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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Feb 14. 2022

동해의 겨울 바다, 파도 색깔을 아십니까?

(동해 나들이, 거진에서 만난 파도)

푸름과 설렘을 그리우면 가끔 찾아가는 곳이 있다. 영원한 마음속 바다, 동해바다다. 언제나 넘실거림이 으뜸이고 코발트 빛의 맑은 색을 잊을 수 없어서다. 먼 동해안을 찾는 길은 만만치 않다. 먼 강릉이나 속초를 자주 찾아 가지만 날씨와 목적에 따라 가는 길은 다르다. 강릉을 둘러보려면 대관령을 통해 가지만, 고속도로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선 다른 길을 택한다. 월정사를 지나 진고개를 통해 가는 길은 소박한 길이라 좋다. 특별함은 없지만 가는 곳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널린 곳이다. 진고개 소박함을 맛보기 위해서인데, 늘 사람 발길이 뜸해 좋다. 양희은의 '한계령'이 그립고, 설악 풍경이 생각나면 한계령을 찾아간다. 한계령 휴게소 커피 한잔과 설악의 만나는 떨칠 수 없는 맛이기 때문이다. 


황태가 그리우면 인제 용대리와 미시령을 통해 속초로 간다. 쉽게 만날 수 있는 황태 정식 맛을 보고, 황태도 살 수 있어 더없이 좋은 길이다. 바다에서 나는 생선이 왜 용대리로 왔을까? 늘 궁금하던 용대리 황태 덕장이다. 눈 쌓인 황태덕장은 언제나 설렘을 준다. 눈이 쌓이면 일부러 찾아가는 동네가 용대리다. 속초 위 동네, 고성이 그리우면 진부령을 넘는다. 굽이굽이 곡선을 떨칠 수 없고, 동해안 푸름을 오가며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춘천 닭갈비가 생각나 춘천을 들러 용대리를 찾았다. 황태 덕장을 만나고 다시 진부령으로 길을 잡은 것이다. 동해안의 푸름을 마음껏 즐기고 싶어서다. 곳곳에 남아있는 설악의 하얀 눈이 여기가 설악산임을 알려준다.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 고성의 거진항에 도착했다. 떨칠 수 없는 동해안의 그리운 파도를 만났다.

어떤 수채화로 탄생할까?

친구들과 어울려 포항에서 통일전망대로 향했던 자전거길,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곳곳에서 만났던 항구의 이야기들, 거진항도 빠질 수 없는 곳이었다. 푸릇한 파도를 친구 삼아 거진항을 지난 곳엔 엄청난 파도가 있었다. 백도 둘레길이 나타나며 거기엔 진정한 동해 파도가 있었다. 엄청난 파도가 오가는 길손을 막아선다. 왜 동해안 파도는 사람 발길을 잡아 놓고 말까? 거진에서 파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멀리서 바람을 동무삼아 몰려오는 파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뭍으로 달려든다.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위에 부딪치며 튀어 오른 물방울, 핼쑥해진 파도가 햇살을 맞았다. 파랑이 하양을 한껏 끌어안았다.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신기함의 조화다. 다시 밀려오는 파도, 앞선 파도를 피할 수가 없다.


부딪치며 부서지는 물결, 파란 색깔을 드러내며 햇살에 빛난다. 어디에서 이런 빛을 만날 수 있을까? 느닷없이 달려온 파도가 길을 잃어 헤맨다. 바위틈을 비집으며 하얀 포말이 만들어진다. 그 사이에 달려온 파도가 어깨를 부딪쳤다. 함께 어우러진 물결이 덩실덩실 춤을 춘다. 밝은 햇살이 무슨 춤인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푸르른 포말이 하얗게 물들었고, 허공으로 치솟은 물방울이 맴을 돈다. 이웃 바위에도 파도가 밀려왔다. 바위를 치고 나온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수많은 물덩이가 맴돌던 바닷가,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파랑에 하양이 어우러진 빛, 푸르시안 블루에 바이올렛이 어우러졌다. 여기에 연한 울트라 마린이 섞여 들었고 이에 질세라 코발트 빛을 발하고 있다. 연초록에 비리디안이 부어졌다.

수채화로 재 탄생할 동해 파도

여기저기에서 만난 파도는 멈출 줄을 모른다. 언제나의 기억, 아무리 좋은 사진도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눈으로의 감상을 넘어설 수 없는 인간의 기술이다. 한없이 바라보다 무심코 사진기를 들이댄다. 얼마라도 더 두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연신 셔터를 눌러보지만 역시 자연만은 이길 수 없다. 곳곳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진을 찍었다. 왜 이렇게 푸른 동해 바다에 환장할까? 늘 반신반의하던 질문이다. 오래전부터 동해의 파도를 좋아했다. 모두 마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허황된 생각을 늘 했던 동해바다였다. 수채화를 시작하면서 색의 조화를 알게 되었다. 인간이 만든 색의 조화에 감탄했었다. 파도를 그리고 구름을 그리며, 파도를 찾아 수많은 바닷가를 헤맸다. 자연과의 만남은 색의 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자연의 빛깔은 이겨낼 수 없고, 눈보다 더 보배로운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인간의 어리석음은 다시 사진기를 들이미는 우를 범했다. 엄청난 파도에 정신이 팔려 손이 얼어가는 것도 몰랐다. 손이 시려 정신을 차려보니 아직도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가? 뉘엿뉘엿 해가 서쪽으로 향하고 있다. 어슬렁거리던 추위가 내 곁으로 온 것이다. 서둘러 발길을 돌리려 하지만 눈은 아직도 바다에 멈추어 있다. 수채화 소재를 찾아 나선 동해안 여행, 오늘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평생을 그려도 좋을 만큼 멋진 파도를 끌어안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여행지로 발길을 돌리려도 해 봤다. 마음만은 아직도 바다를 서성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찾아간 곳은 속초의 명물, 중앙시장이다. 참,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다.

속초 중앙시장

속초에 오면 늘 찾아가는 곳이다. 사람을 보고 싶고, 살아있음을 보러 가는 곳이다. 먹거리가 넘쳐나고 젊음이 살아 있는 곳이다. 시장하면 어른이나 찾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을 떨쳐주는 곳이다. 젊은이들이 젊음을 마음껏 과시하고 있다. 젊은 청춘들이 만든 먹거리를 놓고 젊은 여행객들과 치열한 싸움 중이다. 불꽃 튀는 싸움은 언제나 파는 청춘들의  판정승이다. 예술품처럼 쟁여 놓은 각종 먹거리가 오가는 사람을 줄 세운다. 떨치려 해도 떨쳐지지 않는 발걸음이다. 사람이 많다는 말이 아닌 사람들이 쏟아져 오고 가는 시장이다. 왜 젊은이들이 시장통을 좋아할까? 시장은 어느새 젊음의 맛과 멋을 넉넉히 알고 있었다. 싱그러운 젊음이 올 수밖에 없는 활기 있고 넉넉한 시장통이었다. 젊은이들의 눈에 튀는 맛과 모습으로 탈바꿈한 시장이었다. 젊음과 어울려 한참을 노니는 한나절은 즐겁고도 행복한 나들이였다. 

수채화, 석양에 만난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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