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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Feb 11. 2022

미세먼지 가득한 산마루, 마스크를 씌워줘야겠다.

(골짜기의 겨울 색깔, 앞산의 미세먼지 )

이층 서재 앞 창문을 열었다. 냉기가 방 안으로 훅하고 들어온다. 겨울임을 알려주는 골짜기 바람이다. 오늘은 바람 냄새가 심상치 않다. 보통의 상쾌함과는 전혀 다른 냄새다. 골짜기 하늘도 뿌옇게 흐려있다. 어디 한 곳 눈 둘 데가 없어 얼른 문을 닫았다. 휴대폰이 울려 열어보니 날씨에 관한 소식이다. 초미세먼지는 매우 나쁘고, 미세먼지는 나쁨 수준이란다. 미세먼지는 뭐고, 초미세먼지는 뭐람? 언제는 공기를 마음껏 마시라더니 오늘은 절대 나가지 말란다. 세상이 혼란스러우니 날씨마저 심통 난 모양이다. 예전엔 듣도 보도 못했던 미세먼지는 무엇이고, 초미세먼지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뿌옇게 먼지가 드리운 앞산, 푸른 소나무도 뿌연 먼지에 넋을 잃었다. 산비탈에 내려앉은 낙엽도 힘에 겨운 모습이다. 푸름에 싱싱함을 자랑하던 소나무, 드문드문 낙엽에 먼지까지 찾아와 힘겹게 보인다. 한낮 골짜기에 산을 넘은 햇살도 힘을 잃었다. 언제나 힘찬 화살이 되어 골짜기에 꽂히던 햇살, 뿌연 먼지를 뚫고 오기 힘겨웠나 보다. 햇살은 빛을 잃고 간신히 산을 넘어온 형세다. 누런 잔디밭에 앉은 햇살도 여전히 기력이 없다. 잔디밭에 내린 하얀 서리발마저 미세먼지가 깔고 앉아 버렸다.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반송도 먼지 속에 간신이 정신을 차리고 있다. 고지대에 위치한 시골집, 근처 도시보다 기온이 언제나 낮아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는 동네다. 도시와는 차별화된 시골 날씨가 미세먼지는 그럴 수 없다는 듯, 도시와 다를 것이 없다.

공기가 최악이니 나가지 말란다.

먼지는 이 골짜기 정도의 해발과는 상관이 없나 보다. 낮은 곳도, 높은 곳도 가릴 것이 없다. 하얀 눈도 귀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도랑물만 갈갈거린다. 산골짜기 미세먼지는 동네 식구들 기력도 앗아갔나 보다. 미세먼지 골바람은 닭도 입을 닫게 했고, 가끔 나대는 동네 지킴이마저 기력을 잃게 했다. 저녁이면 짝을 찾아 울어대던 고라니 가족도 소식이 없다. 아담한 골짜기에 찬바람에 실려온 먼지가 가득 내려앉은 것이다. 앞산은 가물가물하고, 먼 산 말랭이는 산인지 들판인지 구분할 수도 없다. 언제부터 이런 난리가 찾아왔단 말인가? 누런 미세먼지에 골이 난 골짜기엔 다정했던 앞산도 무뚝뚝하다. 왜 이런 세상을 만나야 했을까?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공을 찼다. 옷이 흠뻑 젖도록 운동장을 뛰어다녔다. 수돗가로 우르르 몰려갔다. 땀을 씻고 시원한 물을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땀에 뒤범벅된 머리를 수돗가에 들이민다. 시원한 물이 쏟아진다. 천지가 개벽하는 시원함이다. 수도꼭지를 입에 물고 배가 터져라 마셨다. 러닝셔츠를 벗어버리고 등목을 했다. 심통 나면 물세례를 퍼부어 주변이 온통 난리가 난다. 세상이 다 내 것 인양 부러울 것이 없던 학창 시절 풍경이다. 허름한 시멘트 벽에 나와 있는 수도꼭지, 깨끗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시원한 물이 마음까지 닦아주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풋풋한 추억을 뒤로하고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우연히 중국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어렵게 찾아간 중국, 물을 사 먹어야 한단다. 세상이 이런 나라도 있느냐며 눈을 흘겼다. 세상에 물을 사 먹는 이상한(?) 나라, 중국이었다. 가이드의 설명으론 석회암지대가 많아 물을 사 먹지 않으면 배탈이 난단다. 절대로 수돗물을 먹어서는 안 된다며 신신당부한다. 우리나라가 살기 좋다는 생각을 여행 내내 했었다. 세월이 한 참 흘러갔다. 곳곳에 생수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생수를 실은 차량이 오고 간다. 정수기를 사야 하고, 생수를 사 먹어야 한다. 수돗물은 먹는 물이 아닌 빨래하고, 청소하는 허드레 물로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이상한 나라가 된 것이다.

앞을 볼 수 없는 시내 모습

산 위에서 바라본 도시는 뿌연 먼지로 덮여있다. 코로 들어오는 공기 속에 흙냄새가 가득하다. 도저히 숨을 쉴 수 없는 공기 맛이다.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단 말인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배가 터지도록 마시던 수돗물이었다. 동네 한가운데 있던 커다란 우물, 동네 사람들의 명줄을 쥐고 있었다. 언제나 맑은 물이 흘러넘치는 동네 아낙들의 이야기 터였다. 이웃집 혼사 이야기에, 누구네 제삿날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였다. 처녀 총각의 연애 소식도 단골 메뉴였다. 먹고 남은 물로 빨래를 했고, 논으로 흘러 농사를 지었다. 정월 대보름이면 꽹과리를 앞세운 풍물놀이패가 들러야 하는 곳이었다. 이젠, 전설 속 이야기가 되어 버린 동네 우물이다.


마스크는 감기 걸렸을 때나 쓰던 것이었다. 병원 의사나 간호원이 쓰고, 환자가 종종 쓰던  마스크였다. 가끔 쓰곤 했던 마스크가 일상의 필수품이 되었다. 세계적인 역병인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떠나 생활할 수 없게 되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어느 곳도 갈 수 없는 세월이 되었다. 거기에 미세 먼지에 초미세먼지가 찾아왔단다. 깨끗하던 창문이 뿌연 먼지로 가득하고, 깨끗이 세차한 차량은 오간데 없다. 세상이 온통 먼지투성이가 된 것이다. 마음도 칙칙한 세상에 삶의 공기마저 심통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마스크는 떠날 수 없는 필수품이 되고 말았다. 이름도 생소했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때문이다. 맨 눈으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뿌연 먼지가 시야를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황홀함을 선사했다.

초미세먼지는 석탄이나 석유 등을 태울 때, 자동차나 공장의 배출가스에서 발생한다. 미세먼지는 지름이 10㎛이하의 먼지를 뜻하고, 초미세먼지는 지름 2.5㎛이하의 먼지를 뜻한다. 초미세 먼지의 지름은 머리카락 두께의 1/20에 해당한다고 하니 미세먼지보다도 훨씬 유해하다고 한다. 왜 이렇게도 미세먼지가 많아진 것일까? 수돗물을 마시고, 동네우물을 퍼 먹던 시절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미세먼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으리라. 외부적인 요인도 있지만, 국내에서 발생하는 많은 요인이 존재한다. 우선은 중국의 석탄 사용 증가를 큰 원인으로 손꼽는다. 북풍이 불어오면 기온이 내려가지만 서풍이 불편 기온이 올라간다. 서풍이 불어올 때 중국의 미세먼지가 유입된다는 것이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이유이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내부적인 문제점도 많다. 조용하던 시골에도 공장이 들어서고, 날로 증가하는 차량도 한몫을 할 것이다. 곳곳에 쌓여가는 쓰레기 더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내부적인 요인을 줄이기 위해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세먼지가 지속될 경우 발전소, 자동차, 공장 등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조용하던 골짜기에도 미세먼지가 가득 찾아왔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

공기 상태가 최악이니 절대 외출하지 말란다. 도심의 공기는 어떻겠는가? 뿌연 먼지로 덮여 있어 멀리는 볼 수 없는 하늘이다. 공기를 떠나 살 수 없는 인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공장은 곳곳에 들어서고 해마다 차량은 늘어나고 있다. 곳곳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인간이 부질없는 오만은 지구를 켜켜이 병들게 했다. 오만함이 인간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코로나가 그렇고, 미세먼지가 그렇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덫에 두발이 옭혀 꼼짝도 못 하는 형국이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한 교만함은 세월이 흐를수록 삶을 옥죄어 오고 있다. 이젠, 편리함보단 삶을 되돌아보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삶을 위해 지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하다. 뿌연 미세먼지로 가득한 산골 동네, 산마루에도 마스크를 씌워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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