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연주회, 가을을 노래했다.

(가을을 준비하다, 연주회 모습)

by 바람마냥

한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가을날, 연말 색소폰 연주회를 해야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연습을 해 온 색소폰 연주다. 고단한 코로나 시국의 어려움 속에서도 쉼이 없이 해 온 색소폰 연주였다. 순식간에 늘어나는 환자 때문에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환경, 지하공간에 마련한 색소폰 연습실이다.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모일 수가 없어서다. 세명까지 또는 네 명까지 등 많은 조건에 섣불리 회원들을 모이게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큰 일이기 때문이다. 두어 달 동안은 단체 연습을 금지하고 개인별 연습만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지 연주회를 해야 하기에 고민 끝에 묘책을 찾아야 했다.


연말 연주회장은 이미 예약해 놓았고, 많은 회원들이 나름대로 연습을 했다. 꾸준히 연습하는 회원들, 가족 친지들을 초청해 연주 실력을 선보이려 은근히 기대하기도 한다. 연말 연주회를 해야 하는 이유다. 색소폰 동호회 회원은 총 15명이다. 알토 색소폰 1,2부가 있고, 테너 파트가 있어 총 1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민 끝에 생각한 방안은 파트별로 한 명씩 모여 연습하는 것이었다. 알토 색소폰 파트별 한 명씩 두 명, 테너 색소폰 한 명 등 세명에 지도자 한 명이면 네 명이다. 회원들을 고려해 곡을 선정하고 파트별 인원을 조정했다. 회원들과 지도자 사이의 거리를 두고 연습을 했다. 물론 출입구에는 손소독제와 발열체크를 위한 준비도 완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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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별로 한 파트가 한 시간 연습하고 가면, 다음 파트가 연습을 한다. 하루에 6명씩 연습을 하는 방식이다. 점점 연습을 하면서 서서히 연주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몇 달이 지나고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방역 방침이 바뀌었다. 8명까지 가능하면 두 파트가 모여 연습하면서 인원수에 따라 소리가 달라졌다. 우렁찬 색소폰 소리가 음악이 되어갔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 예방접종이 시작되었다.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는 회원들, 신속히 예방접종이 완료되고 서서히 연주 모습을 갖추어갔다. 인원수가 많아짐에 따라 각각의 소리가 모여 음악이 되는 신기한 음악의 조화였다. 연습의 효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 짜릿하다. 인간의 노력은 위대함을 쉽게 전해줌이 신기하기만 하다.


서너 명의 소리가 모여 8명의 우렁찬 소리가 되었고, 모두가 어우러지며 멋진 조합이 되었다. 개인별로 좋아하는 곡을 선정하여 연습을 하면서 합주 연습을 계속했다. 서서히 10월이 지나며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했다. 연주회장을 준비하고, 연주 리플릿과 현수막을 제작하는 과정은 힘에 겨웠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일일이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모두가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누구에게 부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연주회장 준비와 리플릿을 만들고 연습하는 것만 남은 줄 알았다. 코로나 시국은 모든 것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출연자 모두가 예방접종 완료 확인서를 제출해야 했고, 사이버 안전관리 교육을 받아야 했다.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 어렵지만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제목 없음.png 전국 색소폰 경연대회 참석

해마다 겪는 어려움이다. 시간을 낼 수 없다는 회원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아야 하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무한의 인내심을 갖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했다. 가끔은 불편한 이야기가 오고 가지만 속으로 삭이는 수밖에 없다. 모든 일을 조용히 해결하면 회원들이 편안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하지만 연습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모두가 내 마음과 같을 수는 없는 일, 일주일에 두어 시간의 짬도 낼 수 없단다. 무관심한 것은 아니겠지만 야속하다는 생각을 삭이며 연습을 독려하고 준비를 했다. 그나마 배려해주고 격려해주는 회원들이 있어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어 나갔다.


온갖 어려움 속에 연주회 날이 다가오고 있다. 각자 색소폰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 개인곡 연습에 열중이다. 긴장이 되고 걱정이 되는 일, 침이 마르도록 연습을 하는 회원들이다. 언제나 한가하던 연습실이 늘 사람들로 가득함에 신이 난다. 함께 어울리며 연주를 한다는 기쁨에서이다. 열정적인 연습으로 모두의 실력은 눈에 보이도록 좋아진다. 해마다 실력이 향상됨을 여실이 증명해 주고 있다. 개인별 연주곡은 물론, 합주의 어울림도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개인곡에 열중하듯이 합주 연습도 그랬으면 하는 아쉬움이 늘 있다. 밝은 햇살이 비추는 가을날, 드디어 연주회 날이 밝았다. 설레기도 신이 나기도 하는 가을날이다.

뜰에도 가을은 깊어가고.

연습실에 모여 악기를 챙겨 공연장으로 출발, 설레는 마음이지만 긴장도 되는 분위기다. 공연장에 모여 일사불란하게 준비를 하고 마지막 리허설을 마쳤다. 매년 하는 연주회이기에 준비는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코로나 시국은 여러 가지로 어렵게 한다. 방역수칙이 까다롭지만 지켜야 하고, 입장인원을 세세히 안내해야 한다. 반드시 KF94 마스크를 써야 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코로나 시국에 오시는 손님들도 그리고 초대하는 사람들도 머뭇거린다. 코로나 시국 전에는 150명에서 200 명선이 되었지만, 지난해부터는 80명 안팎으로 줄어 줄었다. 올해는 어쩌려나 걱정이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드디어 연주회 시작시간인 17:00이 되었다.


소질도 없는 사회를 봐 가면서 연주회를 시작했다. 신나는 3곡의 합주가 끝나고 개인곡이 시작되었다. 개개인의 개성이 나타나도록 짧고도 독특한 멘트를 준비했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어렵게 사회를 보면서 개인별 연주가 끝나고, 마지막 합주 3곡이 남아 있다. 관객들의 수는 예상대로 80여 명이 오셨다. 아쉽지만 이만하면 되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마지막 세곡의 합주가 끝났다. 열렬이 박수를 보내주고 끝까지 자리를 지켜줌에 감사한 마음이다. 회원들이 열과 성의를 다해 줘서 고맙다는 생각, 어려움이 가중되어 버겁다는 생각에 혼돈스럽다. 다만, 모든 회원들이 좋아한다는 생각으로 일 년을 버티고 연주회를 끝냈음에 감사한 마음도 든다. 서로를 격려하며 연주회장을 정리한다. 코로나 시국은 많은 것을 변화시켜 놓았다.

IMG_E9167[1].JPG 수채화(계곡에도 가을이 가득합니다)

일 년간 고생한 회원들, 연주회를 마치고 소주 한잔으로 서로의 노고에 감사하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이마저도 막아서고 있다. 여러 명이 모이기 곤란한 현실, 어쩔 수 없이 각자 가족과의 회식으로 바꾸어야 했다. 시원한 맥주 한잔으로 시름을 달래고, 서로를 위로하던 뒤풀이도 미루어야 했다. 먼 길에서 오고 가는 가족 친지들과 회원들, 간단한 뷔페식당을 찾아 관객과 회원들이 어울렸던 연주회였다. 일 년간의 노고와 고마움에 간단한 식사를 준비했던 연주회의 뒤풀이였다. 악기를 챙겨 연습실로 돌아와 정리하는 모습이 훈훈하다. 언제 이런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까? 음악이 좋아 같이 할 수 있는 회원들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연주회가 끝났으니 내년을 또 준비해야 한다. 내년도 동호회 운영계획을 세우고, 연주회장을 정해 놔야 한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연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해마다 신청 단체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 연주회장 사용승인이다. 어린이집이나 여러 동호회원들의 사용신청이 빈발해 사용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렵지만 음악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기대를 한다. 누구라도 해야 하는 일, 서둘러 계획을 세우고 회원들을 독려하는 수밖에 없다. 연주회가 끝나고는 느슨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연습실 사용인원도 현저히 줄어든다. 하지만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습실의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보다 나은 내년도 연주회를 위해서이다. 모두에게 감사한 색소폰 연주회를 마친 가을날 밤의 생각이다.


*합주곡 중 한 곡을 올려 놓았습니다. 시간 되시면 한 번 꾸욱 눌러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