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라이딩 2일 차, 낙동강 하구둑 자전거길)
낙동강 라이딩을 시작하여 만난 첫 번째 난관, 의령에서 삼랑진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경사진 산을 넘어야 했고 들판을 지나야 했다. 굽이굽이 능선을 따라 오르는 길이 어려웠는가 하면, 시골길을 따라가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산길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어르신들이 있고, 멋진 먹거리를 알려주는 손길이 고맙기만 한 여행길이다. 산을 넘어온 고희의 청춘들은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다. 지나는 어르신이 알려준 길을 따라 달려간 곳은 창녕 남지읍 박진로에 있는 대왕 동태탕 집이다. 순박한 시골 아저씨가 손님을 맞아주고 있다. 시원한 물로 인사를 건넨 주인장은 고니를 많이 넣았다며 자랑을 한다. 거기에 막걸리 한잔이 빠질 수 없다.
시원한 막걸리에 또 다른 시원한 생태탕, 허기진 배를 채우고도 남았다. 넉넉한 인심에 가득한 생태탕, 갖가지 반찬은 혼미했던 정신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주섬주섬 배를 채우고 달려가는 라이딩, 거칠 것이 없었다. 배가 부르고 바람이 시원하다.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은 선심을 쓰듯 평화롭다. 물이 흐르는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의 물이 흐른다. 곳곳에 억새가 가득하다. 하얀 억새가 석양빛에 넘실대는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가을의 축제이다. 한참을 지루하게 페달을 밟아가는 삼랑진 길, 어둠이 오고 있다. 발길을 서둘러 언덕을 올라가는 길,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가던 친구의 자전거 체인이 끊어진 것이다. 큰일 났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망설이는 중, 걱정할 일이 없어졌다.
몇 명의 친구들 속엔 반드시 스승이 있지 않다던가? 주섬주섬 기구를 꺼내더니 체인을 간단히 이어버린다. 자전거길에는 언제나 걱정이 없다. 친구들이 모두 해결해 내기 때문이다. 펑크가 나도 해결할 수 있고, 자전거가 말을 듣지 않아도 해결하는 기술자가 있다. 간단히 해결하고 어둠 속을 헤쳐나가는 자전거 길, 멋진 석양빛이 아름다움을 연출해 준다. 붉은 석양빛에 비추는 낙동강 물빛은 가는 발길을 멈추게 한다.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 숨을 멈춘다. 멋진 영상을 얻었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그림이다. 서둘러 페달을 밟아야 한다. 어둡기 전에 식사를 하고 숙소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좁다란 시골길에 들어섰다. 컴컴함이 가득한 낙동강 라이딩 길, 구원의 손길이 왔다. 식당이 보이고 펜션이 보인다. 너무나 반가워 발길을 멈추었다.
삼랑진 한적한 곳에 있는 매운탕집, 낙동강을 끼고 자리를 잡았다. 조금은 어설픈 주인장은 참게 매운탕을 권한다. 출발해 6시간 동안 달려온 거리가 100km 정도, 고희에 가까운 늙은 청춘들이 뿌듯하다. 어떻게 이 거리를 달릴 수 있을까? 산을 넘고 들을 건너 도착한 삼랑진 길이 아름답기만 하다. 얼큰한 매운탕에 잊지 못할 저녁상, 모두는 상기된 얼굴에 맥주 한잔에 사지가 늘어졌다. 나른한 몸을 씻고 들어선 잠자리는 천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숨을 쉴 틈도 없는 잠자리는 아침이 되어 낙동강변에 있었다. 아침을 알려주는 산뜻한 햇살에 낙동강 물빛으로 다가왔다. 곳곳엔 고기들이 뛰어노는 낙동강에 기쁨만이 가득한 아침이다. 서둘러 길을 나섰다. 한참의 거리를 좁혀야 오후 시간이 한가하다. 가는 중에 아침을 해결하고 낙동강길의 마지막인 낙동강 하구둑에 도착해 을숙도를 맞이해야 한다. 낙동강변을 달려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도, 뿌듯하기도 하다.
서서히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젊은 청춘들의 근육은 지칠 줄을 모른다. 가파른 언덕도 거칠 것이 없다. 늙은 청춘들은 허기진 근육을 달래려 식당을 찾아야 했다. 일렁이는 억새를 뚫고 찾아낸 식당은 반갑기만 하다. 양산시 원동에 있는 작은 식당, 여기도 시골 아저씨가 맞이해 준다. 깔깔한 입맛을 달래기 위해서는 역시 된장찌개가 으뜸이었다. 서둘러 원기를 회복한 늙은 청춘들이 신이 난다. 어깨를 들썩이며 달려가는 낙동강변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강가를 따라 만들어진 공원과 자전거길, 우리도 살기가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 햇살이 따가워졌다. 곳곳에서 만나는 억새의 아름다움은 가을을 실감케 한다. 나의 계절은 어디쯤일까?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에 발길이 주춤거린다. 가을이든 겨울이든 무슨 상관이 있으랴! 최고의 친구들과 150여 km의 길을 달리 수 있는 청춘 들은데, 갑자기 쓸데없는 걱정을 접고 페달에 힘을 얹는다.
서서히 힘겨워하는 사이 부산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곳곳에 많은 차량들이 붐비는 모습에 도시임을 실감한다. 이제 운동을 하는 시민들도 많고,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차도를 따라 숲이 만들어져 있고 그 속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다. 숲 속을 달리는 자전거길이지만 곳곳에 차도와 겹치는 구간이 있어 조심스럽다. 곳곳엔 시민들이 운동을 하지만 어르신들이 힘겹게 걷기를 하고 있다. 저렇게도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 갑자기 숙연해짐은 나이 때문일까? 이만한 다리와 친구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 힘을 다해 본다. 서서히 낙동가 하구둑이 보인다. 가까이 보이는 것 같지만 상당한 거리임을 안다. 눈앞에 보이는 산을 하루 종일 달려간 일도 있다. 몽골 여행을 했던 기억이다. 아스라이 보이는 산을 하루 종일 달려야 했다. 차도를 끼고 들어선 자전거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곳곳엔 공사구간도 있어 더 조심스럽다.
낙동가 하구둑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급한 친구들은 속력을 낸다. 어차피 같이 가야 하는 길, 경치가 좋은 곳에 멈추어 섰다. 흐르는 듯 멈추어선 낙동강과 부산의 공기를 맛보고 싶어서이다. 곳곳에 도시의 흔적들이 보이고, 하늘은 더없이 높기만 하다. 역시 가을임을 알려주는 것들, 아름다운 가을 속에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오늘을 잘 살아가야겠다. 늙음을 탓하지 맑고 주어진 것에 감사함을 늘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부산에 살고 있는 딸아이에게 전화를 했다. 부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가 없지 않을까? 손녀의 안부를 묻고 언제나 자상한 사위의 안부를 묻자 깜짝 놀란다. 늙은 아버지가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단다. 언제나 잘해주지 못해 안쓰럽기만 한 딸아이이다. 나름대로의 꿈을 안고 부지런히 살아가는 아이들이 고맙기만 한 아침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뒤로하고 자전거에 올랐다. 먼 거리를 달려왔지만 남은 몇 키로의 길이 지루하기만 하다. 역시 마음자세에 달려 있음을 안다. 수십 킬로를 시작할 때는 단단히 마음을 먹었지만, 남은 몇 킬로는 간단하게 생각한 게으름이 고개를 든 것이다. 몇 키로를 달려가는 자전거길이 힘겹기만 하다. 남은 근육의 힘을 빌려 도착한 울숙도, 많은 자전거 동회인들이 붐빈다. 곳곳에서 달려온 사람들, 나만의 환희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환희였다. 길을 묻는 이방인에게 어서 따라오라고 앞장서는 젊은이, 사진을 찍어 달라는 말에 서슴없이 응해주는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해야 하는 자전거 길이다. 점심 식사를 하고 합천창녕보로 복귀해야 한다. 서둘러 점프 차량을 수배하고 식사를 해야 한다.
맛깔난 점심으로 식사를 하고, 점프 차량에 올랐다. 모두가 노곤해진 늙은 청춘들은 상기된 얼굴이다.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는 친구들이 고맙기만 하다. 선뜻 나서서 기획하며 모든 일에 나서 주는 친구가 있으니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언제나 신세만 지고 사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긴, 신세를 진 곳이 친구들뿐이던가? 나를 감싸고 있는 모든 이들, 가족이 있고 이웃이 있으며 사회가 있다. 나는 늘 주변인들에게 신세만 지고 있음에 잠시 숙연해진다. 뉘엿뉘엿 지는 해가 올 즈음 합천창녕보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가을 저녁 무렵이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날이다. 서둘러 삶의 현장이 있는 청주로 달려야만 했다. 오늘도 감사한 자전거 길이다. 다음에 어느 곳으로 달려갈까를 고민하며 발길을 서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