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오늘도 처절하게 울어야 했다.

(여름날의소리, 매미울음소리)

by 바람마냥

장마가 일찍 끝나면서 불볕더위가 여름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들판의 곡식이야 더할 것 없이 고마운 햇살이지만, 코로나로 지친 인간의 몸은 배겨 나기 만만치 않은 날씨다. 따가운 햇살이 뒷산을 넘고, 하루가 저물어 갈 때 즈음에야 선선한 바람이 내려왔다. 이제야 살만한 기분이라 하지만 아직도 더운 기운은 대지를 덮고 있다.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쉬고 하고 싶어 바람을 찾아가는 저녁, 매미는 아직도 울음을 그칠 줄 모르고 울어 댄다. 아침에 시작한 울음, 저녁이면 끝나던 매미들의 처절함은 밤이 되었어도 그칠 줄을 모르고 있다.


여름 소리로 대표되는 매미, 오늘도 목이 쉴 정도로 종일토록 목놓아 운다. 나무 곳곳에 앉아 듣는 이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마냥 울어대고 있다. 여름이 깊어 날이 덥다는 증거이다. 오래전 기억이 되살아 났다. 시골에서 낳고 자라 매미를 비롯한 많은 곤충 그리고 다양한 식물들과 같이 살아왔다. 단지 이름을 모를 뿐 대부분 알고 지냈지만, 여름 방학이면 여지없이 숙제를 해야 했다. 식물채집과 곤충채집. 매미를 잡아야 했고 잠자리를 잡아야 했다. 눈만 뜨고 나면 같이 살아왔던 매미와 잠자리였다. 숙제를 해야 하기에 잡아야 했던 매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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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왜 울어야 할까? 그렇게도 목놓아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려서부터 곤충 채집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품목(?)이었지만 알지 못했다. 매미가 우는 사연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고, 그냥 우는 매미인 줄만 알았다. 하루 종일 울던 매미는 밤이 되어도 그칠 줄을 모른다. 한 여름만 되면 질리도록 울어댄다. 가끔은 시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골의 정취를 주는 소리라는 생각보다는 시끄러운 소리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도 이 더위 속에 매미는 절절한 울음을 울고 있다. 왜 그렇게 울고 있을까? 매미 울음 속엔 처절함이 녹아있음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


매미가 우는 이유는 종족보존을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대부분 임을 찾아 짝짓기를 위해 수컷이 우는 것이다. 수컷의 배에 붙어 있는 발음기로 소리를 내어 뱃속의 울림통을 통해 큰 소리를 내는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매미들이 우는 이유는 천적인 새나 곤충 때문에 우는 것이란다. 암컷은 울지 못해 벙어리매미라 불렀던 기억이다. 고단한 울음으로 짝짓기를 하면 암컷은 나뭇가지 속에 알을 낳는다. 알은 짧게는 40여 일, 길게는 일 년 가까이 걸려 애벌레로 부화되고, 애벌레는 땅 속으로 숨어들어 나무뿌리 진을 빨아먹으며 자라난다.


애벌레는 땅 속에서 수년의 기다림 끝에 허물을 벗고 매미가 되기도 하지만, 매미에 따라서는 7년이 지나 성충이 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북아메리카의 17년 매미, 13년 매미는 17년과 13년의 긴 세월을 참고 견디는 인고의 세월 속에 매미로 탄생하는 것이란다. 긴 세월을 기다린 매미는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알고 보면 매미의 서러운 울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고단한 울음으로 짝짓기를 한 매미, 알을 낳은 암컷은 생을 마감하게 되고 수컷도 이때쯤 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한다. 성스런 세월 속에 태어난 매미는 고작해야 1주에서 길어야 3주 정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처절한 매미의 삶의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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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을 벗고 매미로 태어나 짧은 생을 마감한다면 긴 세월을 견딘 삶이 너무 허무하지 않을까? 종족번식을 위해 울어야 하는 간절함도 있지만, 종족번식 후에 짧은 생을 마감해야 하는 삶이 아쉬워 우는 것이 아닐까도 생각도 해본다. 처절하리만큼 참고 견디어 온 매미의 삶을 봐서 간절하게 울어대는 매미소리를 쾌히 들어줄 수는 없을까? 매미는 낮에도 울지만 저녁에도 울고 있다. 매미는 더운 날씨에는 울고 비가 오거나 서늘할 때는 울지 않는다. 서늘한 밤에는 울지 않던 매미가 요즈음은 밤에도 한없이 울어댄다. 왜 그럴까?


매미가 짝짓기를 위한 울음은 빛과 온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변온 동물인 매미가 울기 위해서는 일정한 온도 이상 되어야 하는데, 여름이 뜨거울수록 매미의 울음소리가 요란해지는 이유이다. 기온이 높을수록 소리를 내는 근육운동이 활발해 소리 내기가 수월하다는 것이다. 더운 여름날이면 매미는 님을 찾아 울어야만 한다. 한낮 동안이 암컷이 찾아오기 좋은 환경이기에 열렬히 구애를 하지만, 열대야로 밤 기온이 높아지고 수많은 빛 공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세월이다. 매미는 밤과 낮을 구분하지 못하고 울어대는 것이다.


세월의 변화는 환경도 바꾸어 놓았다. 매미의 삶마저 혼돈스러운 세월이 되었다. 밝은 빛을 따라 수없이 날아드는 매미 떼들을 볼 수도 있다. 밤과 낮을 가리지 못하고 짝을 찾아 매미는 오늘도 종일토록 처절하게 울어대고 있다. 아직도 그리운 임을 찾지 못한 절규인가 보다. 절절한 울음을 우는 매미는 가끔은 추억과 그리움을 주기도 한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절절하게 짝을 찾고 있다. 매미의 처절한 삶을 보면 그만한 소리쯤을 들어주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현대인의 삶에 매미 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여백이 아직 남아있는지 혼돈스럽다. 오늘도 매미의 임을 찾는 울음소리가 하루종일 가득한 여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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