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결 속에 만난 시골의 소리

(시골집에 살다)

by 바람마냥

꿈을 꾸고 있는 듯한 잠결, 상쾌한 물소리가 들린다. 엊그제 지리산 골짜기에서 만났던 소리이다. 부산에 살고 있는 딸아이가 지리산으로 시간을 내 찾아 왔단다. 딸과 사위도 보고, 손녀도 만날 겸 이것저것을 싣고 지리산 골짜기에 갔었다. 추근대는 장맛비 속에 찾은 펜션, 인적은 드물지만 물소리만은 풍성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빗물, 골짜기를 타고 내려온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바위 사이를 비집고 바쁘게 흐르는 소리가 경쾌했었다. 그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려보니 창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집 앞 작은 도랑에 물이 흐르는 소리이다. 언제나 즐거움과 경쾌함을 주는 맑은 물소리이다. 엊저녁이 생각났다. 아내가 근처 시내를 다녀오더니 검은 봉지를 건넨다. 삼겹살이 생각나 사 왔단다. 저녁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났던 모양이다. 비도 오는데 잘 됐다는 생각을 하며 이것저것을 준비했다. 불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자리에 있는 먼지를 닦으며 준비를 마쳤다. 상이 차려지고 텃밭의 상추가 빠질 수 없고, 풋고추가 있어야 했다. 거기에 봄내 준비한 반찬이 있어야 했다. 봄내 산골을 찾아 준비한 비장의 무기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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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이 들어 갖가지 나물을 길러 낸 산, 그곳에는 두릅이 있었다. 살짝 데쳐서 초장을 찍어 먹는 맛도 근사하지만 장아찌로 만들어 먹는 맛도 거절할 수 없는 맛이다. 두릅이 참석했다. 얼마 전 친구 덕에 마련한 마늘종 장아찌가 등장했다. 어느 날, 친구가 말을 건넨다. 가까이 있는 동네에 가면 마늘종을 마음껏 뽑아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내와 함께 동네를 찾았다. 마늘 농사를 짓는 거대한 시골 동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마늘밭이다. 마늘이 실하게 하기 위해 마늘종을 뽑아 주어야 한단다. 농촌에 일손이 없어 할 수 없는 일이니 마음껏 뽑아가란다. 아내와 그렇게 준비한 마늘종 장아찌가 등장했다. 거기에 먹음직한 오이가 등장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가 준 오이이다. 거대한 오이농사를 짓는 친구, 언제나 찾아가도 반겨주는 시골친구이다. 기꺼이 커피로 맞아주고 기나긴 이야기로 반겨준다. 오랜 친구가 키워준 먹음직한 오이가 등장했다. 거기에 이웃이 빠질 수 없는 저녁이다. 이웃과 곁들여 거나한 삼겹살 파티가 벌어졌다. 숨김이 있을 수 없는 시골 동네, 언제나 같이 하는 이웃들이다. 가끔은 오이가 문앞으로 전해지고, 근대가 전해지며 수제비를 먹으러 오라 한다. 오늘도 아내는 오간 데가 없었다. 이웃집에 옥수수를 먹으러, 수제비를 먹으러 간단다. 보리밥을 했으니 먹으러 오라 한단다. 모두가 시골에 사는 즐거운 삶의 재밋거리이다.

도랑물 소리가 풍성하다.

이웃들과 거나한 저녁이 끝나고 심심해질 무렵, 귓가에 들려오는 거대한 물소리가 있었다. 시골집 앞 도랑에서 난리가 났다. 사시사철 끊임이 없는 도랑물이다. 비가 온 덕에 물이 많이 불어났다. 얼른 내려가 발을 담그며 세수를 했다. 시원한 물줄기가 오늘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너무나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흐른다. 훌러덩 옷을 벗고 몸을 담그고 싶은 물이다. 세수를 하고 나왔던 앞 도랑물, 밤 사이에 비가 내려 우렁찬 소리가 아침까지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밤새 많은 비가 내렸는지 물소리는 훨씬 풍성해졌다. 엊그제 지리산에서 만났던 물소리가 부럽지 않다.


산골짜기 펜션에서 잠을 자는 기분이다.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는 소리이다. 거기에 알을 낳은 닭이 참견을 한다. 꼬고댁거리며 물소리에 간주를 넣어 준다. 다시 뻐꾸기도 한소리 거들어 준다. 이때 햇살이 찾아왔다. 언제나 맑은 햇살이 즐거워 자리 잡은 산골집이다. 한 줄기 화살이 되어 내려온 햇살, 앞산을 뚫고 내려온 것이다. 우선은 나무를 비추고 남은 빛, 잔디밭에도 가득하다. 곳곳에 숨어 있던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골 아침의 참 모습이다. 먼지 한톨 없음직한 맑음 속의 아침이다.


상쾌한 물소리가 저음으로 분위기를 잡아 주고, 알을 낳은 닭이 참견을 한다. 가끔 수탉이 긴 울음으로 호령을 한다. 맑은 햇살이 건너와 잔디밭을 비추는 사이, 잔디에 앉은 물방울이 빛을 발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산까치가 이 분위기에 끼어든다. 긴 전깃줄에 앉아 아침을 알아차렸다. 산까치가 떠드는 사이에 처마 밑의 참새가 일어났다. 늦잠을 잤는지 부지런이 조잘대며 잔디밭을 서성인다. 곳곳에 숨어 있는 먹거리를 찾아 나선 참새다. 꿈결인 듯 만난 물소리는 아직도 동네를 호령하고 있다. 시골집 앞을 흐르는 작은 도랑이 즐거움을 주는 아침의 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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