라 접두사가 붙는다. 하늘을 보고 꽃을 피는 나리가 하늘나리요, 옆을 보고 피는 나리가 중나리, 땅을 보고 피는 나리가 땅나리이다. 이름 중에 '말'이 들어 있으면 잎이 돌려가면서 나있다는 뜻으로,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향해 꽃이 피면서 잎이 돌려난다는 뜻이다. 솔나리는 잎이 솔잎처럼 가늘고, 털중나리는 줄기와 잎에 미세한 털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많은 나리 중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참나리인데, 키가 크면서도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참나리는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줄기에서 잎이 나오는 부분에 구슬 모양의 까만 씨가 붙어 있다. 땅에 떨어지면 뿌리가 돋는 씨 역할을 한다. 꽃에는 검은 반점이 있는 무늬를 이루고 있어 영어로는 Tiger Lily로 불리는 나리이다. 꽃의 방향은 중나리와 땅나리의 중간 정도로 피면서 우리 주변에서 대표적으로 만날 수 있는 나리이다. 우리의 가까이에서 아름다움을 주는 나리, 그러면 나리와 개나리 그리고 백합은 어떤 관계일까? 보통 불러오면서도 자세히는 알지 못하고 써온 이름들이다. 우선 백합과 나리는 같은 식물이라고 한다.


나리는 순수한 우리말 이름이고, 백합은 중국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요즈음 한창 미모를 자랑하고 있는 백합이 여기저기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백합은 하얗다는 생각과 꽃말이 깨끗한 마음이라 하니 흰 백(白)을 쓸 것 같지만 사실은 일백백(百) 자를 쓴다. 백합의 뿌리가 마늘과 비슷한데 수많은 비늘줄기가 합쳐져서 하나의 뿌리를 이루기에 일백백(百)을 쓴다고도 하고, 백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어 백합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러면 동화작가 윤석중의 '봄나들이'에 나오는 나리와 개나라는 어떤 관계일까?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노란색과 봄이 떠올려지는 동요로 아련한 추억을 불러주는 노래이다.

IMG_8598[1].JPG 길가에서 만난 나리꽃

나리와 개나리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나리와 개나리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리 주변에는 '개'자가 붙은 것이 상당히 많다. 쉽게 개살구, 개키버들, 개떡 등 많은 것에 '개'자가 붙어 있다. 원래 것보다 못하다는 의미로 붙여져 사용되는 것인데, 요즈음은 원래 것보다도 훨씬 좋고도 예쁜 것들이 많은 시절이 되기도 했다. 개떡의 맛도 무시할 수 없고, 봄철 개나리의 아름다움도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아니한가? '참나리’란 백합과의 나리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는 뜻으로 접두어 '참'이 붙어 있으니, 개나리는 '개+나리'로 나리보다는 작으면서 덜 예쁘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맑은 주황빛을 띤 나리가 화단을 밝게 비추어 주고 있는 계절이다. 곳곳에서도 나리꽃이 각자의 이름으로 미모를 과시하고 있다. 하늘나리, 중나리, 땅나리, 솔나리, 털중나리 등 나름대로의 개성을 고집하고 있음이 신기하기도 하다. 앞 산에 올라보면 곳곳에 숨어서 핀 하늘말나리들이 가득하다. 우거진 나무 그늘에 홀로 자리 잡고 피어남이 외롭게도 보이지만, 훨씬 고고함을 간직한 나리꽃이다. 계절에 따라 피어나는 갖가지 꽃 중에서 맑은 주황빛을 주는 나리, 신비한 색깔로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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