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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Dec 15. 2021

가을 맛을 찾아 나선 태백산맥 속, 벌교 꼬막

(남녘의 먹거리 여행, 꼬막무침)


가끔 찾아가는 여행지가 여러 곳이 있지만, 그중에도 따스한 남녘땅은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늘 먹거리가 즐비하고,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끔 보성 녹차밭을 찾는다. 언제나 푸르름이 주는 안락함을 잊을 수 없어서다. 언젠가 아이들과 찾았던 보성,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여행지다. 젊음과 푸름이 가득했던 시절에도, 세월이 한참 흘렀어도 잊을 수 없는 여행지다. 보성에서 쉼을 거처 보성 땅의 끝, 율포를 찾아 나선다. 잔잔한 바다가 그립고, 아기자기한 포구가 좋아서다. 기분 좋으면 해수탕을 즐기고, 남도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던 남도 여행, 이번에는 먹거리 여행을 작정하고 길을 나섰다. 언제나 운전은 놀이 삼아하는 취미생활 중 하나이기에 부담은 없다. 아침 일찍 나서야 운전이 쉽고도 편리하다. 운전을 하며 만나는 자연이 좋고 설레어 한적한 운전을 좋아해서다. 조용한 길을 달리는 것을 좋아해 늘, 시골길을 택해 운전을 한다. 골짜기마다 사람 이야기가 있고, 가는 곳마다 만나는 자연은 언제나 신기하다. 곳곳에서 만나는 풍경에 눈길이 멎고, 주는 음식에 숨이 멎는다. 몇 년 전에 갔던 북유럽 배낭여행이 떠오른다. 친구들과 어울려 20여 일 간 북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스웨덴에서 차량을 렌트하여 스웨덴, 덴마크를 거쳐 노르웨이와 핀란드를 경유하는 여행이었다. 장장 20여 일간 4,000km를 기분 좋게 운전한 기억이다. 신나는 해변 도로와 푸르른 초원을 여행하는 길, 20여 일간 운전대를 놓지 않았었다. 운전하면서 만나는 푸르른 바다가 좋았고, 오고 가는 풍경들이 너무 좋아 언제나 즐기는 놀이였다. 조용한 밤, 어둑한 길을 여행하는 맛은 빼놓을 수 없다. 늘, 복잡한 고속도로를 피해 조용한 시골길을 택하는 여행을 하는 이유다. 언제나 동행하는 아내는 그러려니 하며 동참해 준다. 


순식간에 찾아간 곳은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고장, 벌교였다. 보성을 통해 가기도 하고, 구례를 거처 가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녹차밭이 그리우면 보성을 택하지만, 구례를 거치는 길을 자주 택한다. 거기엔 섬진강이 있고 구비구비 삶의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나는 길에 구례 장터를 찾고, 화계장터를 들러본다. 구례에서 하동에 이르는 길이 언제나 좋다. 봄이면 봄대로 아름다움이 있고, 여름이면 싱그러움이 있으며 가을이면 감사함이 있는 곳이다. 우측으로 흐르는 섬진강이 신선하고 좌측으로 흘러내리는 지리산이 정스럽다. 양쪽을 호위해 주는 아름다움 군단을 언제나 잊을 수가 없어서다. 구례를 지나 벌교에 도착했다. 

일 년에 두서너번은 남도의 맛을 찾아오는 곳이다. 짭조름한 맛에 상큼한 맛까지 전해주는 꼬막과 짱뚱어를 만나러 장장 300여 km를 달려온 것이다. 겨울철 꼬막이 있는가 하면, 여름철엔 낯선 이름의 짱뚱어가 기다리고 있다. 찬바람이 불어오면 꼬막정식을 찾아오고, 여름이 오면 짱뚱어 탕을 찾아 벌교를 찾는다. 지리산의 푸근함이 발길을 잡아 찾은 벌교 땅, 볼거리와 바다이야기가 가득해 좋다. 가까이 낙안읍성이 있고, 순천만 갈대밭은 언제나 싱그럽다. 정스런 굴뚝에서 연기가 솟고, 수북한 갈대숲에선 망둥어가 고개를 들고 있다. 소슬한 바람이 들려주는 갈댓잎 부비는 소리는 언제나 살갑고 정스런 소리였다. 꼬막 정식이 차려졌다.


꼬막, 주로 겨울철에 별미인 꼬막은 참꼬막과 새꼬막 그리고 피꼬막으로 분류한다. 서해안과 남해안에 분포하며 주로 갯벌에서 서식한다. 참꼬막은 쫄깃쫄깃한 맛이 나는 고급어종으로 갯벌에서 사람이 직접 채취하며, 제사상에 올려지는 제사 꼬막이라고도 불린다. 새꼬막은 참꼬막보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자라며, 4년 정도 걸리는 참꼬막에 비해 2년이면 성장하며 배를 이용해 대량으로 채취한다. 맛이 좋은 참꼬막이 새꼬막보다 비싼 이유이기도 하다. 참꼬막은 제사 꼬막이라고도 하고, 새꼬막은 똥꼬막이라고도 한다. 꼬막의 아랫부분을 수저로 돌려 까야하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참꼬막보다 못한 꼬막이라 하여 똥꼬막이라 한다는 설도 있다. 피꼬막(피조개)은 새꼬막이나 참꼬막에 비해 붉은 피를 함유 있어 피조개라 하는 고급 식재료이다. 

남도의 젓갈이 등장했고, 꼬막을 부침개가 동참했다. 태백산맥에서 간간하고 쫄깃쫄깃하며 알큰하기도 하고 배릿하다 표현한 꼬막, 염상구가 외서댁을 범하고 '쫄깃쫄깃한 겨울 꼬막 맛'이라 비유하기도 했다. 구수한 된장국에 꼬막이 헤엄을 치고 붉게 물들인 꼬막이 싱그럽다. 적당한 매움으로 맛을 더한 꼬막무침이 밥과 어울리면 잊지 못할 환장할 맛을 준다. 하얗게 삶은 꼬막이 통째로도 등장했다. 꼬막을 손수 까서 먹어야 하는데, 꼬막을 까는 도구가 식탁에 하나씩 놓여 있다.  새꼬막 즉, 똥꼬막을 까기 위한 도구다. 꼬막 뒷부분에 넣고 살짝 돌리면 꼬막 껍데기가 벗겨진다. 전엔 숟가락을 이용했지만 전문적인(?) 도구가 등장한 것이다. 순식간에 식당에 손님이 북적인다. 현지인들도 많이 찾아오는 꼬막정식의 인기를 대변해 준다. 

                                                                                

바지락을 비롯한 대부분의 조개는 5월 무렵부터 살이 올라 맛이 있지만, 홍합과 꼬막은 겨울이 제철이다. 11월을 전후하여 맛을 들기 시작해 설을 전후해 살이 꽉 찬다고 한다. 꼬막에는 단백질,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 등이 함유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좋다고 한다.  철분, 헤모글로빈 등도 풍부하여 빈혈 예방에 탁월하며, 타우린과 베타인을 함유하고 있어 동맥경화나 간 기능 개선에도 좋은 먹거리다. 여기에 항산화와 노화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벌교에서 며칠 묵고 가야 할 판이다. 아직도 쫄깃한 꼬막 맛이 입가를 떠나지 않는다. 곳곳에 보이는 수없이 많은 꼬막정식이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멀리서 단숨에 찾아온 길, 꼬막정식 한 상으로 배를 불렸으니 벌교 구경을 나서야 한다. 곳곳에 태백산맥을 기억하게 해주는 장소가 가득하다. 거대한 대하소설 택배 산맥 문학거리가 있고, 소설 태백산맥을 기억해 볼 수 있는 태백산맥 문학관이 있다. 벌교 시내를 걷다 보면 일제 식민지 시절 지어진 금융조합, 일제강점기 양식 그대로 보존 중인 벌교 보성여관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월곡 영화 골 벽화마을엔 많은 사람들이 찾곤 했지만 가을이 지나는 썰렁한 날씨 때문인지 거리가 한산하다. 썰렁한 날씨에 코로나까지 겹쳐 나들이를 나설 엄두가 나지 않은 모양이다. 시끌시끌하던 오래 전의 시절이 그리워지는 세월이다. 널배를 이용해 칼바람 속에 갯벌을 누비며 채취하는 꼬막, 쫄깃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남도의 맛을 기억하며 다음 길을 재촉하는 남도 여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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