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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혁의 짧고도 묵직한 소리, '끝'.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by 바람마냥

말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렸다. 일 년이 연기되고 우여곡절 끝에 열린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일본에서 전해지는 올림픽 소식에 시원한 소나기가 되기도 한 여름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웠던 경기가 양궁이다. 양궁 하면 세계적으로 강국인 한국 양궁, 다섯 개의 금메달 중에 4개를 획득했으니 인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종목이다. 우선 남녀 혼성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제덕이 외치는 활기 넘치는 목소리에 힘을 받아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단체전이 시작되었다.


남자 단체전 결승, 오진혁(40), 김우진(29), 김제덕(17)으로 구성된 대표팀이다. 준결승에서 미국을 꺾은 일본과 만났다. 세트를 주고받으며 무승부인 상태, 승부는 슛오프로 가야 했다 슛오프에서 똑같이 28점을 기록했다. 규정상 정중앙에 가까운 팀이 승리하게 되어 있다. 거기엔 막내 김제덕이 있었다. '막내' 김제덕이 쏜 화살(0.33cm)이 일본의 10점짜리 화살(0.577cm)보다 정중앙에 가깝게 꽂히면서 극적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약 0.2cm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이번엔 결승이다. 결승 상대는 대만이었다. 남녀 혼성에서 금메달, 남자 단체전 결승까지의 경기에는 김제덕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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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나오는지 모르는 파이팅 소리가 연신 들렸다. 양궁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소리다. 처음 듣는 사람은 깜짝 놀라게 하는 소리이다. 혼성경기부터 들렸던 소리, 막내 김제덕이 외치는 소리였다. 모든 힘을 모아 주먹을 휘두르며 내지르는 소리, 언제나 힘을 받게 하는 소리였고, 상대방엔 주눅이 들게 하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남자 단체전에서도 계속되었다. 맏형 오진혁과는 23년의 차이가 나는 김제덕, 그칠 줄을 몰랐다. 일본을 극적으로 이기고 결승에서 대만을 만났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 우리에게 베테랑 오진혁이 있었고, 에이스 김우진과 신예 김제덕이 있었다.


대만과의 결승전, 도쿄에 상륙한 태풍도 한국 선수단을 흔들지는 못했다. 1,2세트를 가볍게 이겨 4:0으로 앞서고 있다. 마지막 세트에서 비기기만 해도 금메달이다. 마지막 세트, 대만은 10점, 9점, 9점을 쏘고 김우진이 9점, 김제덕이 10점을 쏘았다. 이제 오진혁이 9점 이상을 쏘면 금메달이다. 백전노장 오진혁이 활시위를 당긴다. 팽팽한 긴장 속에 화살을 놓자마자 나온 한마디, '끝'이었다. 모든 것이 끝났고 금메달이라는 뜻이다. 화살은 여지없이 10점에 명중했다. 작지만 명쾌한 울림소리였다. 양궁의 백전노장인 베테랑 오진혁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 '끝'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 백전노장 오진혁은 활시위를 놓자마자 알고 있었다. 10점짜리로 화살이 갈 것이라는 것을. 통쾌하고도 명쾌한 울림이 있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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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장엔 언제나 17살 어린 김제덕의 고함이 있었다. 우리 팀에 힘을 솟게 하고 상대를 주눅 들게 하는 소리였다. 응원석에 앉아서도 파이팅을 외쳤다. 누구의 소리인지 다 아는 소리였다. 그렇다. 양궁장엔 김제덕의 힘이 넘치는 응원소리도 있었지만, 가슴에 담고 있는 백전노장의 소리 없는 소리도 있었다. 언제나 자신감과 뚝심으로 팀을 바치고 있는 힘이 있는 소리였다. 말없이 과녁을 겨냥하는 김우진의 침묵과, 베테랑의 묵직한 소리 그리고 김제덕의 외침의 어울림이 있었다. 가슴속에 담겨 큰 울림을 주는 오진혁의 묵직한 '끝'소리가 올림픽 금메달을 알려주는 명쾌한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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