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메리골드가 격하게 꽃을 피웠다.

(메리골드가 꽃을 피우다, 도랑가에 핀 프렌치 메리골드)

by 바람마냥

동네를 따라 긴 도랑이 있고, 도랑을 따라 길게 길이 이어져 있다. 몇 년 전에 커다란 장마가 오고 깨끗하게 포장을 한 길이다. 길을 포장하기 위해 도랑 쪽으로 제방을 쌓았는데, 제방을 쌓은 큰 벽돌에는 듬성듬성 빈 공간이 있다. 제방을 따라 긴 석축이 쌓여있고, 석축을 바치고 있는 큰 벽돌에 구멍이 있는 것이다. 벽돌에 커다란 빈 공간이 있으니 이웃들이 그냥 둘리가 없다. 지지난 해에는 이웃집의 도움으로 검은콩을 심어 재미를 봤었다. 검은콩을 심어 손녀가 좋아하는 콩밥으로 자랑을 하기도 했었다.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동네를 밝히는 가로등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가로등이 설치되면서 밤이 없어진 콩줄기는 짜증이 났는지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 자연의 섭리를 어김에 대한 가벼운 보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올해는 망설이게 되었다. 올봄 들어 어느 날, 이웃들 제안을 한다. 올해에는 빈 공간에 꽃을 심어 보면 어떠냐는 제안이다. 흔쾌하게 동의를 하고 그곳에 메리골드를 심기로 했다. 봄 어느 날 하루 날짜를 잡았다. 메리골드 모종을 구해 심기로 했다. 메리골드, 서광이라고도 하는 꽃인데 특유의 향이 있어 뱀과 곤충을 막아준다니 너무도 좋다.

IMG_E8777[1].JPG 아프리칸(멕시칸) 메리골드(천수국)

메리골드, 금잔화, 만수국, 천수국 등 많은 이름으로 혼동스러운 꽃이다. 토종 꽃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외국에서 귀화한 식물들은 알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모두 국화과에 속하며, 천수국 속에 천수국과 만수국이 있다. 천수국을 African marigold 또는 Mexican marigold, 만수국을 French marigold라 하며, 금잔화는 국화과에 속하지만 금잔화 속의 금잔화로 Field marigold라 한다. 복잡한 분류를 가지고 있는 꽃이니 이름을 아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천수국과 만수국은 꽃 모양이 혼돈스럽다.


천수국(千壽菊)과 만수국(萬壽菊)은 메리골드(Marigold)라 불리는 국화과 한해살이풀이다. 천수국과 만수국은 꽃이 오래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만수국이 초여름부터 서리가 올 때까지 더 오랜 기간 핀다. 멕시코와 미국 남서부 등을 원산지로 잎모양은 비슷하지만 꽃 모양이 다르다. 천수국이라 하는 아프리칸 메리골드는 노란색이나 단색이 많은데, 닭 벼슬처럼 꼬불꼬불한 꽃잎이 모여 공 모양을 이루고 있다. 만수국이라고도 하는 프렌치 메리골드는 황갈색과 적갈색 등의 혼합색이 많으며 천수국보다 덜 꼬불꼬불하고, 천수국이 공 모양을 하고 있지만 만수국은 꽃잎이 옆으로 퍼져있다.

IMG_8888[1].JPG 프렌치 메리골드, 만수국(서광)

남유럽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금잔화와 메리골드를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잎 모양이나 꽃 모양이 전혀 다르다. 메리골드는 잎이 쑥갓 비슷한 잎에 톱니 모양이 나 있지만, 금잔화는 밋밋한 잎 모양의 잎을 하고 있다. 메리골드는 한 잎 줄기에 여러 개의 잎이 나와 있지만, 금잔화는 긴 줄기에 밋밋한 잎이 하나씩 나와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잔화는 금빛 모양의 술잔을 닮을 꽃이라 하여 금잔화(金盞花)라 하는 꽃인데, 속명은 카렌듀라(Calendula)이다. Calendula는 로마어로 정월 초하루의 뜻이고, 꽃이 한 달 동안 핀다고 해서 calendae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웃들과 함께 프렌치 메리골드, 즉 만수국을 나란히 심었다. 손가락만 한 메리골드를 심었으니 언제 꽃을 피우려나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는 날, 작았던 메리골드가 몸집을 불려 꽃망울을 맺기 시작했다. 여름이 오면서 메리골드는 황금색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작은 도랑을 따라 길게 늘어선 길가에 황금색 메리골드 꽃이 핀 것이다. 진한 향이 있어 뱀과 곤충들이 기피한다는 메리골드, 시골길을 환하게 비추어주고 있다. 어두운 밤이 오면 가로등이 빛을 발하고, 거기에 달빛이 한몫을 하는 날의 메리골드는 충분한 아름다움으로 동네를 지키고 있다.

금잔화3.png 금잔화, 필드 메리골드

어렵게 자리 잡은 시골집, 다정스러운 이웃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황갈색 꽃을 피운 만수국이 도랑가에 가득히 피었다. 아래쪽으로는 도랑물 소리가 갈갈거리고, 앞산에서 드리운 그늘이 여름날을 한결 시원하게 해 준다. 시골집에 자리를 잡고 살면서 작은 도랑을 만난 것으로 모든 것을 만난 것 같은 생각이다. 어린 시절이 숨어있고, 시원함과 경쾌함이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길가를 가득 메운 프렌치 메리골드가 뱀과 곤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서광이라고도 하는 프렌치 메리골드가 서서히 삶의 '서광'을 비추어 주고 있는 듯하다.

IMG_8884[1].JPG 만수국이 길손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열대야라고 하는 무더운 여름밤, 골짜기에서 시원한 바람이 내려온다. 거기에 경쾌한 도랑물이 거들어 주고 밤이면 밝은 가로등 밑에 메리골드가 환하게 웃고 있다. 한낮엔 햇살 따라 메리골드의 방향이 달라진다. 햇살 방향이 동네 입구 방향이니 목을 길게 빼고 길손을 기다리는 형상이다. 동네 입구부터 마지막 집까지 이어진 도랑가에 황금색 꽃이 열 지어 열렬히 환영 인사를 하는 것이다. 누가 오는가 세심하게 바라보며 격하게 박수를 친다. 동네 구경 오는 사람들마다 시선이 머물 수밖에 없는 동네의 상징이다. 시원한 바람 따라 부채가 필요 없는 시골 동네, 메리골드가 가득 피어 동네를 환하게 빛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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