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꽃의 계절)
시골집 잔디밭 가장자리, 빨간 접시꽃이 피었다. 이웃에서 심어 놓은 접시꽃이 환하게 핀 것이다. 시골 동네의 아침이 시작되었다. 작은 도랑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함께 아침을 알리는 닭이 활개를 친다. 먼산에 뻐꾸기 날며 아침을 여는 시골집의 풍경이다. 노란 꽃으로 봄을 맞이했던 금계국이 서서히 물러갈 즈음, 시골집을 훤히 밝혀주는 접시꽃이 우두커니 서서 시골마당을 지키고 있다.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해진 '접시꽃', 밝은 얼굴로 화사하게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아침이다.
접시꽃, 아욱과에 속하는 초본식물로 중국이 원산지이다. 촉규화(蜀葵花), 덕두화(德頭花), 촉계화, 단오금 등 다양한 형태로 불리는 꽃이다. 잎과 뿌리를 약용으로도 사용하며, 비뇨기와 순환계 질환을 다스리는데 유용한다고 하니 우리의 삶과 가까이 있는 꽃이다. 색깔은 진 빨간색과 흰색 등 다양한 빛을 보여준다. 꽃잎은 홑꽃과 겹꽃이 있지만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접시꽃은 대부분 홑꽃이다. 하지만 가끔 만날 수 있는 겹 접시꽃도 다른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접시꽃, 아름다운 접시꽃은 왜 접시꽃이라 했을까?
꽃 모양이 접시를 닮아 접시꽃이라 했다고도 하고, 씨앗이 접시를 닮아 접시꽃이라 했다고도 하는 접시꽃이다. 활짝 핀 접시꽃을 보면 넓은 접시 모양임을 쉽게 알 수 있으니, 꽃 모양을 보고 접시꽃이라 했다는 설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꽃을 보면 바로 접시를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앗을 보고 접시 닮았다 하는 것보다는 수월했으리라는 것이 이유이다. 활짝 핀 접시꽃을 바라보는 아침, 시원한 바람과 함께 즐거운 아침이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접시꽃, 커다란 키로 울 넘어까지 빛을 발하기도 하고, 무리 지어 언덕을 빛내 주기도 한다.
새벽 아침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나섰다. 벌써 들녘은 검푸름으로 가득해졌다. 여름이 깊어지면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심한 장맛비가 주춤해 다행이다 싶다. 운동을 하면서도 아침부터 후덥지근하다. 농부들이 들녘을 서성인다. 심어 놓은 벼가 듬직하고, 잘 자란 고추밭이 보고 싶어서이다. 아침, 저녁으로 돌보지 않으면 안달이 나기 때문이다. 시간 따라 변하는 농작물이 신기하다. 잠깐 눈을 돌려도 키가 자라 있다. 그래서 농사를 짓는 힘이 생기나 보다. 들길을 벗어나 시골 동네를 들어서도 반겨주는 것은 역시 빨간 접시꽃이다. 문간에 우두커니 서서 붉은 꽃을 피웠다. 커다란 키에 빨간 꽃을 달고 집을 지키고 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긴 언덕을 올랐다. 긴장된 근육이 남은 힘이 다할 무렵, 긴 비탈진 길을 내려감은 삶의 편안함을 안겨주는 듯했다. 긴 오름이 있으면, 긴 내림이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이다. 몇몇 가구가 눈에 띄면서 다시 붉은 접시꽃이 보인다. 그냥 접시꽃이 아니다. 초등학교 운동회 시절, 얇은 종이로 만들었던 조화같이 생긴 접시꽃이다. 널따란 꽃잎이 있으며 안이 텅 빈 것이 지금까지의 접시꽃이었다. 하지만 접시 안을 꽃잎으로 가득 채운 다복한 접시꽃이다. 접시꽃 중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겹 접시꽃이다.
접시꽃, 긴 꽃대를 따라 꽃이 피어 있다. 조금은 가냘픈 잎으로 둘러싸여 바람에 살랑인다. 홑 접시꽃은 다섯 장의 꽃잎이 나선형으로 붙어 있으며 꽃은 아래서부터 피어 위로 올라간다. 홑잎으로 꽃이 피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답다. 하지만 겹 접시꽃은 모양이 다르다. 바깥으로 있는 꽃잎 안쪽에도 꽃잎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홑 접시꽃은 단순하면서 홀가분해 좋고, 겹 접시꽃은 속이 꽉 채워져 복스러워 아름답다. 커다란 줄기에 달린 겹 접시꽃은 들어찬 꽃잎이 가득하다. 홑 접시꽃은 얇은 잎으로 둘러싸여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모습이 가냘프기만 하다.
세월 따라 살아가는 삶은 많은 것보다는 단출하고 단순한 삶이 그리워진다. 많은 것을 소유한 복잡한 생각보다는 작은 가짐으로 생각거리가 없는 삶이 훨씬 편안하다. 서서히 가진 것을 버리면서 웬만하면 간단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삶이 별것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해왔다. 가능하면 간단하면서도 단순한 삶을 갖고 싶어 진 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간단하면서도 소박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시골집 곳곳에 접시꽃이 가득 피었다. 집집마다 색깔이 다르고 모양이 다른 접시꽃이다. 주인의 기호에 따라 피어 있는 접시꽃이 골짜기에 자리 잡은 시골집을 넉넉하게 해주는 접시꽃이다. 그중에도 단순하면서도 단출한 홑 접시꽃이 훨씬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나만의 삶의 모습일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접시꽃을 만나 생각해 보는 오늘의 하루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